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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의미를 가지려면, 기존 제도보다 '진일보'했는지가 아니라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성을 갖추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이재용 측 변호인 : "삼성은 현재 위원들의 의견에 부합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완하고 있고, 향후 더 나은 방안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적 보완을 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이 삼성 내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특검은 "삼성 준법감시제도로는 기업 총수의 위법행위를 제재할 수 없다"면서 "본건과 유사한 범죄 예방에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앞으로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삼성이 약속한 준법제도 내용은 이미 진정성 있게 이행된 바 있으며, 제도를 보완할 향후 계획까지 갖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보고서, 엇갈린 해석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앞선 양측의 대립은 2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만일 재판부가 해당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받아들일 경우, 이 부회장의 형을 줄일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주장을 뒷받침 한 것은 지난 7일 8회 공판에서 나온 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단 3인의 평가였다. 앞서 전문심리위원단 3인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계열사 준법감시조직의 실효성, 위법행위 예방 및 감시 시스템, 위법행위에 대한 사후조치의 실효성, 사업지원 TF 관련 등에 대한 각자 의견을 진술했다. 문제는 이들의 평가 또한 엇갈렸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 : 이재용 죄 줄일 '준법감시위' 평가... "3일간 10시간 현장점검, 한계" http://omn.kr/1qvst). 

특검 측 위원이었던 홍순탁 회계사와 이 부회장 측 위원인 김경수 변호사의 평가가 예상대로 극명하게 엇갈렸던 만큼, 판단의 관건은 재판부 측 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평가에 있었다. 강 전 재판관의 평가 내용을 두고 특검은 "강일원 위원과 홍순탁 위원은 (준법감시위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해석한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결론적으로 강 위원은 (준법감시위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 "지금의 제도로 기업 총수의 불법 제어할 수 없다"

강 위원의 해석이 부정 평가에 기울었다고 판단한 특검은 "강 위원은 제도가 실효성을 갖췄다고 단정하지는 못했다"라며 "종전보다 강화됐다고 하면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3명의 위원들의 평가 또한 대체로 부정 평가로 모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 위원은 삼성 총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점검 항목 9개 가운데 사실상 8개가 미흡하다고 했다, 홍 위원은 9개 항목 모두가 미흡하다고 했다"면서 "(위원들의 평가를 통해) 현재 준법감시제도가 그룹 총수의 불법행위를 제어할 실효성을 갖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놨던 김 위원에 대해선 "김 위원은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 가능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했는데 이런 평가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에 따른 평가"라고 비판했다. 예컨대 경영권 승계 관련 위법행위를 준법감시제도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강 위원과 홍 위원은 '조치 작업이 전무하다'고 판단한 반면, 김 위원은 '현재 이 부분에 대한 컨설팅 의뢰를 했다'라며 긍정 평가를 한 것에 따른 해석이다. 

이밖에도 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가 갖는 한계도 언급했다. 특검은 "단기간 점검이라는 기간의 한계로 인해 회사에서 제출한 기초적인 자료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기도 전에 추상적으로만 점검 항목을 설정했다. 기본적인 것만을 점검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3명의 위원들 또한 지난 7일 공판에서 '짧은 평가 기간'을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재용 측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입증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부회장 측의 논리는 정반대다. 이 부회장 측은 "강일원 위원의 18개 항목 평가를 보면서 제도에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겠다"라며 강 위원의 해석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강 위원과 김 위원의 평가를 근거로 준법감시제도의 타당성을 설파했다.

먼저 이 부회장 측은 강 위원의 평가를 들어 "경영진 위법 감시 관련 항목에 대해 강 위원은 준법감시위원회 위상의 독립성이 강화된 점, 준법지원인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유기적 결합이 보완된 점 등을 들어 경영진 위법 위험을 줄였다고 평가했다"라며 "(삼성이) 약속하고 이행한 부분을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봤다.

또, "강 위원은 (현 제도가) 최고 경영진 감시를 좀더 강화하여 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김경수 위원은 관계사 준법제도, 경영진 준법의지, 준법 문화 상호작용으로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총수 의지가 계속되면 지속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당 제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홍 위원에 대해서는 특검과 반대되는 논리를 펼쳤다. 이 부회장 측은 "홍 위원은 삼성과 이 부회장이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 자체를 안 했다"라며 "(반면) 재판부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삼성물산 관련 피해 부분을 평가하기도 했다. 홍 위원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나,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의견진술 전 과정에 걸쳐 제도의 보완 가능성도 강조했다. 이들은 "준법감시위원회가 권고해온 사항을 삼성이 실제로 이행해왔다"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이 약속한 준법 제도 내용은 그간 진정성있게 이행됐고 실효성에 대한 긍정 평가도 있었다, 향후 더 나은 방은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재판부 요구, 이재용에 면죄부 주려는 것"

한편, 이날 재판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은 '준법감시제도가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돼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한국YMCA전국연맹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3명의 위원들이 제출한 보고서가 '졸속'이라고 지적했다. 턱없이 부족한 평가 일정 탓에 삼성의 준법감시 활동을 종합적이고 실체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재판부의 요구는 이번 평가의 진정한 목적이 겉으로 표방한 '삼성 그룹의 준법감시 실태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이재용에게 집행유예라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그럴듯한 외양을 갖추는 것'에 다름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또한 "법적 근거가 없는 외부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이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양형 반영 사유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 그럴 명목도, 논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용#삼성#준법감시위원회#국정농단#파기환송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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