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에 없던 순간을 매일 마주하고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요즘,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거대한 기후 위기와 예측할 수 없는 전염병 앞에서, 그저 무력하게 손 놓고 있어야 할까요? 그럴 순 없죠!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찾아나서려고 합니다. 시민기자가 되어 같이 참여해 주세요.[편집자말] |
나는 자연드림의 조합원이자 활동가이다. 지난 20년 동안 자연드림은 우리 쌀과 우리밀 살리기 운동뿐 아니라 환경 운동에도 적극 앞장서 왔다. 최근 코로나 19로 플라스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비대면 활동, 간편 소비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자연드림은 지구의 건강을 위해 플라스틱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으며 전국에 있는 각 조합의 활동가와 조합원들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하면서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한다. 일단 플라스틱 병은 깨끗이 헹구어 라벨을 제거한 후 버려야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라벨을 제거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의 라벨은 본드로 붙여놔서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비접착 고정식 라벨은 점선을 따라 찢으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비접착식으로 다 바꾸면 좋을 텐데 대부분의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반값인 접착식 라벨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 3개월간 한 유리용기 회사의 협찬으로 라벨을 제거한 페트병 2개를 가져오면 유리용기로 바꾸어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조합원들의 큰 호응을 얻어 생각보다 빨리 유리 용기가 소진됐고, 이벤트가 종료됐다.
우리가 매주 금요일 사무실에 모이는 이유
자연드림처럼 비영리 단체는 이익이 발생하면 조합원에게 어떤 식으로든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접착식 라벨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모든 제품의 미세 플리스틱 0%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10년간 내가 자연드림 조합원으로 매장을 이용하고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었던 것은 환경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언제나 앞장설 뿐 아니라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작년 4월부터 '바른생활 실천운동'이 시작되었다. 바른생활 실천운동이란 우유팩은 깨끗이 씻어 가위로 잘라 펼친 후 말리고, 테트라팩은 펼쳐서 헹구어 말리고, 생수병 뚜껑을 모아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매장으로 (지금은 코로나로 조합 사무실로 장소를 옮겼다) 갖고 가서 모으는 환경 운동이다.
우유팩과 테트라팩의 개수에 따라 화장지로 바꾸어 주고, 생수병 뚜껑 30개당 생수 1병으로 바꾸어 주는 쉽고 간단한 환경 운동이다. 생수병 뚜껑은 '세상을 바꾸는 마개(세바개)'가 되어 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정수 시설을 설치하는 데 쓰인다. 좋은 일에 쓰이니 모으면서도 뿌듯하다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포기하고 우유 팩과 테트라팩을 비닐에 마구 쑤셔 넣어 온 조합원들도 이제는 차곡차곡 모아 개수를 세어온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조합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코로나 때문에 열을 재야 하고 소독을 해야 하니 활동가들도 더 필요했고 더 바빠졌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웃으며 즐겁게 하고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활동가들이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 것인데 잘 모르는 조합원들은 직원처럼 대할 때가 있다. 나는 이런 자원활동을 다른 곳에서도 해봐서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알고 있고 관심도 있지만 움직이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을 자연드림 활동을 하면서 느꼈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경험, 나를 성장시키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고 바뀌지 않는 세상에서 결국 불행해지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조금 귀찮고 남의 시선이 불편해도 무엇인가 가치 있는 일에 관심을 갖고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이고 글을 꾸준히 쓰다가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다. 그 이전에 자연드림에서 직책을 맡고 활동을 했었다. 조합원들 상대로 교욱도 하고 어린이교육팀을 이끌며 방학 때마다 '공정무역 수업' '식품안전교육 수업' 등 많은 수업들을 팀원들과 함께 기획했다. 환경에 관심도 없었고 부끄러움도 많던 내가 지금 이렇게 변화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드림의 수많은 활동 덕분이었고 주변에 의식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좋고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자부심도 크다. 직책을 맡고 일을 할 때는 책임감에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떠나고 보니 열정적이었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이제는 후배 활동가들을 응원하며 '바른생활 실천운동' 한 가지라도 돕고 싶어서 시간을 쪼개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해, 내 자녀를 위해, 더 나아가 다음 세대를 위해 귀찮더라도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 어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