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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우편물을 우편함에 배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우편물을 우편함에 배달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비가 많이 오면 바닥에 물기가 있어서 더 위험해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하지만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죠."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한 지난 9월 7일 아침. '태풍의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이 예상'된다는 재난안전문자가 휴대전화를 수차례 울렸지만, 충남 예산우체국 집배원들은 어김없이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이날 충남 예산 지역은 평균 100㎜에 가까운 비가 내렸고, 우산을 쓰고 있기 어려울 만큼 세찬 바람이 불었다.

"거리에 나갈 수 없을 만큼 기상 여건이 악화하지 않는 이상 평소대로 근무해요. 재량껏 하라지만, 이 정도 태풍엔 그냥 일을 합니다."

집배원 A씨 말이다. 이들은 비바람에 오토바이가 넘어져 타박상을 입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등 부상을 당해도, '티 내지' 않는다. 업무 중 사고가 나면 공상처리해 병원입원비나 통원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지난해와 올해 처리 건수는 '0'이다.

"병원은 잘 안 가요. 입원해야 하거나 몸을 못 움직일 정도가 아니라면 약 바르고, 붕대 감고 배달을 계속합니다. 사명감으로 견디는 거죠. 그래도 우리 우체국은 늘 안전을 강조해 다른 지역보다는 부상이 적은 편이에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체국 경영평가에서 공상처리를 반영해 많을수록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신청하려면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였다. 지금은 평가항목에서 제외했지만, A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밥 한 끼 편히 먹지 못하는 이유 

집배원들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몇 해 전, 기자가 등기우편물을 전한 한 집배원에게 인사차 '점심은 드셨냐' 물었더니 그는 "저희는 (점심은) 거의 못 먹어요"라며 곧바로 오토바이에 올라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이 일화를 전하자 A씨는 "배달할 물량이 많아 식사는 짬이 날 때 요령껏 해결해야 해요. 보통 10분 안에 먹고 일어납니다. 빵으로 떼우는 집배원들도 있고요. 마음이 급하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력산출 기준인 우정사업본부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은 등기를 포함해 평균적으로 우편물 1개를 전달하는 데 드는 시간을 10~20초 정도로 잡아놨어요. 이 자체로도 촉박한데, 현장에선 변수가 생겨 실제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죠"라고 토로했다.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정확한 현장조사를 통해 관련 제도를 적극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우체국은 올해 택배업무를 전담하는 '농어촌소포배달원(상시계약집배원)' 10명을 신규채용해 기존 주6일에서 주5일 근무가 가능해졌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군내에서 근무하는 집배원은 모두 60명이다.

우체국 관계자는 "집배원들이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고 있다. 안 그래도 진단시스템이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와 본부 차원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공감했다.

언제가 될까?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는 집배원들이 여느 직장인들처럼 동료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따뜻한 점심 '한 끼'를 할 수 있는 날이.

우리도 그들을 만났을 때 미소 지으며 "고맙다", "고생하신다" 인사를 건네면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집배원#집배원 여건#우체국 택배업무#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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