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 "평검사들 그 정도 패기 없이 범죄자들 잡아넣겠나. 장관이 경청하고 큰 품으로 안아주고. 300명 검사들이 다 검찰개혁에 저항하진 않는다. (저는) 검찰 개혁이 가고자하는 길 맞다 본다. 다만 (장관이) 무섭게만 하면 안 된다. 아버지 역할만 하면 안 되고 어머니 역할도 해야 한다. (검찰개혁이) 소프트랜딩 되도록 그 역할까지 해 달라."
내내 얼굴이 굳어있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장 의원의 말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좋은 말씀 들어 감사하다"며 "검사들과 잘 소통해 개혁에 동참하도록 분위기를 잘 다독이겠다"고도 했다. 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안 심사회의에서다.
추 장관의 부드러운 답변은 여기까지였다. 이른바 검사들의 '커밍아웃'으로 이어진 '사이버 검란'에 대한 입장이었다. 이날 회의에선 예산안 논의보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서 제기된 다수 검사들의 집단 반발부터,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점화된 메시지 대결이 테이블 위를 오갔다.
"총장이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중립 의무 지키도록 지휘감독할 책임 막중"
추 장관은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신임 부장검사 대상 강연에서 한 발언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역사적 정신에 반한 것" 등의 표현을 덧붙이며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특히 윤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한 대목과 검찰 제도의 역사적 기원을 들어 "프랑스 혁명"을 꺼낸 것에는 긴 시간을 할애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의 지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를 꺼내 이는 윤 총장이 말하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입장에서는 자녀 입시 관련 표창장 사건이 무슨 권력형 비리도 아니다"라면서 "(그런 수사로) 정권 흔들기, 정부 공격에 민주적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장관은 총장이)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중립 의무를 지키도록 지휘 감독할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명박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꺼내들기도 했다. 추 장관은 "다스 소유주에 대해 검찰 스스로 수사했으나 결국 13년 만에 법원의 판단으로 단죄됐다. 당시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사실 유착을 한 것이고,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준 검찰이 아닌 면찰이었다"라면서 "(지금은) 검찰 스스로 정치를 한다는 국민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검찰의 역사를 거론한 것에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을 망각한 채 차용한 건 상당히 유감"이라며 비판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이야말로 혁명 대상인 구체제(앙시앙레짐)라는 주장에 대한 답이었다. 추 장관은 "공익 소추관으로 출발한 검찰제도는 국민을 위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지, 검찰의 이익을 위한 힘 과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당 '권력 수사' - 여당 '청부 수사'... 윤석열 수사 향한 두 가지 시선
야당에선 현 정부서 진행된 윤석열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 수사' 예를 꺼내들었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이나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추 장관의 기준에서 "바람직한 권력수사가 아니냐"는 반박이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장관이 말하는) 순수한 의미의 권력형 비리 수사가 아닌가."
추미애 : "그게 무슨 권력형 비리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 정당 대표로서 시스템 공천으로 선거 과정을 지휘했는데, 공약 몇 개로 선거판을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에 동의할 수 없다."
전주혜 : "옵티머스 정관계 로비수사,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아닌가."
추미애 : "살아있는 권력이 개입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 없고. 그렇게 단정하면 국민들이 오해한다."
추 장관은 아들과 관련한 질문엔 "그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빨리 출범시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이 서울동부지검이 대검찰청의 보완수사 요구에도 무혐의 결론 내린 사실에 '불공정 수사'라고 지적한 대목에서다. 추 장관은 더 나아가 "이제 (야당에서) 좀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참 답답하다. 이게 무슨 예산과 관련 있다고 재론하나"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반대로 여당은 줄곧 윤 총장을 직격했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대검 특별활동비 배정을 검찰총장 맘대로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특별활동비 증감 내역을 자료 제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특활비는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대검에서 일괄 받아 가므로 총장이 임의 집행한다"라고 답했다.
신동근 의원은 국민의힘 고발로 대전지검이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 조작 사건 관련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 "윤 총장이 지난달 29일 대전지검을 방문하자마자 자신의 직계라 볼 수 있는 형사5부장에 배당해 청부 수사를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하지 않을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