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 동탄 행복주택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평(44.4㎡) 공공임대 아파트에 4인 가족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해보면 '13평 논란'은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부풀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공공임대아파트는 '전용면적' 13평이고 통상적인 분양∙거래기준인 '공급면적'으로는 21평형에 해당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주택은 신혼부부만 지원할 수 있는 타입이며 LH가 제공한 평면도를 보더라도 투룸에 거실, 베란다를 갖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13평 논란'이 가져오는 공공임대주택 '낙인효과'이다. 대한민국에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은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 '민간주택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집'이라고 인식되어 있다. 최근에는 '엘사'(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집에 사는 사람), '휴거'(휴먼시아(LH의 임대주택브랜드)에 사는 거지), '전거지'(전세사는 거지), '월거지'(월세사는거지), '호텔거지'(호텔 리모델링 청년주택에 사는 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해서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풍조까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13평 논란'이 커질수록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은 살고 싶지 않은 곳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가? 전체 가구의 44%는 무주택 세입자로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전·월세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대란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 복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며, 공공임대주택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은 주변의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고, 최근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쾌적한 환경의 장점 때문에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 한마디로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인 것이 실제 모습인 것이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가구 비율이 34%로, 3가구 중 1가구가 1인가구라는 통계가 나왔다. 그만큼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났고 주거복지 역시 이런 가구 형태의 변화에 맞게 설계되고 제공되어야 한다. '호텔거지'라고 비하하는 '호텔 리모델링 청년주택' 1호인 서울 성북구의 '안암생활'은 임대료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7만~35만 원으로 인근 시세의 45%수준, 관리비는 월 6만 원으로 50%수준이다. 계약조건은 한번 계약에 2년, 두 차례 갱신이 가능해서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어서 1인 가구 청년이 살기에는 안정적이라 지난 8월 122호실 입주자 모집공고에 250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왜 정치권과 언론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가? 그것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인해 자신의 자산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간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자산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건설회사와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들은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지금까지 지속적인 개발을 외쳤고, 실제로 수없이 많은 아파트를 지어왔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는가? '저렇게 많이 지어지는 아파트와 신축건물에 내가 살 수 있는 방 하나 없다'라는 것이 이를 바라보는 세입자들의 심정이었다. 그리고 아파트 가격은 잡히기는커녕 계속 올랐으며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은 전혀 경감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치권과 언론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정치권이 주력해야 할 일은 전세대란에 갈 곳을 잃은 세입자들, 청년을 비롯한 1인 가구, 주거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복지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공급대책이라기보다는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거복지 정책으로 봐야 한다. 질 좋고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을 늘려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논점을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 단순히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가 아니라 최저주거기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현재 최저주거기준을 1인 가구의 경우 방 1개에 14㎡에서 방 2개에 33㎡로 늘리는 것이 그것이다. 또한 최저주거기준 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고시원, 오피스텔,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지금은 재난의 시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단절된 사람들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무주택 세입자 서민들을 위해서 국가가 주거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역시 적극 논의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민씨는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를 지역언론사에 송고할 예정이며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hcry99)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