광복절 광화문 일대 집회 발 코로나19 확산세가 광주를 덮치며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당일 극우 세력 집회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광주시민 여럿이 그 집회에 참석한 것은 물론 그들이 주요 전파자가 되면서 충격의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광주의 위기감이 본격화된 시점은 26일 광주 북구 성림침례교회에서 확진자 28명이 무더기로 나오면서부터였다. 특히 이 교회의 전파자가 지난 15일 광화문 일대 극우 세력 집회에 참석한 60대 여성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고조됐다. 집회 주도세력 및 내용이 비상식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재확산 관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집회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 확진자가 집회 참석 여부, 종교 유무, 집회 당일 동선 등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밝혀져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현재 이 교회 관련 확진자는 30명으로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 확진자와 별도로 해당 집회에 다녀온 전남대 교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최아무개(43, 여)씨는 "이미 재확산이 예견된 집회에 다녀온 것도 화가 나고, 백 번 양보해 집회에 다녀올 수 있다고 해도 본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왜 거짓말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결코 가볍게 봐야 할 문제가 아니다. 방역당국 및 지자체가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맞벌이 부부이면서 7살, 4살 자녀를 둔 최씨는 "어린이집이 휴원한 상황에서 긴급보육을 통해 아이를 맡겨 왔는데 오늘부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라며 "'어린이집을 보냈다가 아이가 걸리면 어쩌지, 그나마 긴급보육마저 불가능하면 어쩌지' 이런 고민을 하는 상황이 매우 고통스럽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국에서 비교적 안전한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몇몇 사람들 때문에 광주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곳이 되고 말았다"라며 "과거 신천지 때문에 확산세가 있었을 땐 폐쇄성이 강한 집단이기 때문에 '특수 집단만 피하면 되겠지' 생각했었는데, 이번은 그 불안과 공포의 강도가 그때완 완전히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재난 문자만 와도 그날 장사 꽝인데"
이날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소리없이 지역사회 곳곳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고 누구로부터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알 수 없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라며 "광주광역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면서도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집합금지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앞으로 2~3일 지역감염 확산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바로 3단계로 격상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관련기사 :
광주 덮친 '광복절 발' 코로나, 전파자 '거짓말 행보' 재구성 http://omn.kr/1oq29).
당장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광주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서아무개(34, 남)씨는 "재난 문자만 돌아도 그날 장사는 꽝인데 오늘 광주시에서 발표한 것을 보니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 같다"라며 "그동안 어려움은 있었지만 지자체와 시민들이 코로나19를 잘 극복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비상식적인 이유로 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은 정말 분노를 참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학교 현장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안 그래도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하던 고3 학생들은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교사와의 상담, 생활기록부 작성, 대학 지원 계획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도 온라인 수업 준비 등 평소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이어오던 중이라 이미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라며 "현재 확산세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기 때문에 향후 계획을 세울 수조차 없어 불안한 심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연일 코로나19와 씨름하던 지자체 공무원들도 더욱 고삐를 죄곤 있지만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주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정말 예상치 못한 흐름에 당혹스러울 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남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특히 광복절 집회 관련자들이 역학조사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대응에 혼선이 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광주 지역 기독교계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희용 넘치는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의 신앙 정신이 왜 이렇게 몰락하고 있는지 참담한 마음"이라며 "신앙이 사회에 위로가 되고 방향타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광주 목사가 느낀 참담함 "종교가 오히려 고통 가중, 죄송" http://omn.kr/1oq5c).
그러면서 "최근 (일부 기독교계의) 그릇된 종교관을 기반으로 한 극우적인 행실에 많은 분들이 놀랐을 것이다. 나아가 미움과 혐오의 마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종교인으로서 시민들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건강한 사람들에 의해 극복될수 있단 생각을 갖고 힘을 내자고 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