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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매일 늘어나는 확진자 수로 1.5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한 상태임에도 거리낌 없는 신체접촉과 수시로 마스크 벗기 등의 두려움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잔뜩 긴장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심신이 지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시에서 반갑지 않은 안전 안내 문자 두 통이 연달아 왔다.

퇴근 후 걸려온 보건 선생님의 전화
 

 '○○○시 주민 3명 코로나19 확진. 방역 사항은 홈페이지, 블로그 참고 바랍니다.'
 

경기도 ○○○시는 최근 폭발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확진자 발생 안내 문자가 매일같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큰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또 어디서 나왔나' 하며 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느 지역인가 확인하려고 하니 접속이 되지 않았다. 요즘 요양원 등 유달리 많은 확진자가 나와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서 그런가 싶었다. 그러고 있는데 보건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시 문자 받았죠?"
 "네, 왜요?"
 "확진자 3명이 우리 학교 옆에 있는 A 미용실에서 나왔다고 해요. 3명 중 한 명은 옆 학교 학생이고요."
 "거긴 우리 애들도 많이 이용하잖아요? 큰일이네…."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정신을 차리고 학교방역 담당자로서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무엇보다 A 미용실 관련자 파악이 중요했다. 그래서 보건 선생님에게 말했다.

 "다들 집에서 쉬고 계실 텐데 죄송하지만, 담임선생님들께 반 아이 중에 A 미용실 방문한 아이가 있는지, 가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는지 파악해 달라고 하죠."
 "네. 선생님. 우리 학교에도 분명 A 미용실에 이용한 아이가 있을 거예요."
 "그리고 학부모 전체에게 이 사항을 문자로 보내죠."
 "네. 일단 그렇게 할게요."

 
 비가 내리는 속에 11월 19일 창원진해 한 학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비가 내리는 속에 11월 19일 창원진해 한 학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 윤성효


학교가 있는 곳은 읍소재지다. 대부분의 도농 복합지역이 그렇듯 문화시설, 학원, 마트 등 각종 생활 편의시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접촉이 빈번히 일어나고 그에 따라 감염 확산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래서 시에서 문자가 올 때마다 긴장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연일 계속되는 문자에 익숙해져 매일 확진자가 늘어나도 다른 지역이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이라니. 지역에서 3명이나 걸리고, 그것도 바로 옆 학교 학생이 걸렸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우리 학교에서 확진자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내일 학교에 가 좀 더 엄격한 방역 지도를 하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보건 선생님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3학년 학생 학부모 두 명이 A 미용실 이용으로 시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자가 너무 많아 내일모레나 나온다고…. 아이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른 아이들에게 감염 위험성이 있으니 체험학습 쓰고 등교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렇게 한대요? 나온다고 하면 막을 방법도 없잖아요? 그리고 무슨 결과가 나오는데 2~3일이나 걸려요?"
 "네. 다행히 그런다고 했어요. 발생지가 미용실이다 보니 검사자가 많기는 많은가 봐요."
 "그래도 그렇지…."


검사의 신속성과 정확성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K 방역의 우수성이 이 정도인가 의심스러웠다. 경제적 이유, 검사의 효율성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처럼 코로나19가 검사자 가족 중 학생이 있다면 좁고 접촉이 많은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더욱 신속하게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학부모와 아이는 '혹시 걸렸으면 어떻게 하지?' 하고 마음을 졸여야 하고, 학교는 결과가 음성이기만 바라고 있어야 한다니. 양성이면 그때야 같은 반 아이들 검사를 하고, 학교 전체 전수 검사를 하는 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었다.

 A 미용실 관련 또 한 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는 시의 문자가 오고, 2학년 학생 한 명이 A 미용실을 이용했는데 이상 증상은 없다는 보건 선생님의 연락이 왔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수시로 핸드폰을 열어 확인했다. 다행히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일상을 파고드는 3차 유행... 학교 방역 담당자가 해야할 일
  오늘(20일)은 비가 온 다음이라 엄청 추워진 날씨에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으로 잔뜩 긴장해서 등교 지도를 했다. 지도 후 부장 회의 시간에도 다른 선생님들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제부터 머릿속엔 계속 '어떻게 하지?'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스크 쓰기 강조와 아이들 신체접촉을 줄이기 위해 쉬는 시간 순찰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연일 계속되는 방역으로 지친 담임선생님들께는 죄송하지만, 검사 결과가 늦어도 내일은 나온다니 오늘만이라도 담임선생님들이 쉬는 시간마다 학급에 가서 아이들을 지도해 주시기를 말씀드렸고 다행히 그렇게 하기로 했다.

뉴스를 보니 확진자 수가 오늘은 363명에 이르고, 사실상 코로나 3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봄 1차 대구 신천지 발 유행 때는 전혀 준비되지 않고 코로나19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는 공포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8·15 집회 발 2차 유행 때는 어른들의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는 행동으로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로 힘들었다. 하지만 1, 2차 때는 그 지역만, 그 사람들만 조심하면 됐었다. 하지만 이번 3차 유행은 좀 다른 것 같다. 동네에서 머리를 깎고, 친구를 만나 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코로나가 전파되고 있기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상태가 쉽게 끝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 3차 유행도 우린 결국 극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위기 대응 방역이 아니라 상시, 생활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익숙해져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마스크 쓰기', '다음에 만나기' 등을 더 강력하게 실천해야 한다.

 학교방역 담당자로서 나는 전보다 더 자주 잔소리하고 따지는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분명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한 달 밖엔 안 남았다.
 

#코로나19 학교 방역#마스크 쓰기#생활방역#위기 대응#극복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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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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