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법동에는 따뜻한 동네 카페가 있다. 법동 전통시장 서문 초입에 위치한 하얀 인테리어와 노란 조명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그리고, 브런치 카페'가 그곳이다. 이 카페는 다른 곳들과 달리 독특한 느낌을 준다. 카페 입구에서부터 '대덕 에너지 카페'가 적힌 간판과 미니태양광 시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곳은 2019년 6월부터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덕구가 컨소시엄을 맺어 한국에너지공단의 지원사업을 받아 만들어진 '대덕 에너지카페 1호점'이기도 하다. 기존에 운영하던 상업공간('그리고, 브런치 카페')과의 계약을 통해 공간이 마련됐고, 지난해 6월부터 '대덕에너지카페'라는 공익공간을 융합해 운영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약 1년간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 교육,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그간의 이야기를 카페 운영자 장효진님을 만나 들어봤다.
- 이곳은 어떤 카페인가요?
"안녕하세요. 대덕구 계족산 줄기 아래 공기 좋고 조용한 골목상권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판매하는 '그리고 브런치 카페' 운영자 장효진입니다. 동네 수다방 같은 조용하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분위기의 카페예요. 또 멀리 나가야 접할 수 있는 브런치라는 음식을 가까운 동네에서 쉽게, 그리고 특별한 느낌으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에너지카페라고 하면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냥 소소하게 와서 따뜻하게 티타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어떻게 대덕 에너지카페와 함께하게 되셨나요?
"맨 처음 여기서 '그리고 브런치 카페'를 연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6~7년 전부터 빵집 아르바이트와 가게를 번갈아 하다가 이곳에 자리 잡았던 거예요. 여기에 온 것도 다 대덕 에너지카페와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봐요(웃음). 처음 6개월 정도는 기존의 카페가 자리 잡는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는 우연히 원래 저희 가게 단골손님이셨던 법2동 동장님을 통해 사업을 알게 됐어요. 마침 양흥모 활동가님이 동장님께 에너지카페로 할만한 곳을 찾고 있다고 하셨나봐요. 그래서 동장님이 마침 자기가 자주 가는 곳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그날 바로 모시고 오셨더라고요.
저도 저희 가게가 자연스럽게 홍보도 될 테니 여러모로 너무 좋았죠. 활동가님이 동장님을 만나서 저희 가게로 온 것들이 다 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대덕 에너지카페 지원사업에 인연이 닿아 계약했고, 사업은 2019년 6월부터 조금씩 연장이 되어 지금까지 이르게 됐어요."
- 동네 주민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원래 제 취미가 그림을 색칠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카페를 오픈하면 갤러리카페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고, 그래서 벽에 제 그림을 쭉 걸어뒀죠. 그때는 풍경이나 정물화를 많이 그려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어요. 그게 대덕 에너지카페가 들어오기 전이라면, 후는 조금 각지고 딱딱하지만 어떤 팩트가 있는 작품이잖아요. 퀄리티도 다르죠.
처음에 오셨던 여자분들은 제 그림이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어머, 그림 바뀌었네?! 어디갔어요?' 그러세요. 그 그림이 예뻤으니까, 사실 태양광 이런 건 관심이 크게 없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사진 참 멋있다~ 어디 아파트예요?'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는 잘 모르겠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사진에 별도로 설명들이 안 적혀있으니까, 그게 조금 아쉽긴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여기 오면 자판기(에너지 자판기)를 한 번씩 돌려야 하는거예요(웃음). 카드가 나오는 자판기인데, 카드가 섞여있으면 좋은데 그게 아니라서 같은 카드만 계속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면 애들은 자기가 원하는 게 나올 때까지 해야 되는 거예요. 여기에 넣어주시는 동전들이 모두 기부되는 거라고 하니까 성인분들도 간혹 호기심에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입구에 보이는 에너지절약제품 진열장은 원래 화분이 있었던 곳이었어요. 물품을 진열해서 팔 수 있게요. 거의 주부들이 많이 사가시더라고요. 이런 게 좋다고 듣긴 했으니 '온 김에 사갈까?' 하면서 사가시는 분들도 있고요."
- 이곳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셨나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뜨개질 같은 걸 하는 '바느질수다'가 기억에 남아요. 어느 날은 어떤 참가자분이 당일 배운 양말목으로 텀블러 가방을 만드셔서 저를 하나 주시는 거예요. 처음 하시는 분들은 헤매실만한 거였을 텐데, 그분은 두 개나 만드셔서 저를 하나 주고 가시는 거예요. 감사하게도요. 그 다음주엔 또 마수세미를 뜨셔서 하나 주고 가시는 거예요. 제가 만들어드렸던 채식 점심 너무 맛있게 드시고 간다고 하시면서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이거 하면서 비건에 관한 공부도 했어요. 샌드위치, 비빔밥 등이요. 덕분에 비건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됐죠. 뭘 넣지 말아야 하고, 식물성 중에 무슨 재료가 좋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했어요.
저는 사실 비건이 아니라서 고기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햄, 고기, 베이컨 이런 것들을 다 넣지 말라고 하니, 그러면 도대체 뭘 넣어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건 하면 보통 '맛없어'라고 생각하시잖아요. 저도 '아니 이걸 어떻게 맛있게 해드려야 하지'하고 고민 진짜 많이 했어요. 그래도 얼핏 비슷하게 해서 먹어봤는데 나쁘진 않더라고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힘들었긴 하지만요.
그 일 이후로 저희 카페 브런치 메뉴도 주 1회 월요일마다 비건으로 해서 채식비빔밥이나 이런 것들을 해보면 어떨까를 일단 생각만 하고 있어요. 그대로 파시라고 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저도 팔고 싶지만 소비가 많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우려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쉽죠."
- 에너지카페 지원사업을 하시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요?
"원래 맨 처음 오픈했을 때 카페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돌렸어요. 근데 이거 하고서부터는 제가 그걸 안해도 홍보가 된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신문에도 올라가고 그러니까 그 점이 좋았어요. 지인분들이 '이거 티브이에 나온 거 너희 가게 아니야?'하면서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아쉬웠던 점은 특별히 없는데, 오시는 손님들께서 간혹 색안경을 끼고 이 사업의 취지를 약간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아무래도 정치적 색깔이 뚜렷하신 분들이 주로 그러시는 것 같아요. 사실 에너지 절약이나 이런 것들이 정치적인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활동하시는 분들의 노력에 비해 뒤에서는 이런 눈길도 있으니 그게 제일 아쉬워요. 사실 저도 이거 하면서 많이 배우거든요. 에너지 절약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가치들을 많이 배웠고, 실천하려고 노력도 하고요."
- 대덕에너지카페 지원사업이 이제 마무리되는 시점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여기서 카페를 계속할 계획이긴 한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쉽지 않아서 고민이 많이 되죠. 에너지카페로 끝까지 같이 가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에너지 절약 물건들 같은 경우는 계속 두고 판매하고 두고 하고 싶거든요. 사진액자들은 여기에 계속 두실지 가지고 가실지 모르겠어요. 가지고 가신다면, 아마 맨 처음처럼 제 그림을 걸어두거나 하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활동가분들 파이팅!'이라는 말을 꼭 싶은데, 저는 이 생각이 너무 많이 드는 거예요. 이분들이 소소하게 모여서 회의하시는 것도 계속 봐왔는데 그거에 비해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활동가분들은 목이 터져라 교육이나 홍보들을 하시는데,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나 사회적 눈높이가 따라와주지 않으니 그게 저도 많이 안타깝더라고요. 또 사실 저도 그런 거 하는 거 참 좋아하는데 현실적으로 저는 여기에 메여 있어야 하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이분들이 활동을 잘 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부분이 많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활동가분들이 더 멋있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분들이 있으니까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응원하고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또 앞으로 활동하실 때 필요하시다면 가게는 항상 오픈돼 있으니 언제든 오시라는 이야기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