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학교의 한 교수가 성비위 의혹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경상대 인권센터는 A교수가 자신의 제자 B씨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나와 해당 사건을 접수, 진상조사에 나서 이같이 결정했다. 경상대는 이달 말쯤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수의 징계 여부 및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경상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브리타임)에서 처음 거론된 이 사건은 경상대 학내 게시판에 대자보가 붙으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는 "A교수가 (자신에게) 섹스파트너를 하자고 제안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만졌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B씨는 "(A교수가) 차안에서 키스를 하자면서 갑자기 얼굴을 갖다 대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근처에 있는 택시를 타고 도망쳤다"며 (이를) 강제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할 줄 몰라서 당한 게 아니다. 그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교수한테 거절이라는 걸 해도 되는지.. 이 글 쓴다고 내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A교수가 개인적으로 부르면 녹음기를 켜고, 호신용품을 들고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B씨는 잠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대자보가 붙는 등 사건이 공론화되자, 학생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8일 해당 사건을 경상대 인권센터에 접수했다. 경상대 인권센터는 지난해 11월 23일, 조사위원회를 꾸려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진술,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복수의 응답자가 A교수와 관련된 의혹 행위를 주변에서 전해 들었다고 답했으며, 특히 10여 명의 응답자는 이번 사건 이외에도 A교수를 성희롱 의혹과 관련, 가해자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에는 학부생, 대학원생, 2020학년도 졸업생 등 480명 가운데 210명(남학생 55명, 여학생 155명)이 참여했다.
경상대 인권센터는 지난 5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A교수의 징계위원회 회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B씨가 A교수로 인해 성적 굴욕감과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B씨가 A교수로부터 2차 피해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점, 학내에서 A교수와 관련된 피해 의심 사례가 적지 않은 점 등이 이유이다.
경상대 관계자는 "B씨는 현재 졸업생 신분이지만 재직 중인 A교수의 성비위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건을 진상조사에 나서게 됐다"며 "현재 피해 학생이 종적을 감춰 형사 절차는 밟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결과 A교수와 관련된 의혹이 일부 확인돼 징계위에 회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A교수의 성희롱 의혹이 이번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A교수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학생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섹스파트너를 하자고 제안하거나 학생들의 몸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 C씨는 A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교수가 차 안에서 블랙박스를 끄고) 너같이 예쁜 애들은 한 남자한테만 사랑받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며 "A교수의 성희롱 대상이 해당 학부생에게 그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교수와 제자라는 특수한 지위로 인해 학내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여학생만 낙인찍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경상대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 학부생 D씨는 "전공수업의 경우, A교수의 수업을 듣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학생들이 A교수에게 상담을 받거나 실험실 등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처럼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A교수가 징계를 받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학교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윤정 성폭력피해상담소장은 이번 사건은 일종의 권력형 성범죄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수와 제자간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 피해자가 자기방어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 그러면서 "이 같은 사건의 경우, 해당 교수가 정직 등 징계를 받게 되더라도 피해 학생은 또다시 교수를 만나게 된다. 단순 징계를 떠나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A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에 대해 전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덧붙이는 글 | 진주지역 독립언론 <단디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