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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차박(차에서 숙박)'이 전국적으로 대유행하면서 경남 거제지역 해안이 차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차박행위가 공공시설 사유화 및 쓰레기 투기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져 어항법 개정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차에서 숙박하는 일명 '차박'의 전국적인 유행으로 지역 곳곳이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주차장 이용문제 등으로 주민들과 마찰이 자주 발생하면서 지역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일운면 구조라수변공원 주차장으로 차박족들이 대거 몰려 일반 관광객들의 주차장 이용이 어렵다.
차에서 숙박하는 일명 '차박'의 전국적인 유행으로 지역 곳곳이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주차장 이용문제 등으로 주민들과 마찰이 자주 발생하면서 지역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일운면 구조라수변공원 주차장으로 차박족들이 대거 몰려 일반 관광객들의 주차장 이용이 어렵다. ⓒ 거제신문

화장실 위치한 명당… 주차장은 차박 성지

거제지역 수변 공원 및 어항은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데다 주변 경치까지 수려해 차박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거제지역에서 차박족이 성행한다는 남부면과 일운면 지역의 수변공원 주차장과 어항·해수욕장 등을 찾았다.

거제지역에 상주하는 차박족들이 선호하는 곳은 접근성이 좋고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수변공원·어항·해수욕장 순으로 목격됐다.

대표적인 곳은 구조라수변공원·지세포수변공원·능포수변공원·대포근포항 등이다. 이곳에 차박족이 몰리는 이유는 주차장과 가까운 거리에 화장실이 위치해 생리현상과 급수를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라수변공원은 곳곳에 캠핑·취사 쓰레기 투기를 금지하는 현수막을 걸었지만 차박족들은 현수막 내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원 주차장에 캠핑카 수리 전문업체까지 상주시키며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거제시는 구조라수변공원의 차박족 관리가 힘들어지자 수변공원 주차장 일부를 캠핑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해수부와 협의 중이다. 주차장을 점거한 차박족을 규제할 법안이나 뾰족한 방법이 없어 차라리 합법적인 오토캠핑장을 만들어 주민에게 관리권을 주면 차박족과 주민간의 마찰도 줄고 주민소득 증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조라수변공원 인근에 위치한 지세포방파제의 경우 몇년 전부터 방파제 인근을 오토캠핑장으로 만들어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다.

구조라해수욕장에서 만난 환경미화요원은 "평일에는 차박족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나름의 규칙을 지켜 공원이 깨끗해 보이지만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되면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넘쳐난다"고 말했다.

능포수변공원은 지난해 11월 차박·캠핑족들의 장기주차·주차장내 카라반 설치·취사행위·캠핑·야영·쓰레기 무단투기 등으로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자 주차장을 유료화했다.

그러나 차박·캠핑족의 무질서함을 개선하려 했던 노력에도 차박족들은 인근 사유지와 도로변을 점령해 차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세포수변공원도 마찬가지다.

이에 여가를 위해 거제지역 수변공원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차박족의 공원 주차장 점령이 공원 이용에 적잖은 불편을 끼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캠핑카는 일반차량과 비교해 부피가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면 이상의 주차면을 차지해 주차면수가 부족한데다 취사를 위해 설치한 가스통과 음식 및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반갑지만은 않아서다.
 
 거제시 남부면 대포근포항으로 아예 몇년째 텐트를 치고 살림을 살고 있는 모습.
거제시 남부면 대포근포항으로 아예 몇년째 텐트를 치고 살림을 살고 있는 모습. ⓒ 거제신문

코로나로 지역 관광지 폐쇄…어항 및 방파제는 '낚박족'

차박족 대부분이 지역주민이 아닌 타지역 관광객 및 낚시객들이다 보니 코로나감염 등을 우려하는 주민의 목소리도 높다.

주민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거제지역 주요 관광지를 폐쇄했는데 비대면 여행을 구실로 몰려오는 차박족에 대한 단속이나 규제가 필요하다고 행정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거제지역의 어항은 일반적인 차박보다는 낚시와 캠핑을 즐기는 '낚박'이 유행이다. 일반적인 차박족은 주말 또는 평일 며칠 정도만 머물지만 낚박족은 낚시와 캠핑을 목적으로 붙박이 주차와 장기숙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민과 마찰이 잦다.

근포마을 주민에 따르면 대포근포항 앞 방파제에는 4년째 차박 및 텐트를 설치해 장기투숙을 하는 낚박족 등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는 붙박이 낚박족들이 많다.

더구나 이들은 주거용 캠핑카 및 텐트를 붙박이로 두고 생활필수품 공급을 위한 이동 차량을 따로 운행하며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포마을에 위치한 장사도유람선 대기소 화장실은 현재 코로나로 유람선 운행이 중단되면서 폐쇄한 상태지만 인근 낚박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람선대기소 화장실 출입문에는 '외부 쓰레기 금지', '물통으로 물받기 금지', '설거지 및 야채씻기 금지'라는 문구가 쓰여 있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화장실을 열지 않는다는 경고문구가 함께 붙어 있다.

화장실이 폐쇄되다 보니 대포근포항 인근 차박족들은 오물 및 음식물을 바다에 버리거나 일반쓰레기 봉지에 섞어 버리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고 한다. 

대포근포항 주민들은 "낚박족에게 쓴소리도 여러 번 했지만 서로 언성만 높아지고 감정만 상하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주민들도 이들의 불법행위를 지켜보는 수밖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유람선 대기소 화장실 폐쇄 이후 관광객과 낚박족의 노상방뇨로 온 동네가 화장실이 되지 않도록 간이화장실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말했다.

낚박객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캠핑레저 공간을 만들고 편의를 제공한다면 지금보다 질서 있고 건전한 캠핑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거제시는 어항법상 어항이나 수변공원에서 캠핑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나 방파제 등에서 취사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민원이 들어오더라도 주차장법 및 폐기물 관리법에 대해서만 단속을 하고 나머지는 계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어항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관광산업을 장려하고 있는 거제시가 시민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다기능어항 사용 및 낚시와 캠핑을 목적으로 거제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을 규제하는 것은 힘들다"며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거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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