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초코, 하와이언 피자, 고수...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들입니다. 남들은 이해 못하지만, 내겐 '극호'인 독특한 음식들을 애정을 듬뿍 담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민트초코를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딱히 별생각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예전에는 그랬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라서 좋다고 말했을 뿐인데....
언젠가부터 '민초단'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더라. 그전까지는 민트우유도 잘만 먹고, 민트초코가 들어간 아이스크림도 곧잘 먹었는데, 인터넷 상에서 '민트는 치약 맛이다', '치약이 민트 맛인 것이다'로 논쟁하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민트초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민초단'이자 '평냉파'이자 '고수 러버'인 나
그러나 이 글에서 당당히 밝힌다. 나는 '민초단'이다. 민트가 치약 맛인지 치약이 민트 맛인지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며, 그럴 시간에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먹겠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가끔 카페에서는 민트초코를 이용한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사람들이 '민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슬퍼질 때가 있다.
그뿐인가? 나는 '평냉파'이기도 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긴 대기줄을 감당할 수 없어 평양냉면(아래 평냉)을 먹으러 간 기억이 거의 없는데, 2년 전쯤부터 서울의 유명한 평냉 식당을 '도장깨기' 해보겠다고 다짐을 했더랬다. 평냉은 또 '걸레 빤 물'의 맛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심술이 나서는 '그래서 걸레 빤 물을 마셔 봤다는 거냐'고 쏘아주곤 한다.
평냉이 무슨 맛이냐고 묻는다면 '슴슴하다'라고 말해준다. 참고로 이 글을 쓸 때 '슴슴하다'라고 쓰니까 한글 맞춤법 검사기에서 '심심하다'라고 고치라고 지정하던데, 평냉은 슴슴한 맛이지, 심심한 맛이 아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직접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여태껏 가본 식당 중에 가볍게 갈 수 있었던 곳은 종로 3가역 근처에 있는 '유진식당'이다. 평냉 마니아라면 모를 수가 없다.
마니아들이 아니면 굳이 즐겨 먹지 않는 이 음식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그야말로 '붐'이 일어났다. 2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한때의 유행이었던 것 같다.
평냉 한 번 먹어보겠다고 물밀 듯이 모여든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덕분에 평냉 마니아인 나는 줄을 덜 서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전에는 갑자기 줄이 늘어나더니 못 먹는 경우가 꽤 있었다. 늘 즐기던 마니아들만이 굳건히 남아 평냉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적 특유의 냄새와 맛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왜 '들었다'라고 말하냐면, 나는 이전에는 '고수' 마저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유의 냄새와 맛 때문에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히 가족들 중에 나를 빼고 모두가 고수를 좋아하지 않아서, 졸지에 독특한 입맛의 소유자가 되었다.
그래서 하와이안 피자는 뭐가 맛있는데?
이렇게 말하면 보편적이지 않은 입맛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나조차도 아직 먹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음식이 있다. 바로 '하와이안 피자'. 파인애플 토핑을 올린 피자인 것인데, 사실 맛이 상상이 잘 안 간다.
흥미롭게도, 검색창에 '하와이안 피자'라고 검색했을 때 바로 처음에 완성되는 키워드는 '하와이안 피자 극혐'이다. 민트초코도, 평냉도 차지하지 못한(?) 악명인 것이다. 파인애플을 구우면 단맛이 강해진다는데, 그래도 여전히 시도하기가 꺼려진다.
그런데 민초와 평냉이 그랬듯, 하와이안 피자 역시 마니아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내가 민초와 평냉을 남들에게 권하는 것처럼 하와이안 피자를 권하는데, 그때마다 '너무 악랄하다'는 말이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로, '독설'을 날리기로 유명한 영국의 셰프 고든 램지가 파인애플 피자를 두고 혹평을 한 게 인터넷 밈으로 돌아다니기도 했을 정도다. 파인애플 피자는 이젠 음식이 아니라 인터넷 놀이문화의 일종이 되어버렸다(관련 기사 :
이탈리아에선 범죄 수준이라는 이 피자, 저는 '극호'입니다만). 나도 언젠가는 먹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민트초코나 평냉처럼 즐겨 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