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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으로 배달은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서비스가 됐습니다. 많은 배달노동자들이 시민의 한 끼 식사를 위해,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들고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도시에서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배달서비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배달서비스는 그만큼 촘촘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배달노동 현장은 위험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접촉이 많다 보니 감염의 우려가 큽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상점과 고객들을 만납니다. 많은 고객이 비대면 주문을 선택하지만, 여전히 현장 결제를 원하는 분도 있습니다. 대부분 집에서 주문을 하다 보니 마스크 쓰고 배달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코로나가 가장 두려운 이유는 건강뿐만 아니라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배달 물량이 늘어나는 동시에 시간에 대한 압박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치타배달, 번쩍배달, 익스프레스 등 플랫폼사들이 속도 경쟁을 부추기고 있기도 합니다. 덩달아 폭염·폭우·태풍까지 날씨도 좋지 않습니다. 쉽게 지치고 사고의 위험도 큽니다. 자동차 사고는 날로 줄어드는 반면, 오토바이 사고는 날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사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한 환경에도 일하는 사람들을 '필수노동자'라고 한답니다. 우리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근무환경은 심히 열악합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안전하고 존중받으며 일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은 빠져 있습니다. 배달이 점차 늘어나면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많은 사람이 배달노동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배달노동자도 직업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합니다. 회사, 정부, 소비자 여러분께 우리에게 필수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려드리려 합니다.
 
라이더들의 요구 라이더유니온 총회에 참석한 라이더들이 각자의 요구를 담은 현수막을들고 있다.
라이더들의 요구라이더유니온 총회에 참석한 라이더들이 각자의 요구를 담은 현수막을들고 있다. ⓒ 구교현
 
[회사 관계자 여러분께] 10년간 동결된 배달료... 소통의 부재

평균 배달료 3천 원은 10년 전 가격입니다. 그동안 물가는 20% 가까이 올랐고, 최저임금은 200%가 올랐지만, 배달료는 그대로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삭감된 셈이죠. 이렇게 배달료가 낮으니 수입을 벌충하려면 하나라도 더 빨리 배달하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다가 사고 나는 거죠. 요즘은 배민·쿠팡에서 배달료를 후하게 줍니다. 그런데 그건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의 한시적인 인센티브 덕분입니다. 프로모션이니 회사 마음대로 줄 수도 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프로모션 끊길까 봐 회사 눈치만 보게 되고, 지금 바짝 일하자는 심정에 속도를 더 내게 되기도 합니다.

기본배달료를 올리고 프로모션은 조절해야 합니다. 우리는 안전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본배달료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교통법규 위반을 관리하면 효과도 더 높을 것입니다. 플랫폼사가 상인들에게 받는 수수료와 배달노동자에게 받는 수수료를 낮추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또 근무조건 변동이 너무 심합니다. 우리가 쓰는 앱도 너무 자주 바뀝니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과는 소통하지 않나요. 요샌 AI가 우리의 업무를 지시하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이 AI가 공정하게 작동하는지도 의문이 많습니다. 콜을 차별적으로 배차해서 강제적으로 회사 정책을 따라오도록 만드는 일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샌 1달짜리 자동갱신되는 계약서를 가지고 계약만료라는 이름으로 해고까지 종종 일어나는데, 그걸 판단하는 기준도 비공개에 최근에는 실수로 해고 통보를 했다가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노동자와 소통·합의하면서 변화를 추구하면 안 되나요? 노동자는 부품처럼 취급해야 경쟁력이 생기나요?

[정부 관계자 여러분께] 보험은 제대로 들 수 있어야죠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데도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라이더는 여전히 많습니다. 하나의 업체에서 주로 일하는 노동자는 의무가입인데, 여러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의무가 아닌 것이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보험료는 근로자와 다르게 절반을 부담하면서도 막상 다쳤을 땐 근로자보다 못한 보상을 받는 것도 문제죠. 사업주가 거절하면 산재가입이 어렵기도 합니다. 이런 건 단속 안 하나요. 배달용보험은 또 어떤가요. 최대 견적이 연 2천만 원이 넘습니다. 이건 가입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요. 제도 정비하면 대안이 있는데 왜 안 하죠?

누구나 차릴 수 있는 배달대행업체. 그러니 면허조차 확인 안 하고 일 시켜놓고 사고나면 나몰라라 하는 업체까지 있을 지경입니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업체를 차리려면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춰서 행정기관에 등록하도록 해야 합니다. 라이더관리, 보험가입 여부도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영할 역량이 있는지도 확인해야죠. 이렇게 하면 전국의 라이더 수가 몇 명인지도 알 수 있고, 보험적용이나 지원정책에도 근거가 될 겁니다.

외국은 오토바이 면허 따기가 자동차 면허 따기보다 훨씬 어렵답니다. 더 위험한 만큼 더 철저하게 배우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구형 오토바이로 코스 몇 번 도는 거로 끝내고 말죠. 준비 없이 도로에 나오니 사고가 안 나겠습니까. 오토바이 수리하는 데는 표준가격이나 기준도 없습니다. 부실한 정비는 사고와 직결됩니다. 하나씩 제자리를 잡아주세요.

[마지막으로 소비자 여러분께] 존중해주세요

배달은 공짜가 아닙니다. 배달노동자가 공짜로 일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에 합당한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게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배달노동에 대한 존중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돌아올 것입니다. 혹시 배달노동자에게 화물용 승강기를 타라고 하진 않으시죠? 배달노동자한테 소독제 뿌리는 분은 안 계시죠? 배달노동자가 음식 빼 먹었다고 의심하는 분은 안 계시죠? 이런 편견과 혐오는 점차 사라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필수노동자들. 배달뿐만 아니라 청소, 돌봄, 운송·운수 등 다양한 노동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수입은 적고 차별당하면서도 위험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대부분 흩어져 있어서 회사와 상대할 힘도 너무 약하고, 정부의 관심도 낮습니다. 코로나 뉴노멀은 노동 존중으로부터 시작되길 바랍니다. 또 다른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배달#라이더유니온#플랫폼노동#코로나#필수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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