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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소설책이라기 보다는 철학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철학이란,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생활의 지침'이다. 그런 면에서 페스트는 철학책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소설 속에서 페스트와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을 통해, 지금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이겨 나가야할지에 대한 생활 방향을 제시해 주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그럼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론은 도덕과 공감이다. 각자의 삶에서 해이해지지 않으며,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타인이 겪고 있는 일이 또한 내가 겪을 일임을 공감하는 것이다. 한순간의 해이함이 내 안의 코로나 균을 뿜어내어 사랑하는 내 가족을, 마땅히 행복해야만 하는 타인을 전염시켜 불행에 빠뜨리고 종국에는 죽음에도 이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리외'의 정신적 동지인 타루는 수많은 시민들을 페스트로부터 보호해 내지만, 결국 자신은 한순간의 해이함으로 페스트의 먹이가 되고 만다. 까뮈는 책에서 '성스러움은 온갖 습관의 총체'라고 한다. 우리의 해이하지 않는 성실한 삶의 습관이 바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인류를 구원하는 성스러움인 것이다.

코로나로 생활의 제약을 받은 것이 벌써 일 년을 넘기고 있다.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는 겨울이 되면서 강력한 거리두기 방침에도 점점 더 확산만 되어가고, 변종 바이러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쳐가고, 나의 마음속에도 해이함이 자리잡고 있다. 차라리 감기처럼 일상으로 돌아가고 자연치유가 되게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의 해이함에 책은 해답을 말해준다.
 
'그 무렵 우리 시의 수많은 새로운 모럴리스트들은 아무것도 소용이 없고 페스트에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돌아다녔다. -중략- 문제는 오로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죽는다든가 결정적인 이별을 겪는 것을 막아주자는 데에 있었다. 그러려면 유일한 방법은 페스트와 싸우는 것이었다. 그 진리는 칭찬을 받을 만한 것도 못되고 다만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또 주인공 리외가 '조용한 미덕의 실질적 대표자'라고 칭송한 보잘 것 없는 말단 공무원 그랑이, 페스트를 막기 위한 보건대 일을 돕는 것에 고마움을 표했을 때, 그가 리외에게 한 말이다.
 
"제일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페스트가 생겼으니 막아야 한다는 건 뻔한 이치입니다. 아! 만사가 이렇게 단순하면 좋으련만!".

리외는 또 타루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하면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마음의 평화에 도달할 수 있는지. 타루는 답한다. "물론 그건 공감이죠". 우리는 이미 코로나 속에 같이 살고 있다. 나만 감염이 안될 수도, 나만 도망칠 수도 없다. 나만 그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사람이 바이러스이고 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하루하루가 지옥이겠는가. 우리는 모두가 하나이고 모두가 같이 살아남아야 한다. 코로나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해답을 소설은 말해준다.
 
'페스트에 걸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중략- 사람은 제각기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 피해를 입지 않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스스로를 살펴야지 자칫 방심하다가는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병독을 옮겨 주고 맙니다. 자연스러운 것, 그것은 병균입니다. 그 외의 것들, 즉 건강, 청렴, 순결성 등은 결코 멈춰서는 안될 의지의 소산입니다. 정직한 사람, 즉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총체적 습관, 책에서 말하는 '성스러움'이다. 마스크 쓰기에 해이했던 나를 반성한다.

까뮈는 소설에서 질병이 느슨해질수록 도덕도 해이해진다고 한다. 코로나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해이가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신이 있다면 오만해진 인간에게 약간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인간이 어서 겸손을 다시 찾아 이 위기를 이기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그 위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랄 것이라 믿는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2011)


#페스트#까뮈#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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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것이 싫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치를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옛날 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니, 그 옛날 말이 맞다는 것을 하나하나 체험해 가는 것이 나이 드는 것인 듯합니다. 살아가며, 나이 들어 가며 소소히 알아가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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