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글을 1년간 송고하고, 채택된 기사에 대한 원고료를 연초에 받았다. 그 돈으로 나는 노트북을 사기로 결심했다.
며칠 전 택배가 하나 왔다. 열어보니 노트북이었다. 발송지가 용인인 것을 보아 셋째 사위가 보낸 거였다.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사위에게 부탁해서 노트북을 좋은 걸로 골라 사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노트북을 사서 보낸 것이다. 사위와 손자가 알아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한다. 고마웠다.
나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 글을 송고하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 원고료를 모아 노트북을 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사려고 하면 무슨 돈으로든 사겠지만 그렇게 사기는 싫었다. 오로지 내 힘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런 일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단 목표는 세웠다.
목표가 있으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온 마음을 모아 집중하게 된다. 날마다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하고 잡념을 줄일 수 있어 그 또한 좋은 점이었다. 아무 목적 없이 하루하루 살다 보면 삶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일 뿐이다. 나는 처음으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며 글쓰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살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싶던 나날들
사람은 꿈을 꿀 때 아름답다. 꿈이란 삶의 윤활유 같은 것이다.
셋째딸은 지난해 방학이 되어 아이들과 한국에 왔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자가 불어나면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삶의 근거지를 남겨 놓은 채 우리와 함께 살게 되었다. 나는 이야기 소재가 많아졌다. 글은 '오름' 등급에도 채택되고, 원고료가 쌓여갔다. 원고료가 쌓일 때마다 목표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난 2020년 3월에는 뉴스게릴라상까지 받는 기쁜 일도 있었다. 나는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보너스까지 받고 책 선물도 5권이나 받게 되고 깜짝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너무 기뻤다. 살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울컥했다. 지난 세월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날들이 그냥 살아온 건 아니었구나 싶어 내심 마음이 뿌듯했다.
하루아침에 자기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왔던 삶의 내공이 글을 쓰는 데 하나의 지렛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 힘들었던 세월들이 나를 빨리 어른으로 성장시켰다. 항상 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습관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내 성공을 위한 삶을 살기보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삶을 택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오랫동안 다도를 한 경험 등이 글 쓰는 소재를 만들어 주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주었다. 내 동굴 안에 꽁꽁 숨겨 놓았던 보물들을 꺼내어 놀면서 글을 쓰고 어렵고 힘든 순간을 참아냈다. 나이 든 우리 부부만 살다가 가족이 많아지고 삼시 세끼 밥을 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새로운 일이 많은 딸에게 집안 살림 도움은 받을 수는 없었다.
다시, 노트북을 들고 나설 날을 그리며
나는 일 년을 정말 열심히 살아냈다. 내가 여지껏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긴장하면서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살아왔다. <오마이뉴스>에 보낸 글과 다른 글을 더해서 에세이도 출간했다. 내 나이 올해 78세, 생각하면 놀랍다.
금방 80살이란 나이가 되어간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오히려 젊어서 잊고 살았던 많은 이야기들이 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듯하다. 지금이 내 삶의 제2 전성기라고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지금이다. 글 잘 쓰는 사람과는 비교는 안되지만 나만 쓸 수 있는 내 글을 쓴다.
지난해 노트북 하나를 살 정도로 원고료를 모았다. 나는 생각했던 대로 목표를 이루고 꿈도 다시 꾼다. 내 나이 몇 살이 되어서 생이 끝날지는 모르지만, 내 정신이 살았있는 한 글을 쓰고 즐기면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오늘에서야 노트북을 꺼내어 글을 쓰는데 너무 감개무량하다. 흥분된다. 세상은 참 살만 하지 않는가. 내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으니 말이다.
남이 보면 노트북 하나 가지고 웬 요란일까 싶지만 내게 노트북의 의미는 특별하다. 일 년 동안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글의 원고료 덕분에, 나는 또다시 글을 쓰고 꿈을 꾼다. 내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면 백팩에 노트북을 넣어, 젊음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여행을 가련다. 또, 카페에 가서도 글을 쓰면서 나머지 인생을 즐길 것이다. 즐긴다는 것은 돈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 자기가 좋하는 걸 하면서 사는 일이다.
"나는 희망한다. 내 삶을 즐기고 살자고, 그래 즐기자."
그런데 반전,
"엄마 그 노트북은 일 년 동안 수고한 엄마에게 주는 셋째 딸 가족의 선물이에요."
그러면, 원고료는 통째로 남았는데 어디에 쓰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