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잘 맞았고, 다른 하나는 잘 맞지 않았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일,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각각 접견했다. 통합당은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는 의견 일치를 보인 반면,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낙연 "집권 여당이 책임 정치하도록 도와달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낙연 대표에게 "앞으로 정치가 원만하게 잘 풀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해달라"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원 구성 하는 과정 속에서 과거에 지켜오던 관행이 깨지는 바람에 지금과 같이 의회 모습이 종전과는 좀 다른 형태가 됐다"라며 "협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를 맞이해서, 특히 우리 이 대표께서 새로이 정당 대표로 선출되셨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치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이낙연 신임 민주당 대표에게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배분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기존 관례대로 의석수에 따라 일부 상임위원장 몫을 배분해 달라는 것이다.(관련 기사:
'버스 떠난' 법사위원장 언급한 주호영... 이낙연에게 '원상회복' 촉구)
이낙연 대표는 "국회 문제는 참 아쉽다"라면서도 "금년 개원 협상 과정에서 두세 달 동안 겪었던 우여곡절을 또 반복할 겨를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1일) 중에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기로 약속된 모양이다. 그 논의를 지켜보겠다"라면서도 "워낙 위기이니, 집권여당이 책임 있고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라고 덧붙였다.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을 두고 여야가 갈등을 벌이며 국회가 공전했는데, 이를 다시 반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즉, 민주당이 '책임 정치'를 내세우며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간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이낙연 대표를 향해 "인품도 널리 훌륭하다고 알려지셨고, 5선 거치시는 동안 의회주의자로 알려졌다"라며 "야당에서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개원하면서 아직 정상적으로 국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협치를 통해 국가적 과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상황을 비정상이라 규정하며 '원 구성을 다시 하자'는 뜻이 담긴 인사말이었다.
이낙연 대표는 "원 구성과 관련해 개원 협상에서 어떤 진통이 있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다"라며 "원내대표끼리 잘 논의 해주시되, 개원 협상 때와 같은 우여곡절이 반복되어서는 국민들께서 걱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둘러 '재협상' 거부의 뜻을 밝힌 것이다.
"4차 추경, 하는 쪽으로 결론... 며칠 안 걸릴 것"
대신 4차 추가경정예산과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여야의 합이 잘 맞았다. 김종인 위원장은 "우리가 좇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지금 코로나 2차 확산"이라며 "코로나 확산 자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경제에서 파생되는 어려운 문제들을 빨리 정치권에서 해결해줘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당국은 조금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예측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고 거기에 대한 대처를 강구하기 위해서는 4차 추경을 빨리 해야 한다"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선별적 지원을 빨리 해야 되겠다는 게 통합당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께서도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선별 지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라며 "여야가 별로 큰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부터 풀어나가면 조금씩 여야관계가 쉽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는 "말씀주신대로 4차 추경은 불가피하다"라며 "그와 관련된 당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는 "곧 결론이 날 텐데, 4차 추경은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리라 본다"라며 "며칠 안 걸릴 것"이라고 '속전속결'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