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 광주와 전라, 대구와 경북 지역의 검찰청사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9일 동시에 발표됐다. 영호남의 참여단체만 400여 개로 대전·충청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가 500여 개를 넘어섰다.
[전문] "정치검찰 규탄, 검찰개혁 촉구" 동시 시국선언문(http://omn.kr/1qwte)
시국선언에 동참한 지역별 단체규모를 보면 부산지검 앞 54개 단체, 창원지검 앞 52개, 광주·순천지검 앞 44개·124개 단체, 안동·대구지검·포항지청 앞 71개 단체, 전주지검 앞 60개, 대전지검 앞 118개 등이다.
"근엄한 국민의 명령" 검찰개혁에 힘 실은 시민사회
각 지역의 풀뿌리, 교육, 종교, 노동, 문화예술, 시민사회단체가 9개 검찰 청사 앞에 모인 시각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들은 준비한 시국선언을 채택 낭독하고, '정치검찰 규탄, 검찰개혁' 주장에 힘을 실었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방역 수칙에 따라 참가자들은 간격 조정, 발열 체크, 명부 작성 등을 거친 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동 시국선언문에서 이들 단체는 현재 검찰 사태의 핵심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개인적 충돌이 아니라는 점부터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민의 준엄한 명령과 그것을 막아서는 반개혁적 집단 항명의 대결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총장을 향해서는 "검사들의 집단 항명을 부추기며 검찰개혁 추진을 요구하는 선출권력의 민주적 통제조차 부정하는 반헌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이 위기에 처한 자신들의 70여년 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태의 본질을 흐리며 정국을 극단적으로 어지럽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더욱더 검찰개혁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검찰개혁은 적폐기득권 구조를 청산하는 출발점이자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무소불위한 권한은 공수처를 통해 견제받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분산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검찰개혁의 방향이자 시민사회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시국선언은 검찰개혁에 초점을 맞췄지만, 촛불로 탄생한 정부의 미진한 개혁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이들 단체는 정부여당을 향해서도 "공수처법 개정, 검경수사권 조정, 전관예우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검찰개혁을 신속히 하고, 이에 저항하는 정치검찰을 엄중히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또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한 개혁 후퇴가 적폐기득권 세력의 준동을 야기한다"라며 중단없는 개혁 추진을 촉구했다.
아울러 사법부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검찰 범죄행위의 준엄한 심판"을, 언론에는 "국민을 분열시키는 편파적인 왜곡보도와 검언유착·정치검찰 비호 중단" 등을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선언문 낭독 외에 별도로 발언 순서도 있었다. 대구지검 앞에 나온 정금교 목사는 "우리 국민은 검찰이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편파적으로 휘둘렀는지 똑똑히 보았다"며 "이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은 영호남 시민의 근엄한 명령'이라는 현수막이 펼쳐진 부산지검 앞에서는 "검찰공화국 청산"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정민 변호사는 "검찰은 수구기득권 정치세력과 결탁해 권력기관 개혁을 저지하며 검찰공화국을 유지해왔다"며 "이들이 더이상 정치의 한 가운데에 정치를 덮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지검 앞에선 이한기 마산대 명예교수가 대표발언에 나섰다. 최근 검사들의 집단항명을 정치검찰의 반개혁적 난동으로 규정한 이 교수는 "이럴수록 더 강력히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영호남에 그치지 않고 대전·세종·충남·충북권으로도 이어졌다. 대전지검 앞에서는 100여 개 단체 명의의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내용은 영호남 단체의 시국선언과 같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은 이달부터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4대 종단 종교인 100인이 지난 1일, 천주교 사제·수도자 등 3951명이 7일 각각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9일에는 불교계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지역 차원의 '검찰개혁' 시국선언을 낸 것은 영호남과 대전충청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