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현태 전 남해군수의 시집 <바대의 노래> 표지.
정현태 전 남해군수의 시집 <바대의 노래> 표지. ⓒ 도서출판 궁편책
 
서울대 국어교육과에서 문학을 전공했지만 시대의 격류 속에서 교단도 문단도 아닌 정치에 입문했던 정현태 전 남해군수가 시집을 냈다.

<바다의 노래>(도서출판 궁편책 간)라는 시집으로, 바다 이야기가 많다. 시집은 '운명의 바다', '생명의 바다', '은혜의 바다', '유배의 바다', '평화의 바다'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바다에서 인장과도 같은 지난 발자국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자전적 시에 담긴 허심탄회는 진한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남해처럼', '갯벌', '게', '죽방렴', '남해찬가', '삿갓배미 이야기', '차 연가', '섬', '반지락', '모래알 이야기'에서는 남해의 다양한 이야기를 가져와 시적 운율에 담아 놓았다.

"바다에/깊이 박힌/참나무 말뚝//거센 풍파/온몸으로 막는/죽방렴의 파수꾼//비를 맞으면/금방 썩지만/바닷물에 젖으면/오래 간다//초심도/썩지 않고 오래 가려면/민심의 깊은 바다에/닻 내려야 한다"(시 "말뚝" 전문).

"농부가/잡초를 뽑을 땐/그 뿌리까지 뽑는다/그래야 다음에는 얼씬도 못한다//친일 세력도/그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그래야 다시는/어두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시 "뿌리 뽑기" 전문).

"어제 다녀온/열 번째/ 봉하 음악회//촌철살인의 대담/노래와 환호/산 자와 죽은 자가/함께 하는 생명 축제//노무현은 없지만/분명/노무현은 살아 있었다//슬픔을 딛고 기쁨을/절망을 넘어 희망을/노래하는 사람의 바다//어둠 속의 불꽃들이/때어있는 시민으로/새로운 노무현으로/다시 일어선다"(시 "봉하 음악회" 전문).

정현태 전 군수의 첫 시집은 '자서전' 같은 느낌이 난다. 그의 정치 철학이 녹아 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정현태는 자신의 경험과 시상(詩想)을 온전하게 결합하여 오늘 우리 현실에 진정한 정치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믿음으로 시를 써간다"며 "나아가 모두 하나가 되는 대통합 중도 정치를 갈망해온 자신의 생애를 집중시켜 정교동심(政敎同心)의 이상을 선명하게 제시해간다"고 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추천사에서 "성우보다 더 매력적인 우람찬 목소리로 암송하는 시에 도취하노라면 어찌 저런 재주로 정치만 할까 슬그머니 아까웠는데, 늦깎이 시인이 되어 여간 반갑지 않다"고 했다.

이재무 시인은 "정현태 시인의 시심은 바다의 성정을 닮아 넓고 깊어서 시대의 영웅호걸들에서 민중들까지 두루 아우르고 있다"고, 오인태 시인은 "꾸밈없는 직설에 배어있는 진정성"이라고 했다.

정현태 전 군수는 '시인의말'에서 "오늘 백의종군조차 부러운 한 사나이가 평화의 학익진으로 새로운 출사표를 쓰는 심정으로 가장 낮은 자리 바다에서 역사의 가슴에 시를 바칩니다"고 했다.

다음은 시 "니도 그래라이" 전문이다.
 
니도 그래라이

사람 위에 사람 없고/사람 아래 사람 없다/언덕은 내려봐도/사람은 내려봐서는/안되는 기라/사람이 제일 중한 기라

구정물 통도/가만 놓아두면/위는 맑은 기라/진짜로 맑으려면/아래 건더기까지/다 퍼내야 맑아지는 기라

닭 잡고 난 뒤/더운물도/그냥 버리면 안 되는 기라/시카서 버려야/땅에 있는 작은 생명들이/안 죽는 기라

산에서 나무를 하나 베어 오면/반드시 나무 한 그루를/다시 심어야 하는 기라/그래야 우리 아들 손자들도/필요하면 산에서 나무를 얻어 오제

니도 그래라이.

 

#정현태#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