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이 어떤 누구보다 강력한 증인이라는 것을, 대법원장은 명심하시기를 바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 말미에 "김명수 대법원장께 한말씀만 드리겠다"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국민의힘이 연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직서를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한 것에 이어, 그의 사표를 반려한 이유가 정치적 고려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공격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명수, 하루라도 더 있어서는 안 될 사람"
주호영 원내대표는 "취임사에서 법관 독립 침해하려는 어떤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하더니, 정권에 불리한 어떤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는 듯 하다"라며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더 이상 사법부의 명예와 독립에 먹칠하지 말고 한시바삐 사퇴하기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정권의 눈치나 보는 처신도 처신이거니와, 수장의 거짓말 파문으로 사법부 전체를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고 있다"라며 "우리는 진즉에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동안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백서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안다면 당장 사퇴하기를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비대위 회의 참석에 앞서 대법원 앞 1인 시위 현장에도 다녀왔다. '대법원장, 거짓의 명수 김명수는 사퇴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든 그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고 외풍을 막아야 하는데, 앞장 서서 사법부 독립을 흔들면서 사법부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외쳤다. "대한민국 대법원장으로서 하루라도 더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할 때 까지 끊임없이 1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비대위 회의가 끝난 후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도 주 원내대표의 메시지는 일관적이었다. 그는 당의 '탄핵거래 진상조사단' 발족을 알리며 "발족하자마자 대법원을 방문해서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고, 이어서 현관에서 30분간 연좌농성하고 항의해줘서 언론도 관심 있게 보도한 바 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그런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의 뜻이 전혀 없음이 드러났다"라며 "거짓말과 탄핵거래의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최소한 양심의 가책은커녕 수치심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꼬집었다. "어쩌다 법원이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자신이 참여한 1인 시위 현장에 대해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부 독립 붕괴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이 함께 했고, 9일 이종배 정책위의장에 이어서 대법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대법원장 임명을 다음 대통령이 못한다? 걱정할 필요 없어"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말로 사퇴할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에 불리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으로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본래 임기는 2023년까지로, 2022년에 치러질 차기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대통령이 후임 대법원장을 임명하게 된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금 물러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이 2027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법원장 임명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를 두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소추를 강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책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아무 관계없다"며 "누구든지 훌륭한 사람이 (차기 대법원장이) 되면 되는 거지, 사법부 독립을 앞장서 해치고 중립적이지 않은 대법원장을 그냥 둘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임기고려 없이 사퇴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라는 질문에도 "그렇다"며 "어느 정권이 임명하든 대법원장 역할만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이같은 계산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관련 질문을 받자 "그것은 우리가 별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며 "대법원장이 그만두고 나면 다음 대법원장 임명을 다음 대통령이 못한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대신 "조금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양심보다 더 지독한 증인이 없다"라며 "대법원장이 (이를) 굉장히 명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