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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은 노동자-학생 연대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숙명여대, 연세대, 성공회대, 고려대, 서울대 등 서울 내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중순에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노학연대 학생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영상 제작을 위해 진행된 활동가 사전 인터뷰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함으로써 아쉽게 영상에 담을 수 없었던 자세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나침반'을 통해,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함으로써 대학이라는 공동체와, 그 너머의 사회를 배제와 분리가 아닌 이해와 공감, 연대로 다시 정의하는 항해가 가능해지길 바랍니다. [기자말]
노동자-학생 연대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노학연대 프로젝트 '나침반'이 노학연대 학생 활동가들의 생각을 듣는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노학연대에 속해있는 학생들은 무슨 고민을 할까요? 그들은 왜 노학연대 활동을 할까요? 대학이라는 공동체와 그 너머의 사회를 배제와 분리가 아닌 이해와 공감, 연대로 다시 정의하는 그들의 항해에 주목해 주세요.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부지부장 김태현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부지부장 김태현 ⓒ 박혜리

- 자기소개 먼저 간단하게 부탁드릴게요.
"대학원생 노동조합 부지부장 김태현이라고 합니다. 대학원생 노조 초창기부터 집행부로서 참여해서 지금 3년차 활동하고 있습니다. 음식문화 연구를 겸하면서 대학원생노조 활동도 같이 겸하고 있습니다."

- 대학원생 노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2017년에 동국대학교에서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총장을 고발한 일이 있었어요. 10년간 대학원생 조교들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보수를 지급하면서 임금 인상, 퇴직금, 4대 보험, 각종 수당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게 근로기준법 위반에 걸려서 기소의견 송치로 검찰에 넘어갔거든요.

당연히 대학원생들의 승소가 유력해지니 학교에서는 더 이상 대학원생을 조교로 쓰지않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소송은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고용노동부에서도 학생 조교의 노동자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수당과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것을 넘어 더 이상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조교를 사용할 수 없어요.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대학원생이 워낙 많아서 학교에서 호언장담한 것처럼 곧바로 전부 해고하지는 못했지만 점차적으로 자리를 통폐합하거나 지원자격에서 대학원생을 배제하는 식으로 가더라고요.

동국대학교를 시작으로 전국 대학들에서 조교들을 대량 해고하려는 움직임들이 포착됐어요. 소송을 시작한 다음 대 총학생회에서도 일을 했는데, 솔직히 이 때 더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동국대 조교들의 해고를 더 막아내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조금 갖고 있어요.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 게 안타까웠고 더이상은 눈 뜨고 당하고 싶지 않아서, 다같이 힘을 모아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원생 노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지금 대학원생 노조에는 얼마나 많은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고 있나요?
"전국에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결합하면서 각 대학별로는 분회가, 지역별로는 지회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공계, 인문계 어느 쪽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인원수는 대외비지만 결코 적지는 않습니다.(웃음)

노조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 주시는 교수님들도 많지만, 가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해당 제자를 꺼림직하게 보는 교수들이 많아서 조합원들의 가입 정보는 어떤 형태로든 비밀로 유지하는 편이예요.

지금 같은 구조의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은 학업이나 연구, 졸업, 임용의 결정권이 지도교수에게 거의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압력이나 착취를 받기 쉬운 위치에 놓여 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합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분회가 있는 대학의 가입자 수는 증가 폭이 훨씬 높더라고요.
       
대학원생 노조에 가입한다는 것은 대학원 사회를 대학원생 당사자가 직접 바꿔보자는 공동의 결의에 참여하는 거잖아요. '노조'라고 해서 무조건 총대를 매고 모든 교수와 싸우겠다는 게 아닌데 초창기에는 많은 대학원생들이 가입하기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아요. 아직은 '대학원에 왔으면 대학원생노조에 가입해야지'라는 인식이 뿌리내리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부담 없이 가입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든든합니다."

- 대학원생노조 뿐만 아니라 나침반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요, 나침반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올해 대학원생 노조 부지부장을 맡으면서 조합 외부의 연대활동을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처음에 노학연대 기획팀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 대학원생 노조가 꼭 결합해서 계속 연대를 유지해가야 될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을 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학생과 노동자를 구분해서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학원생은 그 두 정체성이 한 몸에 같이 공존하는 게 뚜렷하게 보이는 대표적인 학적이잖아요. 노-학의 연대를 고민할 때 이야기할 것들이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학부, 대학원, 시설/경비 노동자, 강사, 교수 각각의 단위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화력을 지원하는 연대 체계를 단단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학부 석사까지 동국대 출신이었는데 학부 때 동국대학교에서 노학연대 활동을 했어요. 동국대에서 청소, 경비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가 끈끈하기도 했고 투쟁이나 사건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 때는 학교 안에서만 노학연대를 경험했는데 이렇게 노학연대가 학교 밖으로 뻗어 나가 여러 학교의 노학연대 단위들이 같이 연합해서 하나의 연대 세력을 구축하고 하나의 큰 전선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연대라는 건 권력의 투쟁 과정에서 전선을 넓힐 수 있는,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세력의 저변을 늘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학 안에서 학생들은 점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잃거나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이루 말할 수 없고요.

그런 상황에서 연대가 확장되고 전선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커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봐도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대학원생들도 대학원생 집단만으로 권리를 쟁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 안의 학부생들이나 청소경비노동자들, 강사들 같이 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세력을 찾아내서 연대를 키워 나가야죠. 나침반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좋았어요."

- 태현님의 노학연대 활동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2013년 정도에 노학연대 활동을 처음 접했는데요, 그때도 활동하는 사람들은 소수였는데 학내 분위기 자체는 지금에 비해 나쁘지 않았어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학교에 악취가 진동을 하는데도 노동자들을 욕하고 원망하는 반응을 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그때 노학연대 활동했을 때는 청소 경비노동자 분들과 함께 워크숍도 가고, 식사도 하고, 노동해방 선봉대라고 희망버스에 결합해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었는데 거기에서 같이 춤도 연습하고 그랬어요. 그 때는 전선이 되게 크게 형성이 되어있었고 그만큼 사건도, 투쟁도 많았던 것 같아요.

청소경비 시설 쪽 말고도 생활협동조합 분들과도 함께 투쟁하기도 했는데요. 생활협동조합의 임대매장을 학교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생협 현 사태를 우려하는 학생조합원 일동'이라는 임시대응팀을 구성해서 함께 연대하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2015년도에는 조계종의 총장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총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대학원 총학생회장이 조명탑에 올라간 일이 있었어요. 그 시기에 마침 청소노동자들도 투쟁을 계속 하고 있어서 본관에서는 노동자들이, 조명탑에서는 학생들이 투쟁을 했었죠. 그때 노동자분들이 본관에서 집회를 하고 나시면 항상 조명탑 앞으로 와서 학생들 응원하고, 투쟁가 불러 주시고, 집회도 함께 하면서 연대투쟁을 해주셨어요.

그런 걸 보면서 한 투쟁, 한 투쟁이 결합되면 힘의 규모가 얼마나 커지는지 많이 느꼈어요. 이렇게 연대가 굳건하다 보니 학교가 쉽게 탄압을 못하더라고요. 학교가 투쟁을 탄압할 음모를 준비하면 학생들, 노동자들 어느 한 쪽으로 정보가 새어 나가서 모두에게 공유가 되고 공동으로 대응해서 막아내고 그러다 보니 학교가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상대하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깃발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깃발 ⓒ 김태현
   
- 노학연대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셨나요?
"2012년에 활동의 계기가 만들어졌어요. 제가 동국대 식품공학과 소속이었는데요, 당시에 학교에서 저희 과를 일산으로 강제로 이전시키려고 해서 집회도 하고 피켓팅도 하고 단식도 하고 이런저런 투쟁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분들이 투쟁하는 학생들을 응원해주시고, 챙겨주시고, 피켓팅 하는데 음료수도 사다 주시고 하면서 연대의 마음을 보내주셨어요. 그리고 겨울에 천막농성을 하면서 단식을 할 때는 여러 투쟁사업장에서 방문해서 걱정해 주시고 팁도 알려 주시고 정말 힘들어서 지칠 만도 한데 그럴 시간 없이 계속 함께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했어요.

이렇게 노동자들의 연대를 받으니까 학생문제에만 집중 되어있던 시선이 주변으로, 학교의 다른 구성원들로, 학교 외부로 넓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런 다음부터 노학연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먼저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게 아니고, 오히려 노동자분들이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셔서 노학연대 활동을 할 계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 정말 큰 경험이었네요. 활동하시면서 기뻤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만큼 힘든 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노학연대 활동을 하시면서 어떤 점이 힘드셨나요?
"이 답변은 대학원생 노조에도 통용될 수 있겠네요. 학교가 악랄(?)하게 탄압하는 건 크게 타격이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그걸 역이용해서 외부에, 학생들에게 알리면 그게 더 큰 동력이 되어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이잖아요.

그런데 가장 힘들었던 건 실제로 연대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데에서 오는 허탈감이었던 것 같아요. 온라인 공간에서 '응원합니다', '연대합니다' 하며 함께 해주시는 분들은 많은데 딱 거기에서 멈추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나와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매우 적은 것, 그런 게 좀 많이 힘들었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커져가는데, 소수의 활동하는 사람들한테 업무가 다 몰리니까 할 일은 많아지고, 책임은 커져가는 거죠. 그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소수의 활동가들이 고생하고 지쳐가는 걸 보는 게요. 어느 조직이든 참여와 지지가 단지 좋아요를 누르거나 돈을 후원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그 기대는 점점 실현되기 어려울 거예요. 무언갈 쟁취하고자 한다면 일단 발을 떼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학연대 하면서 특히 힘들었던 건 노동자들의 분열을 보는 거였어요. 청소노동자 분들이 파업을 했을 때, 보통 파업을 하면 학교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쓰레기를 안 치우잖아요? 그런데 그때 학교에서 어용으로 세운 다른 노조의 노동자들이 그 쓰레기들을 치우는 모습을 보면 노동자들이 둘로 분열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마음 아팠어요. 그렇게 청소된 학교를 보면서 깨끗하다고 좋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 대학원생 노조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히 어렵거나 힘들었던 점이 또 있으셨나요?
"여태까지 말했던 것들과 비슷해요. 저희 노조의 고질적인 문제는 전국 단위 노조라서 해야 될 일은 많은데 인원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거예요. 1기 집행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도 거의 사람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었는데, 2기에도 계속 그런 상황이라 요즘 이 문제를 개선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대학원생 노조를 교수와 싸우는 집단으로 오해하고 경계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에요. 대학원생 노조가 단지 대학원생을 착취하는 교수를 공격하기 위한 조직은 아니거든요. 거의 맞긴 하지만, 오히려 교수들에게 부여된 부당한 의무와 불합리한 위계를 함께 타파할 수 있는 연구노동 집단의 동료로서 대학원생 노조가 있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러니 소속 대학원생들에게 대학원생 노조 가입하지 말라고만 하지 마시고 오히려 가입을 권유해 주시는 건 어떠실지 이 자리를 빌어 교수님들에게 제안하고 싶어요."

- 지금까지 너무 힘든 이야기만 했는데요, 대학원생 노조 활동을 하시면서 뿌듯하셨거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일단 최근에 하나 뿌듯했던 게 있어요. 저희가 노조 초창기부터 강사법 투쟁에 연대하면서 활동해왔어요. 저희 대학원생 중에서도 강사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강의를 하지만 대학원생의 신분을 지닌 분들은 경력으로나 제도로나 강사 채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거기에 작년부터 강사법 개정안의 적용을 회피하려고 학교에서 강사들을 대량 해고할 때 우선적으로 해고 대상이 된 게 대학원생(비박사) 강사들이었어요. 흔히 '학문후속세대' '신진연구자'라고 말하더라고요. 강사법 개정안에 따른 손실과 공개채용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대학들은 면접이나 강의의 내용보다는 강의나 논문 실적의 양적 지표만을 활용하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신진연구자들은 자리를 얻기 힘들어져요.

그래서 저희가 '강사법 매뉴얼 TF'에서 신진연구자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채용 전형을 분리해서 비교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구성했습니다. 비록 아직은 대학에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학계에 신규로 진입하는 연구자들의 안전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죠.

그리고 정부에서 해고된 강사들의 생계를 보전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강사 지원 사업을 몇 가지 열었어요. 여기에도 지원 대상과 내용을 보면 박사 졸업 이상, 박사 학위가 있는 강사들에 한해서 강사법 시행으로 해고된 강사들을 대상으로 1년 연구장려금을 지원해주겠다는 얘기였어요. 그래서 이런 협소한 지원기준을 확장하기 위해 강사들과 공동대응을 해서 박사 학위가 없어도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끔 지원대상을 확장시켰어요.

덕분에 원래 기준으론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저희 조합원들도 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었어요. 진짜 제 일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왜냐면 이 분들은 모두 노조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신 분들이기도 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노조 활동을 하면 탄압을 받거나 손해라는 인식을 깨고 자기 권리와 성과를 직접 쟁취한 거잖아요. 존경스럽고 기분이 정말 좋았고 조합원들 권익을 제대로 지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교수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서울대 교수가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 ⓒ 서울대저널

- 그런 인터넷 밈 있잖아요. 교수가 코끼리 넣는 방법이 대학원생에게 "이거 넣어놔"하는. 이렇게 대학원 생활이 몹시 힘들다는 현실을 반영한 밈이 웃음 소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밈에) 거의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공감할거고 저도 공감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어떤 국회의원이 근로자의 정의를 이렇게 바꾸자는 안을 냈더라구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 이렇게 해놓고 괄호 치고 '대학원생 포함한다' 이렇게요. 이걸 보고 원래 대학원생은 사람이 아니었냐? 하는 반응이 있더라구요.

실제로 대학원생들이 도구처럼 취급받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까 대학원생들의 노동조건이 굉장히 열악했죠. 올해 초, 코로나가 한창 창궐할 때 포스텍 건물에 확진자 동선이 겹친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 건물을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했는데, 교수가 자기는 안가면서 대학원생에게 가서 실험을 하게 했다는 거예요. 대학원생을 실험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할 수는 없지요.

이런 인식, 문화, 사건들이 지금껏 당연한 듯이 지속되어왔는데, 대학원생들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대학원생노조 활동도 그 일부라고 할 수 있고요."
  
- 앞으로의 대학원생 노조 활동 계획을 여쭤봐도 될까요?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두려움 때문에 부담을 느껴서 가입을 망설이는 대학원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해, 더 많은 대학원생들을 만날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학술네트워크를 대학원생 노조 주도로 구축해내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자기 전공에서 뭘 공부해야 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예비)대학원생들이나 연구자들이 부담없이 찾아와서 선후배 네트워크 교류도 하고, 자기 과에서 못 하는 연구를 다른 과 사람들과 모여서 할 수 있는 그런 학술연구의 장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투쟁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노조와 가까워지고,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유입 루트가 다양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우산이 커져야 더 큰 것들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국회 입법 활동이에요. 올해 코로나로 인해서 외부활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다행이 이걸 계기로 내부 조직, 정책을 많이 정비했어요. 20대 국회에서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사안으로 다양한 법안들이 올라갔는데 이분들이 통과는 안 시키고 계류만 시키다가 흐지부지 끝나면서 어물쩡 넘어가더라고요. 이번엔 대학원생 권리 보장을 위한 법안들을 추가해서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전력투구할 계획입니다.

노조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교섭의 길을 뚫어내는 것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노조가 노조로 인정받고 있기는 한데 대학원생의 노동의제나 요구안이 너무 파편화되어 있어서 이걸 종합하고 개별 대학들을 상대로 교섭을 신청할 만한 전략이나 계획이 아직은 마련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당장은 다른 방향으로, 교육부나 노동부를 상대로 노정 교섭의 길을 뚫어보려고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 진행 : 강건 박혜리 이가영 / 기사 작성 : 강건 / 책임 편집 : 박혜리
이 기사는 레디앙에도 실립니다.


#나침반#대학원생노조#노학연대#노동#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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