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난 지 4년여만에 박근혜씨의 최종 죗값이 나왔다. 사면 논란을 촉발했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야당에선 다시 사면 얘길 꺼내는 이들도 있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검찰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파기환송심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확정했다. 이미 새누리당 공천개입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박씨는 구속기간 등을 감안하면 2039년, 만 87세가 되어야 출소할 수 있다.(관련 기사:
'징역 20년 확정' 박근혜, 2039년 출소한다 http://omn.kr/1rp5w)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박씨에 대해선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결정할 수 있는 기본요건이 갖춰졌다.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정치권의 누군가는 말을 아꼈고, 누군가는 '절대 불가'를 천명했고, 누군가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이낙연 "국민 공감·당사자 반성 중요"... 우상호는 '반대'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선 일절 사면을 거론하지 않는다.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사회질서를 통째로 뒤흔들어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과 세계 민주주의사에 오점을 남겼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 모든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표의 소회도 비슷했다. 그는 대법원 선고 후 기자들에게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촛불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다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얘기했다.
본인의 신년 인터뷰로 논란이 커졌던 사면 문제를 두고는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저는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께) 사면을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고,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다"며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 했다. 이명박씨 또한 대국민 사과 대상자냐는 물음에는 "어느 한 사람은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선택적 사면론'에도 선을 그었다.
처음 이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라는 화두를 꺼냈을 때도 공개 반대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다시 한번 '사면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솔한 반성과 사과에 기초한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사면 추진을 반대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청와대·여당, 사면은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정의당 정호진 수석 대변인은 아예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사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라지만 국정농단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범죄"라며 "한때 최고의 권력자라도 법 앞에 평등할 때만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박근혜씨에 대한 사면,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공식 입장은 '침묵'...대립했던 유승민 "통합이란 대의 생각해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 공식 논평은 아주 짧고 간결했다. 사면 관련 내용도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윤희석 대변인 : "오늘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엄중히 받아들인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었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바로 세우며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식 논평과는 다르게 국민의힘에선 사면촉구성 발언이 이어졌다. 김기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난극복을 위해 국민 통합 차원에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을 결단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문재인 정권 하에서 끝없이 증폭된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청산하도록 대통령의 조건 없는 사면 결단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한때 박근혜씨를 비롯한 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 글로 "이제는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이라는 초사법적 권한을 부여한 의미를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사법적 결정을 넘어서 더 큰 대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사면이라는 고도의 정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당사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여권과 지지자들의 협량에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