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유튜브 콜라보는 없었다! 이것은 박물관 영상인가, 아니면 밀리터리 마니아 영상인가? 아니, 둘 다!'
국립진주박물관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영상 콘텐츠 '화력조선-조선 소형 화약무기' 시리즈가 그야말로 '대박' 났다. 역사 연구 성과를 흥미로운 영상으로 풀어내며,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하는 공공문화예술시설의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조선시대 화약무기에 대한 자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쟁사 전문 유튜브 채널 '건들건들'과 협력, '화력조선' 영상 시리즈를 제작해 연재했다. 지난해 10월 첫 영상을 업로드한 후, 올해 1월 20일자 을묘왜변 영상을 마지막으로 시즌 1이 완료됐다. 9개 영상의 합산 조회수만 66만7000여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 크리에이터가 만든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긴 하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공공문화시설의 영상이 조회수 1000회를 넘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화력조선' 영상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기존에 국립진주박물관을 자주 찾던 경남도민과 진주시민, 그리고 역사에 관심 많은 시민들과 '밀덕'(밀리터리 콘텐츠 마니아)까지, 폭넓은 호응이 나오고 있는데다 새로운 팬층까지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관심과 성과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두말할 나위 없이 영상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 그리고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기획 덕분일 것이다.
영향력 있는 유튜버와의 협업으로 시너지
지난해 10월 26일 첫 업로드된 화력조선 티저 영상에는 시니어 모델로 유명한 김칠두씨가 출연해 '승자총통'을 방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티저 영상은 "마치 조선 역사 소재 영화나 게임 예고편 느낌이다. 이처럼 실감 나는 승자총통 시범 영상은 없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2월 22일자 영상 '조선 최초의 대규모 화력전, 만령전투'는 "조선시대를 다룬 그 어떤 사극이나 영화보다 고증이 잘 되었다", "이 영상 덕분에 이시애의 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상은 화력조선 시리즈 최다 조회수인 24만9000여 회(1월 22일 기준)를 기록했다.
1월 6일자 영상 '실제 유물로 살펴본 <킹덤> 속 오연자포 고증 탐구'는, 세계적인 화제작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 등장한 화기 '오연자포'가 가상이 아닌 실제 조선시대 화약 무기였음을 확인 시켜 주었다.
역사 테마 영상 콘텐츠는 전문가가 출연해 자료 화면을 보여주며 말로 설명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공공기관 제작 영상뿐 아니라,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영상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화력조선' 유튜브 시리즈는 고증된 의상을 입은 배우의 연기, 그리고 효과적인 애니메이션 사용으로 전투 현장을 실감 나게 재현했다. 여기에 밀리터리 전문가 '건들건들' 팀 멤버의 내레이션과 대화로 해설이 들어간다. 또, 전문가인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출연, 3D 모델링으로 재현한 비격진천뢰를 선보이며 설명을 하기도 한다.
고증을 기반한 애니메이션 활용은 '화력조선'에 참여한 ㈜우라웍스 '건들건들' 팀이 전쟁사 및 밀리터리 테마 영상을 제작해온 방식으로, 이를 통해 역사 테마 영상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몰입도를 높였다. '건들건들' 팀은 유튜브 구독자 23만2000명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국방부 공식 영상 채널인 '국방TV'와 지난해 7월부터 협업을 진행하는 등 인기와 실력을 공인받은 바 있다.
이처럼 화제성과 전문성을 갖춘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협업은 재미와 의미를 겸비한 '화력조선' 영상, 그리고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영상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역사 관련 영상은 전문적인 내용 전달에 치중하다 보니 30분 이상 1시간 가까운 분량으로 지루함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건들건들' 팀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활용으로 부차적인 설명을 생략했으며, 대화 형식의 해설로 해당 영상의 주제에 빠르게 접근해간다. 덕분에 '화력조선' 시리즈는 10분 내외의 분량으로 몰입도 높게 만들어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도전적 발상, 큰 성과... 임진왜란 다룬 시즌2도 기대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거리두기로 시민들이 각종 전시를 관람하기 어려워진 시기,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대개 단순한 발상으로 전시기획전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수준에 머무르기 일쑤다. 그나마 그정도 수준의 작업마저 이루어지지 않는 곳도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 국립진주박물관은 '사회적거리두기'와 '언택트'에 도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 뉴미디어 플랫폼 유튜브 기반의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조선시대 화약무기에 대한 조사 연구 결과로 '조선무기연구조사보고서Ι 소형화약무기'를 지난 2019년 12월에 발간했으며, 이 조사연구는 그저 보고서에 머무르지 않고 코로나19 시대 대중친화적인 유튜브 콘텐츠로 진화 도약했다.
국립진주박물관 김명훈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화약무기에 대한 진주박물관의 연구 성과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고민, 그리고 코로나19 시대에 박물관이 어떻게 일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유튜브의 다양한 콘텐츠에 익숙한 학예연구실 멤버들의 젊은 감각이 '건들건들' 팀 협업 기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화력조선' 유튜브 시청자들은 "인기 유튜버와 국립박물관의 협업이라니 참신하다. 다른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도 많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을묘왜변 배경으로 시즌 1이 끝났으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까지 다루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남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마당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