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방예산은 52조 8401억 원이다. 전년 대비 2조 6874억 원(5.4%) 오른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가장 시급한, 공공병원 확충을 위한 예산과 비교된다. 제동장치가 사라져 천정부지로 오르는 국방예산 증액과 군비증강의 문제점을 연재기사로 싣고자 한다. [기자말] |
2021년도 장성 정원은 375명이다. 전년보다 15명 줄었다. 이로써 절약되는 장성인건비는 8억6400만 원(15명의 6개월 치 봉급)이다.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에서 장성 정원은 2017년 436명에서 2020년 390명으로 46명이 줄었고, 오는 2022년까지 30명이 더 줄 예정이다. 이는 장성 정원이 3명 감축된 이명박 정부(2008년 444명→2013년 441명)나 5명 감축된 박근혜 정부(2013년 441명→2017년 436명)와 비교하면 분명 진전이다. 하지만 국방개혁 2.0이 하나같이 군 기득권 강화의 구실로 전락하고 만 역대 정부의 국방개혁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76명 감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방개혁 2.0의 장성감축이 계획대로 돼도 장성은 360명이다. 여전히 적정 수준을 초과한다. 장성이 많으면 군 조직이 방만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또 "군인을, 장군을 1명 하는 것하고 군무원 2급을 같이하는 것하고는 국가 예산이 1년에 한 1억 700만 원 정도 더 들어갑니다. 그런데 연금까지 포함하면 (장성 인건비가) 훨씬 더 길게(많게) 됩니다."(국회 국방위 2018. 8. 24)는 당시 송영무 장관 말처럼 장성유지에는 고비용이 든다.
한국군의 장성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국방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특권화돼 있다. 가령 대장은 장관급 대우(미군 대장은 차관보급으로 한국군 대장이 2직급 높다)를, 중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대장이 현재 7명이므로 국방부에서 장관급만 8명이 있고 국방부 차관은 서열이 9위로 밀린다. 그러니 장성 위세가 국방부에서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의 국방개혁이 하나같이 실패한 것은 이처럼 특권화한 장성 반발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성의 과감한 감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국방예산 절약은 물론이고 국방 문민화도, 군 상부조직의 간소화도 기대할 수 없다.
육군의 반발에 뒷걸음질 친 국방개혁 2.0의 장성 감축계획
국방개혁 2.0의 '장성정원 조정계획'은 2018∼2022년 사이에 장성을 76명을 줄여 2022년부터 360명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감축 계획은 국방개혁을 추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방부는 애초 100명 이상 감축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육군 반발로 76명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육군은 이 계획조차도 그나마 '부군단장', 상비사단의 '부사단장'을 100% 장성으로 편성한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연합뉴스>, 2018. 7. 29). 육군이 반발한다 해서 장성감축 규모가 애초 안보다 절반 가까이 준 것, 또 전시도 아닌 평시에 '부군단장'과 '부사단장'을 두고 그것도 장성직위로 편제하기로 한 것은 국방개혁 2.0이 출발부터 개혁성을 못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
국방부는 장성 정원조정계획이 1975년 정원 360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 적정성을 강변한다. 1971∼1977년 베트남전 철수 이후 한국군 현대화 추진 시기에 제대별 규모와 지휘관 계급 등 현재의 편성기준이 정립됐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1973년에 제3군 사령부가 창설되는 등 당시는 군 몸집이 최대로 불어난 시기다. 또 1975년은 10월 유신 이후 박정희 군부독재가 절정에 달했을 때로 군부통치 기반의 강화 차원에서 장성정원이 부풀어 있었다. 장성 정원은 전체 병력규모(60만 명)가 그대로 유지됐는데도 1961년 239명에서 1969년 329명, 1975년 360명으로 박정희정부 하에서 무려 121명(연평균 8.6명)이 늘었다. 이처럼 급팽창한 군부독재 시절 장성 정원을 기준으로 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또 1975년의 병력규모가 60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그보다 10만이 더 적은 50만 병력에 대한 장성 정원은 단순계산으로 300명이 돼야 일관성이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360명 장성정원의 무원칙함이 드러난다.
장성 30명 이상 감축해 상부조직 슬림화해야
한국군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는 상부조직의 방만성과 50만 명이 넘는 대군 체제에서 비롯된다. 방만한 상부조직은 이른바 군외(軍外)부서에서 두드러진다. 군외부서는 3군 외의 부대/기관을 가리키는 말로 국방부 본부, 국방부 직할부대, 방위사업청, 한시조직, 합참, 한미연합사, 청와대 파견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 소속 병력이 2020년 7월 현재 24,212명으로 전체 병력의 4.2%에 불과하나 장성수는 106명(전체 장성의 27.2%)에 이른다. 군외부서 예산(2020년 기준)은 6.7조원으로 전력운영비(33.5조 원)의 20%나 된다.
국방부는 2011년에 상부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군외부서의 장성 정원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2020년 사이 전체 장성수가 441명에서 390명으로 51명 준 사이 군외부서 장성수는 118명에서 106명으로 고작 12명 줄었다. 국직부대는 그 수가 26개에 이를 만큼 난립돼 있으며 장성수도 군외부서 장성수의 절반에 가까운 44명에 달한다. 국방개혁 2.0은 국직부대 중 8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해체한다는 계획을 표방했지만 2020년 10월 현재 해체된 부대는 고등군사법원 한 곳뿐이다. 장성이 지휘관을 맡고 있는 17개의 국직부대 중 민간인으로 교체된 곳은 2020년 10월 현재 국군체육부대와 국방부근무지원단 두 곳뿐이다.
"국직부대와 비전투부대(교육·군수·행정부대)의 지휘관(소장 또는 준장) 계급을 한 단계씩 낮추는 방안"(동아일보, 2018. 3. 13)도 시행된 것은 2020년 10월 현재 5건에 불과하고 그에 따라 장성이 감축된 것은 1명뿐이다(평화통일연구소 정보공개청구 결과). 국직부대 장성정원은 2021년에 39명으로 준다고 하는데 국직부대는 대부분 해체되거나 조직이 축소돼야 하는 만큼 장성직위는 3분의 2(30명)이상 폐지돼야 한다.
한시조직 이용해 장성자리 늘리는 관행 계속돼
한시조직을 만들어 장성 자리를 늘리는 국방부의 불법적 관행 또한 계속되고 있다. 2020년 10월 현재 국방부는 10개 한시조직을 운용 중이다. 이 중 책임자(또는 부책임자)가 장성직위인 한시기구만 4개(남북군사협상지원 TF, 제11차 방위비분담 협상TF, 6.25전쟁 70주년사업단, 제72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다. 이들 한시기구의 장성직위는 국방부 직제에 없는 사실상의 불법 편제이고, 그 임무도 기존 부서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분히 장성 수를 늘리기 위한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협력단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감사원은 2018년에 국회협력단이 불법적인 한시조직이므로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는 국회협력단(단장 준장)을 2018년 12월 31일 해체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해체된 것이 아니고 사무실도 국회 안에 그대로 있다. 국방부를 대신해 육군이 '국회협력관'이라는 장성 직위를 새로 만들어 국회협력단을 이끌고 있다.
국회협력관은 육군 직제에 없는 불법 편제라 할 수 있다. 국회도 대국회 로비단체인 국회협력단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20년 10월 기준으로 장성(현원)은 국방부 본부에 5명(군구조개혁추진관, 국방개혁운영추진관, 군사보좌관, 정책기획관, 대북정책관)이 있고 방사청에는 7명이 있다. 방사청의 장성은 내년에 4명으로 준다고 하는데 국방문민화 차원에서 국방부와 방사청의 장성은 전원 민간인으로 교체돼야 한다.
중간 결제라인만 없애도 20명 이상 장성감축 가능
국방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직부대와 교육·군수·행정부대의 중간 지휘조직을 감축하는 계획"(<조선일보> 2018. 7. 28)도 말로만 그치고 있다. 중간지휘조직 간소화의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국방부가 2012년에 검토한 것이 각 군 본부의 중간 결제라인 폐지다. 가령 육군본부의 경우 부장(소장)-차장(준장)-과장(대령)으로 돼 있는 결제라인 중 차장만 없애도 20명의 장성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내일신문> 2012. 7. 30). 그러나 이는 시도조차 안 되고 있다.
한편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창설은 애초 군단에 대한 작전지휘만 수행하는 조직으로 계획됐고 예산절감과 인력감축 효과를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지작사 창설로 기대됐던 21∼25명의 장성감축 규모는 그 절반인 12명에 그쳤다. 지작사는 공세적인 대북 종심작전 수행을 명분으로 화력여단, 지상정보단, 정보통신여단을 창설했고 지상정보단은 지상정보여단으로 증편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장성직위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된다. 지작사가 육군병력의 4분의 3을 거느리는 공룡조직이 되고 새로운 부대를 속속 창설하는 것은 군 기득권의 발로이다. 지작사는 원래 계획대로 군단에 대한 작전지휘기능에 그쳐야 하고, 남한 지휘체계의 통일 측면에서 꼭 필요한 조직인지 재검토돼야 한다.
바람직한 장성정원? 200명 수준
1988년 10월 6일 국방부는 '군 계급구조 개편' 방침을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그 때 국방부는 한국 군의 장교 대비 장성 비율이 0.62%(장교 6만 9733명 중 장성 433명)로 미군의 0.34%와 비교해 지나치게 많음을 인정했다.
미군의 장교 대비 장성비율(2020년 8월 0.39%)을 적용하면 한국군 장교 67,000명(국방부의 장교감축 목표치)일 때의 장성정원은 261명이고 한국 군의 적정한 장교 규모가 40,000∼45,000명이라고 보면 156∼176명이 적정한 장성정원이다. 김중로 의원(당시)도 국회에서 국방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장군수를 지금(2017년 436명)의 반절로 줄여야 한다"(2017. 8. 21)고 말한 바가 있다. 한국군의 적정한 장성 정원은 200명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장성정원 200명 선을 기준으로 장성 감축계획을 재작성해야 한다. 그 전에라도 정부는 국방부와 방사청의 문민화, 불법적인 한시조직 운영 중단, 국직부대의 장성직위 44개의 3분의 2이상 감축, 각 군 본부의 중간 결제라인 폐지, 각종 부대 창설 또는 증설 중지, 지작사의 몸집 불리기 중단, 비전투부대는 물론이고 전투부대의 계급 적정화 등의 방안을 통해 추가로 최소 100명 이상 장성을 감축해야 한다고 본다(관련 기사:
군 장성 줄이겠다는 정부, 이걸로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