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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소폭 하락 출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소폭 하락 출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나는 현재 보유하고 있던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증시를 관망하고 있다. 주식 투자를 쉬고 있지만, 금단현상처럼 증시에 대한 관심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하루에 몇 번씩 코스피 지수를 살펴보고, 이미 매도한 주식의 등락을 확인했고, 내가 판 가격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살까 망설이고, 주가가 오르면 아쉬움에 한숨을 지었다. 지금도 경제 뉴스나 국내외 주식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읽고 있다. 언제가 다시 투자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연금에 적금 깨고 빚내서 주식했습니다, 결과는요 http://omn.kr/1rr1t)

주식 초보인 내가 주식을 보유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에 하나는 '공매도 제도'였다.  지난 1월,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 경제를 공부한 친구는 유예되었던 공매도 제도가 시작되기 전에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공매도 시행 이후에는 주가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나는 공매도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과 불안감이 생겼다. 최근 공매도에 대한 논의가 점점 뜨거워지고 문제점이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에서 개인 투자자와 헤지펀드의  '게임스톱' 주식을 중심으로 한 매매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는 테슬라 주식도 아닌 '게임스톱' 주식이 왜 뜨거운 감자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경제를 공부한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미국의 게임스톱과 헤지펀드는 왜 이렇게 난리야? 그리고 우리나라의 공매도와 무슨 상관이야?"

친구가 설명해 준 용어와 개념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게임스톱: 미국의 비디오게임 소매업체
- 헤지펀드: 소수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여러 전략을 사용해 짧은 기간에 이익을 내는 공격적인 투자 상품
- 공매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


헤지펀드의 공매도 대상 기업인 '게임스탑' 주가를 개인 투자자들이 끌어올린 것은 '레딧'에 개설된 주식 토론 게시판 '월스트리베츠'에 올라온 글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는 이 토론 게시판은 헤지펀드를 상대하는 저항 운동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치열한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공방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로 개인 투자자들은 결국 헤지펀드에게 손실을 안겼다.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헤지펀드를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 지성과 결집력으로 막아낸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에 놀란 미국 증권회사들이 개인 주식 매입을 일부 제한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편을 든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개인 주식 매입 제한의 파장은 정치권으로 번졌고, 청문회 개최와 검찰 수사 착수로 확대되었다. 미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적인 영향력이 증시에서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 달동안 1600% 넘게 뛴 게임스톱의 주가는 공매도 물량 해소, 주식 거래 플랫폼들의 개인 투자자 매수 제한에, 일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까지 쏟아지면서 1일 30.8%, 2일 60.0% 각각 폭락했다.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이 저점에서 매수한 이들은 해당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점에서 매수한 이들은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1월 31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게임스톱(GameStop) 매장
1월 31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게임스톱(GameStop) 매장 ⓒ UPI/연합뉴스
 
증시의 공정성과 윤리성은 투자의 전제 조건이다

나는 그동안 주가는 기업의 영업 실적과 투자자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증시에서 주가는 거대 자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단기간에 조정하여 결국 개인 투자자가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공매도 제도가 악용되어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이 입는 일이 발생했었다.

이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 제도에 대해 충분한 정비가 필요하다. 만약 공매도 제도가 유지된다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안되어야 하고, 개인 투자자에게도 공매도의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경기 침체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2020년 3월 코스피 지수는 1457 포인트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동학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로 한국 증시는 폭락에서 벗어나 급등하며, 2021년 코스피 지수 3000 시대를 열었다. 한국 증시의 부활은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위험을 감수한 투자와 한국경제 성장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다. 

투자에서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하지만 증시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도가 운용되지 않아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의 투기로 인해 개인 투자자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면, 결국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을 불신하고 외면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학 개미의 증시 동학혁명이 시작되다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도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많은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동학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의 공유를 통해 집단 지성을 형성하고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개인 투자자자들의 공정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거세질 것이다.

2020년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매도 영구금지 청원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 단체가 미국 '게임스톱' 개인 투자자들처럼 공매도 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한국주식투자연합회는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셀트리온(코스피)과 에이치엘비(코스닥)를 시작으로, 개인 주주들과 연대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개인 투자자들의 압력에 밀려 공매도 금지 종료 시점을 3월 15일에서 5월 2일로 재연장 하였다. 

증시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정한 투자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 세력이 증시의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금융 당국은 지속적으로 감독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고립되어 있는 힘없는 약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공정한 원칙을 만들어 가는 주체로 성장했다. 이제 동학 개미는 증시 동학운동의 중심에 서서 증시의 동학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학 개미의 새로운 집단지성과 결속력은 한국 증시의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와 블로그에 중복 게재합니다.


#공매도#동학개미#게임스톱#헤지펀드#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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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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