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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자 연합뉴스 <바늘로 100번 찔러도 90도 열에도 끄떡없는 코로나바이러스> 기사 캡처
20일자 연합뉴스 <바늘로 100번 찔러도 90도 열에도 끄떡없는 코로나바이러스> 기사 캡처 ⓒ 네이버 뉴스
 
주요 언론이 외신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바늘로 찔러도 터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사실상 오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일 연합뉴스 등은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헝가리 세멜바이스대의 미크로스 켈러마이어 박사팀의 연구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인용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바늘로 100번 찔러도, 90도 열을 가해도 죽거나 모양이 파괴되기는커녕 곧 원상회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 입자를 미세바늘로 끝에서 끝까지 찔렀지만 모양이 찌그러질 뿐 바늘을 빼면 다시 원상회복했다고 밝혔다"라며 "바이러스 중 최고의 탄성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파리 유전학자'로 알려진 김우재 박사(바이러스학 전공)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들이 인용한 홍콩 사우스 모닝 포스트지의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작 이들이 인용한 논문에는 바늘(needle)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콩 사우스 모닝 포스트지와 달리, 미크로스 켈러마이어 연구팀이 bio Rxiv이라는 사이트에 올린 논문에는 '바늘'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나노 기계 조작(nanomechanical manipulation)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연구팀이 첨부한 자료사진을 보면 뾰족한 기계로 바이러스를 찌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미세 바늘'이라는 설명은 없다.

 
 헝가리 세멜바이스대 미크로스 켈러마이어팀이 bio Rxiv에 올린 <Topography, spike dynamics and nanomechanics of individual native SARS-CoV-2 virions> 논문 중 일부
헝가리 세멜바이스대 미크로스 켈러마이어팀이 bio Rxiv에 올린 논문 중 일부 ⓒ bio Rxiv
 

김 박사는 "홍콩신문사의 기사를 찾아보면 정말 바늘 needle 이라는 표현이 나온다"라며 "연합뉴스 기자의 잘못은 그 기사를 직역한 죄밖에 없으며, 다른 국내 언론의 잘못은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베낀 죄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문은 SARS-Cov2라는 바이러스 파티클의 물리화학적 특징을 실험한 결과물"인데 "추측을 해보자면 헝가리의 연구책임자가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바이러스 껍질의 물리적 성질을 검사한 실험방법을 주사기 바늘로 찌른다는 식으로 비유한 게 아닌가 싶은데, 그걸 홍콩 신문사가 그대로 실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대체 한국 신문사들은 bioRxiv에 실리는 프리프린트와 엄격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차이도 모르는건가. 게다가 외국 신문의 기사를 베낀다고 그 원본 논문은 검증도 안 하는 건가"라며 언론사들을 비판했다.

프리프린트는 아직 학술지에 나오지 않은, 동료 평가(Peer Review) 없이 온라인에 게재되는 '출판 전 논문'을 뜻한다. 공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박사는 "한국 언론엔 과학저널리즘은커녕 과학을 다룰 능력이 아예 없는 것 같다. 바이러스에 바늘이라니, 이건 과학이 필요한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라며 한국 언론을 강하게 비판하며 글을 마쳤다.

#코로나19#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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