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구 대법관 후보자는 당당했다.
이흥구 후보자는 2일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국가보안법과 우리법연구회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벼르고 있던 사안으로, 이 후보자는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은 배경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때는 12.12 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직후로 암울한 시기였다.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하여 광주시민에게 발포함으로써 수백 명이 희생된 사실은 대학생인 저에게 큰 충격이었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되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는 이어 "저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때문에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러한 경험으로 오히려 근로자나 사회적 약자의 삶과 사회현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편견 없는 재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다는 이유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제가 아는 우리법연구회는 재판의 독립과 바람직한 재판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술모임이었다. 우리법연구회의 성격은 고 한기택 대전고법 부장판사의 말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분은 '목숨을 걸고 재판한다. 다른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진정한 판사의 삶이 시작된다'는 말로 법관의 자세를 일깨워주었다. 법관으로 다양한 재판을 담당하면서 그분의 말씀대로 공정하고 정성을 다하는 재판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미래통합당 의원들 공세, 그러나...
이후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나 코드인사 논란을 따져 물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가보안법을 언급하며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맞습니까?"라고 묻자, 이흥구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은)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전 의원은 더 묻지 못했다.
전 의원은 이어 코드인사 논란을 따져 물었다.
전주혜 의원 :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 대법관 인사에서 특정 성향의 특정 연구회 출신이 많이 온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흥구 후보자 : 우리법연구회가 특정 성향의 모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성향의 사람들이 대법원을 구성했다는 결론에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전주혜 : 후보자는 최근에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에 사적으로 만난 사실 있으세요?
이흥구 : 사적으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전주혜 : ('김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부산을 방문해서 이흥구 당시 부장판사 부부와 식사를 했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식사한 적은 있으세요?
이흥구 : 사실이 아닙니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뜬금없이 "열흘 휴가 내고 귀대하지 않은 것은 탈영입니까"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가 제대로 답을 하지 않자, 조수진 의원은 집요하게 여러 차례 물었다. 이 후보자가 "귀대하지 않으면 탈영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하자, 조 의원은 "추미애 장관 아들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야기도 나왔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서울대 법대 동기인 조국 전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지 물었다. 이 후보자는 "대학교 다닐 때 친한 친구였다"면서도 "대학 졸업 후에는 같은 활동을 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한 8월 15일 보수단체 집회를 둘러싼 논란도 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집회를 허용한 행정법원을 비판했고,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의 법원 비판으로 법원의 독립성이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이 사이에서 이 후보자는 "법원이 여러 내용을 고려해서 (집회 허용을) 결정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