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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조종사지부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계획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지부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계획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만 27년 경력의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4일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출근'을 했다. 파라솔을 펼쳐 자리를 잡은 뒤 '정리해고 중단하라'라는 피켓을 세웠다. 그러나 작열하는 태양 때문에 '덥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이 셧다운 된 이후로 비행기를 조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주주회사인 이스타홀딩스와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3월 초에는 주식매매계약(SPA)도 체결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상황이 돌변했다. '체불임금 등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인수합병(M&A)이 미뤄졌다. 결국 제주항공은 지난 7월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공시했다. 앞서 6월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자녀의 회사인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지분을 헌납한다고 발표했지만 의미없는 몸짓에 불과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을 포함해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3월부터 급여를 전혀 받지 못했다. 체불임금을 놓고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서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올 3월 1700여 명에 달했던 이스타항공 직원 중 500여 명은 스스로 회사를 나갔다. 박 위원장은 "직원들의 체불임금이 320억 원에 달한다"라면서 "조종사를 포함해 직원들은 다들 생계가 목전이라 택배, 자동차 탁송, 건설 현장, 드라마 엑스트라 등 돈 되는 알바는 다 뛰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앞에서 농성장을 차린 박 위원장과 4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직원들이 전부 알바를 뛰고 있어서 농성장에 나와달라는 말을 하기도 미안한 상태"라면서 "군에서 비행만 13년을 했다. 이후엔 부기장으로 9년, 기장으로 5년을 비행했다. 지금 이런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9월에 남은 직원 1200여 명 중 600여 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10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상황에서 원활한 재매각 추진을 위해 전체 직원의 1/4수준인 400여 명에 다다를 때까지 인력 감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정부 지원 거부 이해안가"
  
 이스타항공 조종사지부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계획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지부 조합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사측의 정리해고 계획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인터뷰 내내 박 위원장은 아쉬운 목소리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럴 것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M&A 등을 이유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부에서 지난 3월부터 지급해온 고용유지지원금을 일절 받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여행업, 항공업, 관광운송업, 관광숙박업 등 8개 업종에 대해서만 2021년 3월 31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한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스타항공은 다른 업종에서 부러워하는 정부의 지원정책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이미 예견됐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월부터 고용보험료를 체납해 왔다. 체납된 고용보험료는 5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상직 의원이 사재 중 5억 원을 냈다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노동자들을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면서 "고용유지지원금만 나왔어도 직원들이 충분히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은 이번에도 정리해고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안 받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정부가 지원한다는데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성토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21대 신규등록 국회의원 175명의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재산은 212억 6700만 원이다. 이스타홀딩스의 대주주인 이 의원의 장남과 장녀는 총 168억 5086만 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의 재산은 여당 신규등록 의원 중 1위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10월부터 운항 재개를 추진하겠다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셧다운 사태 장기화로 현재 효력이 정지된 항공운항증명(AOC)을 우선 재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기 위해선 국토교통부의 승인과 조업료와 정유비 등에 쓰일 100억 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항공운항증명(AOC)부터 재발급받으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스타항공은 제1금융권 내에서 신용이 없고, 제2금융권에서 융자를 받으려고 해도 제주항공 등에서 이미 담보를 다 잡고 있는 상황이라 이마저도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장의 위기는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의원의 사재출연 등으로 우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당장은 국회 앞에서 농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3일 오후 기자회견 후 국회 앞에서 파라솔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042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지난 3월부터 6개월째 매출 역시 제로 상태다. 이 상태에서 매달 항공기 리스비와 임대료, 직원들의 임금 등 수십억 원의 고정비가 계속 나가고 있다.

#박이삼#이스타항공#이상직#국회#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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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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