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0일 오전 11시 15분]
"도둑질 하더라도 좀 안 들키게 해야 하는데, 너무 어수룩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은 아무 말씀이 없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결과에 대해 한 말이다. 지난 17일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은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던 검증위 내 일부 인사들이 여권의 '김해 신공항 백지화=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에 '우리의 뜻과는 다른 결론'이란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나선 것에 근거한 비판이다.
주 원내대표가 내세운 구체적 근거는 이날 보도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의 검증위원 인터뷰 발언이다. 김수삼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검증위 발표는) 김해 신공항을 못 쓴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우리 뉘앙스는 보완하고 쓸 수 있으면 김해 신공항으로 가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익명의 검증위원도 "검증위에서 가덕도의 '가' 자도 안 나왔다"면서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권력의 힘으로 그냥 내리 눌러서 어떻게 하려고 그런 정황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증위원들은 정부의 자료가 너무 불충분했고 여권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전략에 들러리를 선 것 같다고 증언했다"며 "감사원 감사가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어떤 불법이 있다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까지 김해 신공항에 문제가 없다고 했던 국토부도 (검증위 결과 발표 후) 말이 없는 '무정부 상태'"라며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오거돈 성추행 선거'에서 '신공항 선거'로 바꾸기 위해 국가정책이나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혼란을 야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총체적인 무책임, 거짓말, 부실 이런 게 압축된 사건이다"며 "철저히 들여다보고 검증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지도부와 논의없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 말려들어선 안 돼"
다만, 김해 신공항 검증위 결과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 등과 같은 주 원내대표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저지 입장이 당 전체의 입장은 아니다.
당장, 당 소속 부산 지역 의원 전원이 이날(20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표 발의자인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갑)을 포함해 서병수·조경태·김도읍·장제원·김미애·김희곤·백종헌·안병길·이주환·이헌승·정동만·전봉민·하태경·황보승희 의원이 참여했다. 법안 내용 역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및 실시설계 완성 전 초기 건설 공사 착수 등 여권의 '속도전' 전략과 비슷하다.
민주당도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발 특별법안을 환영하면서 '굳히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당론으로 특별법을 발의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특히 특별법 발의 이유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가덕 신공항을 추진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특별법) 내용 중 '과거 사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을 경우 그 결과를 준용한다'는 대목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 등을 주목한다"며 "민주당은 '합법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원칙으로 야당의 특별법 내용까지 잘 반영해 책임있게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던 주 원내대표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일이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지도부와 논의 없이 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라고 밝혔다. 또 "이것(가덕도 신공항)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 않고 던진 이슈인데 우리가 말려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해 신공항 검증위 결과에 대한 감사원 감사 청구 방식과 관련해선 "상임위를 통해 감사 청구 요청을 할 것이고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구할 것"이라며 "시민단체가 감사를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