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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 의원실 직원들과의 대화방으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 카카오톡 메인에 소개됐다는 연락을 받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하셍'이라고 입력하고 있다. 2020.9.8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 의원실 직원들과의 대화방으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 카카오톡 메인에 소개됐다는 연락을 받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하셍'이라고 입력하고 있다. 2020.9.8 ⓒ 공동취재사진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중원)이 '포털 압박'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일 오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연설 도중 전문이 카카오(다음) 뉴스 메인 화면에 올라온 것을 문제 삼은 문자메시지 때문이다. (관련기사 : 주호영 연설 '다음 메인' 뜨자... 윤영찬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라" http://omn.kr/1oui3)

네이버 출신 윤영찬 의원이 카카오 압박?
 
'여론 통제 시도'라는 야당 비판에 윤 의원은 이날 "(민주당 대표 연설 때와 달리) 주 원내대표가 연설 시작하자마자 메인에 기사가 떠서 (형평성상) 왜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낙연 대표조차 부적절한 문자라고 경고하는 등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 5년 전부터 포털 뉴스 편집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도입해 인위적 개입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포털 뉴스 공정성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논란이 예사롭지 않은 건 윤영찬 의원이 누구보다 포털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선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네이버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 2008년 <동아일보> 기자를 그만둔 윤 의원은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해 미디어서비스실장, 대외협력담당 이사 등을 거치며 주로 '대관' 업무를 맡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야 의원들이 포털 뉴스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국회에 출석해 답변한 당사자였다.

이낙연 대표 연설도 다음 메인 배치, 주호영 대표 기사 댓글은 3200여 개
 
다음 뉴스 배열 이력 확인 결과, 지난 7일 이낙연 대표 국회 연설 기사들도 다음 메인에 배치됐다. <이낙연, 오늘 첫 교섭단체대표연설 "코로나 넘어 국가비전 제시"(뉴스1)란 예고 기사를 시작으로 <이낙연 "고통 더 큰 국민 먼저 돕는 것이 연대이자 공정">(연합뉴스), <오늘도 '협치 넥타이' 매고 "윈윈윈 정치" 강조한 이낙연>(머니투데이) 등 연설 관련 기사만 3건이었다. 하지만 오전 10시쯤 배치된 연합뉴스 기사만 댓글 580여 개가 달렸을 뿐 나머지 기사는 댓글 수가 100개도 넘지 못했다.
 
반면 지난 8일 다음 메인에 걸린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 관련 기사는 <[전문] 주호영 연설 "진실은 권력으로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아>(뉴스1)와 포토뷰어 기사로 걸린 <[현장연결] 주호영 "추 장관, 특임검사 또는 특별검사 수사 자청해야">(연합뉴스TV) 2건이었지만, 댓글 수가 각각 3200여 개, 670여 개로 주목도가 더 높았다. 특히 주 대표 연설 전문 기사는 이날 댓글 많은 기사 26위를 기록했지만, 연설 내용에 부정적인 댓글 비중이 더 높다.
 
포털 기사 노출에 일희일비하는 정치권에서 불만을 품을 수는 있지만, 기사 배치만으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카카오 "인위적 개입 불가능"... 학계에선 포털뉴스 알고리즘 공개 요구
 
 지난 2015년 9월 당시 네이버 이사였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당시 네이버 이사였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카카오는 뉴스 편집에 인위적 개입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윤승재 카카오 홍보담당 매니저는 9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다음 메인 뉴스는 '카카오 I(아이)'라고 부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성별, 연령별로 맞춤형 배열돼 이용자마다 메인에서 보이는 기사가 다르다"면서 "메인에 올라갈 기사들을 선별하는 작업도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에 따라 하기 때문에 인위적 개입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지난 2015년 6월 인공지능 '루빅스(RUBICS)' 시스템을 뉴스 편집에 적용한 데 이어 네이버도 지난 2017년 4월부터 인공지능 '에어스(AiRS)'를 도입해 이용자별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뉴스 알고리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관련 기사: 포털뉴스 인공지능에 맡겼더니... "홍보성-어뷰징 기사 유리" http://omn.kr/1lqs9)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해온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이번 사건은 포털 뉴스의 인공지능 편집에 외부 개입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만들었다"면서 "그 이유를 떠나 국회의원이 포털 담당자를 부르려 했다는 건 인공지능 편집이라고 해도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압력을 넣으려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포털 뉴스 편집 투명성을 높이려고 인공지능으로 전환했는데 또다시 인공지능의 투명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과연 인공지능 로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포털 뉴스의 편집 기준과 원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들이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영찬#카카오#포털뉴스#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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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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