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로 빨간 투쟁 머리띠를 묶고 청와대 앞에 섰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최전방에서 땀흘린 이들은 이제 청와대를 향해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늦추위를 견디며 농성하고 있는 코로나19 병원 노동자들을 만나보려고 한다.[기자말] |
보건의료노조는 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실태를 밝히며 공공병원 정원 확대와 확진자 대비 인력 기준 마련, 그리고 형평성 있는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1년간 재난 상황에서 사직하는 사람이 속출하는데 임금 체불까지 걱정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현장엔 바뀐 게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 1년도 더 지난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투쟁해야 보상해주는 정부... 형평성 문제도 불거져"
- 코로나19 사태 발발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의료진 #덕분에 챌린지가 있었고, 정부가 여러 차례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보상을 약속했던 것 같은데요.
"의료진 보상이 당연히 있었을 것 같죠? 그런데 제대로 된 보상이 없었습니다. 아, 한 번 있었네요. 지난해 대구·경북 1차 대유행 이후, 3월에서 5월까지 세 달에 대한 위험수당이 지급됐었습니다. 그때 대구·경북지역에 보상해주면서 전국의 코로나19 전담병원에 보상이 이루어졌고요. 그때 보상도 그냥 해준 게 아니었습니다. 대구·경북의 전담병원 소속 노동자들이 항의하고 투쟁하니까 그제서야 줬죠."
- 3월에서 5월까지면,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반년 넘는 기간에 대한 보상은 없는 건가요?
"3월에서 5월까지 해당하는 위험수당이 지급되면서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이후에도 나올 거라고들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나오지 않았어요. 정부에서 예산을 배정하지도 않았고, 줄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자기가 언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두려운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으니 박탈감이 심하죠.
3차 대유행이 심각해지고, 저희가 여러 차례 문제제기하면서 정부에서 보상안을 발표했습니다. 중증환자 치료 병상에서 일하는 간호사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야간간호관리료 수가를 기존보다 3배로 지급하겠다고 했죠."
- 늦게나마 다행이네요. 그런데 정부가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왜 기자회견을 열고, 추운 날씨에 농성까지 하시는 건가요?
"정부가 대책 발표하고선 언론에 코로나19 간호사 수당이 3배 오른다는 식의 기사가 많이 실렸던 걸 기억합니다. 그런데 '핀셋 보상'이라고 할까요. 실제로 전담병원에선 간호사만 일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료기사와 보조인력, 모든 노동자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일합니다. 그런데 보상은 간호사에게만 한정됐습니다. 간호사 말고도 다른 많은 직종의 노동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감염 지역에서 일하는데도요.
중증환자 치료 병상에서 일하는 간호사에게만 수당을 주는 것도 그렇습니다. 중환자 치료를 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니 다른 부서에서 인력을 빼오게 됩니다. 인력이 빠진 부서는 남은 인원들이 그만큼 일을 더 해야만 합니다. 결국 병원 의료진 모두가 함께 고생하는 건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죠. 노동 강도를 자로 재듯이 따질 순 없겠지만, 요양병원 집단감염 발생하면서 늘어난 치매나 거동이 어려운 와상환자 확진자는 간호나 치료가 엄청나게 힘들거든요. 그런 분들을 담당하는 간호사도 정부 안에 따르면 추가 수당을 못 받습니다. 그 환자분이 중증환자 병동에 계시지 않으면요."
"전담병원 정원 늘릴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해야"
- 코로나19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보다 임시 파견 의료진이 3~4배 더 많이 임금을 받는다는 보도도 기억납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을 그만두고 파견 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보상은 훨씬 더 많이 받으니까요. 그러니 전담병원에 남아 있는 많은 의료진이 박탈감이 큰 상태입니다."
- 임시 파견 인력이 지금까지도 운영되는 걸 보면 코로나19 병원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요.
"당연하죠. 인력이 모자라니 방호복 입고 2시간만 있어도 엄청나게 지치는데 4시간 넘게 입어야만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시간 외 근무도 엄청나게 하고… K-방역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런 환경에서 환자들이 제대로 케어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근본적인 인력대책이 절실해요.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인력 대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임시 방편, 그러니까 그때그때 위기만 극복하는 땜질식 처방이었습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외부 파견인력을 구해 주고 충분히 인력 마련해서 줬다는 식으로 발표했죠.
파견인력이 병원에 오면 병원 시스템에 맞게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적응했다 싶으면 계약 기간이 끝나버려요.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외부 파견 인력이 아니라 공공병원(코로나19 전담병원) 정원 자체를 확대해서 트레이닝해야 합니다."
- 인력이 부족한 게 확실하면 정원을 늘리는 게 맞을 텐데요. 왜 지금껏 공공병원 정원을 늘리지 않은 건가요?
"코로나19 전담병원은 대부분 공공병원이에요. 정원을 병원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가 없습니다. 또 정원을 늘린다면 그만큼 인건비도 늘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공공병원들은 지금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정부 보상이 턱없이 적어 지금도 임금 체불을 막는 데에 급급한 수준입니다. 지금 인건비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는 상황이니, 정원을 늘리는 걸 생각하기도 어려운 거죠.
파견 인력은 지금까지 정부가 직접 인건비를 지급해왔어요. 약 월 백 억 이상이 투입됩니다. 같은 비용을 치루더라도, 정식 정원을 늘리는 게 훨씬 더 지속 가능한 대응체계를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정부가 전담병원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직접 인건비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기자회견을 연 게 세 번째라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수없이 요구했고, 정부 관계자를 만나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여한, 정부 주최 회의에 직접 참가해 요구안을 전달하기도 했고요."
- 정부 반응은 어땠나요.
"'검토해보겠다' 이런 말을 합니다. 하지만 말뿐이죠. 정부는 자기들이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확진자가 급증하면 '공공의료 확대하겠다', '인력 확충하고 충분한 보상 하겠다'라고 발표합니다. 하지만 발표뿐이에요. 환자가 줄어들면 이야기가 다시 쑥 들어갑니다.
곧 백신 접종이 시작한다고 해도,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1년 동안 간신히 버텨왔습니다. 앞으로 1년을 더 버텨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 1년을 버티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정부와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바뀌지 않았거든요. '말로만 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4차 대유행, 5차 대유행이 얼마든지 다시 올 수 있다고들 경고합니다. 앞으로 1년은 좀 더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바탕으로 헤쳐나가야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홍보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