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수사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로 진행되는 내년 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내 경쟁구도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후보로 거론되는 이언주, 유재중, 이진복, 유기준, 박민식 전 의원, 장제원 의원 등에 이어 서병수 의원과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까지 무려 8명 이상의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다.
성추행 오거돈 사퇴로 치러질 보선에 너도나도 '후보'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다. 직원 성추행을 인정한 오 전 시장이 지난 4월 물러나면서 현재 부산시는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당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행과 그로 인한 사퇴는 야당 입장에서는 기회다. 20대 총선,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에서 잇달아 민주당에 패배한 국민의힘은 부산시장직을 반드시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힘에서 거론되는 부산시장 후보군의 특징은 '올드보이'다. 새인물보다는 대부분이 다선 의원인데다 지난 선거에서 낙선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보선 공천 판을 짜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후보 조건으로 '참신성'과 '전문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마평에 오른 이들은 이중에서도 '참신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가장 최근 출마를 시사한 인물은 서병수 의원과 박형준 전 선대위원장이다. 전 부산시장이자 5선으로 당내 최다선 현역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16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의 사정과 지역주민 의사가 우선이라고 했지만, "정치는 언제든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느냐"에 대한 우회적 답변이었다.
각종 TV 패널 출연으로 인지도가 있는 박형준 전 선대위원장은 최근 부산에 사무실을 내는 등 사실상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17일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 전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부산을 회생시킬 안목·역량있는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입장이다.
박 전 위원장처럼 원외 후보군인 이언주, 이진복, 유재중, 유기준, 박민식 전 의원 등은 미디어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일부는 각종 정치적 현안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한다.
원내는 공식화 자제... 원외는 물밑경쟁 치열
행동하는자유시민 공동대표인 이언주 전 의원은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SNS와 유튜브 등에서 지지세를 확장하고 있다. 오 전 시장 사건, 정치적 사안마다 날이 선 글을 올리며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운다.
다선 의원이었던 이진복, 유재중 전 의원은 각각 '정상화 포럼', '가유포럼'을 구성한 데 이어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현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민식 전 의원도 이번 주만 여러 건의 글을 올리며 '페이스북 정치'에 한창이다. 최근 그의 글은 추미애 법무장관 논란 등에 특히 집중됐다. 유기준 전 의원은 SNS보다 실제 활동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그는 부산미래발전연구소를 설립하고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18일 '부산혁신포럼' 발족을 앞둔 현역 장제원 의원도 계속 하마평에 오른다. 장 의원 본인은 보궐선거 출마에 선을 긋고 있지만 지난 총선 거리유세에서 "3선에 성공하면 부산시장 한 번하고, 대통령도 하고 싶다"고 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경쟁적으로 후보군이 형성되는 것은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야당에 매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이유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중앙 정치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부산의 경우는 야당의 승리를 점치는 관측이 대다수다.
더구나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었던 김세연 전 의원이 9월 초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자 국민의힘 내에 다자구도는 물론 지지세 확보를 위한 신경전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