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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미성년자 성매매' 판결문 219개를 분석했다. 또 피해 여성 5명을 인터뷰했다. 아홉 차례에 걸쳐 그 실태를 해부한다. 이 기사는 그 아홉번 째다.[편집자말]
 
 임수희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
임수희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 ⓒ 유성호
 
"선택이라고요? 선택은 a, b, c 중에 자유롭게 좋은 것을 고르는 과정이죠. 그런데 성매매 피해아동의 경우 선택지에 나쁜 것밖에 없어요. 나쁜 것과 나쁜 것 중에 고르는 일을 선택이라고 할 순 없죠."

아동 권익 보호 전문가로 손꼽히는 임수희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 성매매를 명백한 아동학대와 성착취로 봤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있는 아동이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착취적 구조로 유인되는 현실을 그는 꽤 오랜 시간 지켜봤다. 임 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서 성매수 대상이 된 아이들이 '대상아동'으로 규정된 점과 의제강간 연령(형법 305조)이 12세 이하인 점을 개선하기 위해 판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학술대회와 신문지면 등을 통해 수년간 목소리를 냈다.

이제 적어도 성매매 피해아동들이 '보호처분'을 받으며 사실상 준범죄자 취급을 받는 일은 없다. 또한 일정 연령 이하 아동과의 성관계를 범죄로 규정하는 '의제강간' 연령 상향을 통해 더 많은 아동의 성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법 개정은 성매매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불과하다. 그는 형법상 성범죄의 '보호법익'을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보는 시각에도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발 더 나아간 의제를 던지고 있다.

지난 5일 임 판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약 3 시간에 걸쳐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법 개정 이후... "시민사회가 경찰, 검찰, 법원 감시해야"

- 법 개정 이후 법원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보나.

"이제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개정법의 적용까지는 시간차가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죄'(미성년자의제강간) 조항이 개정돼 시행된 날짜가 2020년 5월 19일이다. 그래서 5월 19일부터 오늘(5일) 아침까지 판결문검색시스템을 이용해서 '형법 305조'로 검색한 결과, 67건이 나왔는데 개정된 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판결은 10월 정도부터 보였고, 그 이전 판결들은 행위시법 원칙에 따른 구법 적용 사건들이었다. 시행일 이후 저지른 범죄가 입건되고 수사, 기소, 재판을 거쳐 판결까지 이르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나아가 '대상아동' 개념이 삭제된 아청법의 시행일은 2020년 11월 20일이다. 얼마 안 됐다. 경찰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그 무렵에 경찰 전체에 공문이나 매뉴얼이 내려갔다고 하더라. 13세 미만을 담당해온 지방 경찰청 단위는 별 문제 없이 적용되리라 보지만, 13세 이상을 담당하는 것은 일선 경찰서 단위인데 안 해보던 프로세스라서 적응에 시간은 필요하리라 본다. 일단 지금은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경찰, 검찰, 법원이 개정법을 잘 인지하고 의지를 갖고 적용하는지 시민사회의 감시가 필요하다."

- 의제강간 연령이 상향됐지만 '나이'가 어린 줄 몰랐다며 발뺌해서 처벌을 면피할 우려가 있다. 이전에도 이 부분을 수사기관에서 입증하기 어려워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형사범죄 구성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나이에 대한 '고의성' 역시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나이란 것은 원래 얼굴이나 체격을 보고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성관계 동의연령을 엄격하게 형사범죄로 규정해 놓은 나라에서 살면서 상대의 나이를 방만하게 미루어 짐작한다? 편의점이나 술집 주인이 미성년자에게 술 팔고 담배 팔고서 '미성년자인 줄 몰랐어요'라고 하면, '아, 네 그러세요? 무죄시군요!' 하지는 않지 않나. 

마찬가지로 나이를 적극적으로 상당한 방법에 의해 확인하지 않은 채 채팅앱을 통해 성매수를 한다면 '설령 실제 나이가 어리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채팅앱은 아이들을 성매수하려고 찾아 들어가는 일종의 시장이 아닌가."

- 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아동 성매매 역시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선택이 아닌 이유는 첫 번째, 선택은 a, b, c 중에 자유롭게 좋은 것을 고르는 과정이다. 그런데 성매매 피해아동의 경우 선택지에 나쁜 것밖에 없다. 나쁜 것 a와 나쁜 것 b 중에서만 골라야 하는 것을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설문에 응답한 아동이 처음 성매매에 이용된 시기가 14세~16세 사이가 57.3%였고, 평균나이가 14.7세였다. 더 깜짝 놀랐던 게 가출 후 성매매를 이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가출한 당일이 23.8%, 그 다음 날부터 1주일 이내가 31.7%다. 아이들이 가출해서 1주일 이내에 55.5%가 성매매를 한다니, 성매매하려고 애들이 가출하기만 기다리기라도 하는 건가? 가출한 애들 반 이상이 1주일 이내에 성매매에 내몰리는 사회에서 그 아이들의 성매매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성매매한 아이들 80%가 성매매 남성으로부터 부당한 경험을 당했다고 조사되었는데, 콘돔 미착용, 돈 떼어먹기,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겠다고 협박, 동영상 촬영, 강간, 임신, 낙태 강요 등 끔찍한 수준이다. 이런 부당한 일들을 과연 그 아이들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실태조사에서 아이들은 89.3%가 '상황이 좋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고, 90.3%가 '성매매를 좋아서 하는 또래 친구는 없다'고 답했다. 즉,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성매매를 하지 않았을 거란 뜻이다."

- 아이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한 지적인데, 자발적 선택이라고 할 수 없는 두번째 이유는?

"두 번째는 '시장'의 존재다. 아이들의 성을 사고자 하는 성매수자들의 수요가 있다. 13살은 얼마, 14살은 얼마, 15살은 얼마, 거기에 노콘(노 콘돔)은 얼마, 이런 식으로 시장이 있다고 피해아동들로부터 들었다. 참담하다. 아동 성매매는 소위 집결지가 없고 채팅앱이 그 시장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더더욱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빈곤, 문제 가정, 기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내몰리게 될 때 그 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려는 이들의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국가나 사회가 이런 시스템을 방치해놓고 '너희가 선택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 번째, 미성년자의 특성을 봐야 한다. 우리가 '성년 제도'를 유지하면서 성년에게는 책임을 묻지만 미성년자들은 보호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성년이 되어야 법률행위능력이 있다. 알바도 16세 넘어야 할 수 있다(13세~15세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취직인허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들은 미성년자 또는 아동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보호의 영역에서는 선택과 책임을 말하지 않는다. 의사를 묻지도 않는다. 그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격언이 있지 않나. '아동은 자신의 의사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아동은 자신의 의사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임수희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가 5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아동 성매매를 줄여나가기 위한 후속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임수희 대전지법 천안지원 부장판사가 5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아동 성매매를 줄여나가기 위한 후속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임 판사의 최근 관심사는 '성범죄'에 관한 보호법익이다. 보호법익은 형법을 통해 보호하려는 가치와 이익을 뜻한다. 그는 '젠더법연구회 포럼' 등을 통해 "성범죄 보호법익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래의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은 '성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을 결정권'에 국한되어 취급되고, 결국 '거절을 분명히 표현하지 않으면' 어떠한 성적 침해 행위도 정당화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기 일쑤였다. 무엇보다 아동이나 정신장애인 등 의사결정능력이 취약한 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임 판사는 성을 인격의 일부로서 그 자체로 보호법익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이 '명예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아니라 '명예 그 자체'인 것처럼, 성범죄 역시 '성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아닌 '성'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그는 아동의 경우에는 '아동의 성' 뿐만 아니라 '아동의 성의 건강하고 온전한 발달과 성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봤다.

- '아동의 성의 건강하고 온전한 발달과 성장'을 보호법익으로 보는 관점을 현재 사법부가 재판에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나.

"현재도 미성년자의제강간을 규정한 형법 305조의 보호법익에 대해 대법원은 '13세 미만의 아동이 외부로부터의 부적절한 성적 자극이나 물리력의 행사가 없는 상태에서 심리적 장애 없이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할 권익'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이 법 개정으로 15세까지로 확대됐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미성년자 전체에 대한 성범죄 보호법익을 '온전한 성 발달과 성장'으로 봐야 한다.

'아동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관점은 법원이 상당히 받아들이고 있다. 일선 재판실무에서 성범죄의 피해자가 아동일 경우 당연히 불리한 양형 요소로 보고 있고, 나이가 어릴수록 중하게 취급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에는 대법원에서 아동에 대한 '위계(속임수)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를 좁게 봐서는 안 된다는 판례도 나왔다(2015도9436). 민유숙·노정희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의제강간 연령 상향 개정 등의 법의식 변화를 언급했으며,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존중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보호되어야 할 성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14세였는데, 개정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적용 이전의 범죄에 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전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를 확장 해석하는 것으로 판례 변경을 해서, 2심까지 무죄였던 사건을 유죄로 파기환송한 사례다."

임 판사는 인지발달에 관한 피아제의 '형식적 조작기'를 언급하며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논리적·추상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대략 11세 이후부터 발달하기 시작해서 적어도 평균적으로 약 18세 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 완성된다고 한다. 그 단계에서는 자신이 한 행위의 의미와 그에 따르는 결과나 책임을 제대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고,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양형기준, 체계정합성 떨어진다

- 아동 성범죄에 대한 현재 법원의 양형기준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본다. 아동성매수 범죄나 행위에 비해 결과가 심각하고 영향력이 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자체가 낮다. 가중된 양형기준도 법정형 상한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현재 양형기준이, '성범죄', '성매매', 최근에 만들어진 '디지털 성범죄', 이 3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그 사이의 체계정합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면 현재 13~15세 아동을 성매수하면 미성년자의제강간도 적용되어 기본 양형이 2년 6월~5년이다. 그런데 아동에 대해 단순 성매수 보다 더 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성매수 '알선'의 기본 영역은 그보다 낮은 8월~1년 6월에 불과하다. 다양한 유형의 성범죄가 그때그때 규정되고 양형기준도 순차적으로 생기면서, 성범죄 개별규정들이 제대로 양형기준에 전부 반영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 간의 체계정합성도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긴 거다. 전체적으로 통합적으로 고쳐야 한다."

- 앞으로 아동 성매매를 줄여나가기 위한 후속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개정된 법의 적용가능성과 실효성을 높이느냐가 중요하다.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경찰, 검찰, 법원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피해아동들이나 지원 활동가들은 제발 법대로만이라도 해달라고 한다. 있는 법 규정대로 가차 없이 수사, 기소, 재판해야 한다. 

사회 저변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가 성매매가 죄라는 인식조차 희박하다. 그러나 아동의 성을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학대고 착취다. 16세 이상 아동도 마찬가지다. 아동 '보호' 영역에서 '성적 자기결정권(권리)'를 말하면서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대상아동' 개념은 법에서 삭제됐는데, 현재 전국에 성매매 피해아동 지원센터가 17개밖에 안 되고, 1개당 인력을 3명밖에 안 주었다고 들었다. 실소가 나온다. 법 개정을 통해 형사 시스템이 아닌 피해지원 시스템을 통해서 아이들을 보호·지원하는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설마 '봐라! 애들을 다시 소년원이나 보호시설에 보내서 보호하자!'고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본다. 정부는 당장 해당 예산을 책정하고 인력과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

#아주오래된N번방#임수희 판사#아동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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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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