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세대·고려대·인하대 등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13일 오후 국가고시 거부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얻지는 못했다. 국시 거부 의대생들의 재응시를 불허한 정부에 대한 비판 동조 그리고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말 정도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사태의 원인제공자가 정부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당사자들과 소통 없이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정책 등을 밀어붙여 이 사태를 만들었다'는 기존 주장과 같은 얘기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지금 원인제공자(정부)가 문제를 풀 생각을 안 해서 의료인 수급에 지장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실질적으론 (의료인 수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도 과거에 짧은 기간이지만 보건사회부 장관을 해봐서 의료계 실정을 파악하고 있다"며 "(국시 재응시를 불허하면) 일반 상식으로도 의료인 수급이 어떻게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종인 "상식으로도 의료인 수급 판단 가능한 문제인데..."
병원장들, 국시 거부 의대생 두고 "오리알처럼 남았다"... 선처 호소
이에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은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십사 해서 오늘 위원장님을 뵙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응시 불허로) 내년에 예정됐던 의사 2700명이 배출되지 못하면, 의료시스템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서 "인턴 대부분이 수도권·대형병원으로 가서 지방의료·필수의료가 (인력공백으로) 굉장히 위태로워진다"고도 주장했다.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도 "이미 병원에는 선배들이 다 복귀했고 (국시 거부 의대생들만) 그야말로 오리알처럼 남았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다른 국가고시와의 형평성 문제나 의사한테만 특혜를 주냐는 여론 때문에 복지부도 의료 공백 심각할 걸 알면서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해법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국시 거부 의대생들의 재응시 문제는 정부와 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조금 더 정부와 절충하면 좋을 듯하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도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이 사태를 국민들이 소상히 알지 못하는 만큼 재응시 이해당사자가 누구이고 왜 필요한지 등을 잘 설명해야 한다"며 "위원장과 힘을 합쳐서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드린다,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대화에서도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배준영 대변인은 "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방안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중요하지만, 여당의 입장도 중요하고 정부·여당과 협조해서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나"는 질문에는 "정부·여당에서, 청와대에서 통 크게 의료정상화 해야 되잖나"라며 "여당에서도 통 크게 (재응시를) 받아들이게 야당 입장에서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