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이 군수에 이어 광역의원까지 새로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의령군수 재선거를 치르게 되자, 이번엔 경남도의원이 직을 버리고 선거에 뛰어들어 공백에 생긴 것.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때문에 선거비용에 세금이 대거 쓰이게 생겼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의령에서는 오는 4월 7일 군수 재선거와 광역의원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른다. 앞서 옛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이던 이선두 전 군수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혐의로 2020년 3월 벌금 300만 원이 확정돼 군수직을 잃으면서 재선거 일정이 잡혔다.
이후 손호현 전 경남도의원(의령)이 국민의힘 의령군수 재선거 후보 경선에 참여하면서 지난 2일 의원직을 사퇴했고, 이에 광역의원 보궐선거도 동시에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10일 국민의힘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선 결과, 손 전 의원이 탈락하고 말았다. 국민의힘은 의령군수 후보로 오태완 전 경남도 정무특보를 공천하기로 했다. 손 전 의원의 사퇴도, 의령 광역의원 보궐선거도 모두 되돌릴 수 없는 상황.
의령군수 재선거와 경남도의원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기표대 제작·설치와 용지 구입, 코로나19 방역물품 구입 등 공통경비로 9억 원을 해당 지자체에 요청했다. 공통경비는 의령군과 경남도가 절반씩 부담이다.
또 선관위가 선거 이후 일정한 득표를 한 후보들의 선거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 이 비용 역시 해당 지자체 부담이다.
선관위는 후보별 선거비용제한액으로 의령군수 재선거는 1억 1400만 원, 경남도의원 보궐선거는 4500만 원을 제시했다.
의령군을 대표하는 경남도의회 광역의원은 1명이고, 전체 유권자는 2만 5302명이다.
한꺼번에 군수와 광역의원을 새로 뽑는 선거를 치르게 되자, 지역에서는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소속 장명철 의령군의원은 10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 국민의힘이 의령군수 재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갑자기 후보를 내기로 했다"며 "책임지는 자세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비용도 많이 드는데, 군민들이 좋지 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연 의령군농민회장은 "참담하다. 서울이며 부산의 보궐선거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 보고 원인 제공을 했다며 헐뜯었다. 그런데 의령은 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군수 선거를 무효로 만든 부적격 후보를 추천해 군정 공백을 만들더니 이번에는 광역의원까지 다시 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며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고 국민이 정당을 걱정하는, 암울한 상황이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령 광역의원 보선 후보, 손태영-오연이-전춘원-허수석 경선
국민의힘은 이날 의령군수 후보로 오태완 전 경남도 정무특보를 공천하기로 했다.
또 국민의힘은 의령 광역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손태영, 오연이, 전춘원, 허수석 예비후보 가운데 여론조사 경선(당원 50%, 일반 50%)을 치러 뽑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고성1' 광역의원 선거에 백수명 후보, '함안다' 기초의원 선거에 황철용 후보를 각각 공천하기로 했다.
한편 의령군수 재선거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충규(66)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무소속 김창환(47) 변호사, 무소속 오용(65) 전 의령군의회 의장이 출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