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학 영안그룹 회장의 탐욕으로 생기가 넘쳐야 할 공장이 난민촌으로 변했습니다. 천막 생활 10일, 가족들을 못 본 지도 10일째네요. 그립고요. 저녁에 천막에 둘러앉아 얘기하다가 눈시울을 붉히는 조합원이 많습니다. 힘든 일이 많지만, 얘기를 못하겠어요. 더 힘들어질까 봐..."
이병진 대우버스 지회 기획실장은 말을 맺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그가 삼킨 눈물과 울분의 뜨거운 덩어리를 느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월 4일, 354명이 해고된 대우버스 울산공장에는 40여 동의 천막이 늘어섰다. 한 천막에 8~9명이 모여 생활한 지 10일째인 10월 14일,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대우버스 울산공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오후 7시 30분에 시작한 결의대회는 대회사와 조합원들의 발언, 투쟁 물품 전달식, 결의를 북돋우기 위한 공연으로 꾸몄다. 특히 경북 구미에서 투쟁하는 아사히 비정규직 지회 몸짓패 '허공'이 함께 해 힘찬 몸짓으로 연대의 정을 전했다.
사회를 맡은 주선락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 올해도 우리는 노동 개악과 해고 앞에서 삶을 위협당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버스 노동자들의 투쟁 결의가 강하고 이를 지지하는 연대의 마음 또한 완강하다"라며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지만, 민주노총답게 투쟁해 대우버스 노동자들이 승리하는 날까지 함께 합시다"라고 외쳤다.
대회사를 한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직무대행은 "대우버스와 이스타 항공 등 코로나19를 빌미로 한 정리해고가 일상화될 위기다. 노동자는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기에 자본의 살인적인 탐욕을 멈춰야 한다"라며 "민주노총은 어려울 때 더 강하게 단결하고 더 크게 투쟁했다. 대우버스 노동자들 만의 외로운 투쟁이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으로 정리해고 박살 내자. 절망을 딛고 희망을 만드는 그날까지 우리가 함께 싸우자"라고 호소했다.
정규직 3년째인 이봉석 현장지회 조합원은 "추석 연휴 기간에 회사가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을까 마음 졸이며 기다렸는데 결국 이 상황이 됐다. 우리가 만든 버스를 사겠다는 사람에게도 팔지 않으면서 경영상의 이유 운운하는 것이 억울하다"라며 "백성학 회장이 놀라도록 투쟁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2006년 입사해 4살 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대우버스 노동자 이수연 사무지회 조합원은 "내 인생에 이렇게 억울한 해고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잘 못한 것 없이 그저 회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속수무책으로 해고를 당했다"라면서 "날씨도 추운데 공장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동지들을 보면 마음이 뜨겁다. 복직하는 날까지 싸우겠다"라고 힘차게 말했다.
한편 대우버스 노동자들은 울산공장뿐만 아니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도 천막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응원의 물품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연대의 손길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승리했다'는 보고로 답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 세계에도 게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