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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안철수-금태섭 간 TV토론 무산에 '숟가락'을 얹었다. 특히,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보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비판에 무게를 더 실으며 견제했다.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의 범보수·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미리 포석을 까는 모양새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의 토론 자체가 성립이 오늘 안 되는 모양"이라며 "그 원인을 따져보면, 소위 국민이 물어보는 사안에 대해서 자유자재로 답변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지는 게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그런 것이 서로가 협의가 안 되어가지고서 이 토론이 무산이 되지 않았나"라며 "한쪽에서는 자유롭게 토론하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고정된 질문 답변만 하자, 그렇게 해가지고서는 이 토론이 될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제3지대 단일화'를 추진 중인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은 당초 이날 첫 번째 TV토론을 갖기로 하였으나 무산됐다. 무산의 원인을 두고 서로의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관련 기사: 안철수-금태섭 TV토론, 하루 앞두고 무산... 서로 '네 탓'), 실무 협의 내용이 일부 보도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 대표 측이 토론의 형식과 절차를 엄격히 중시한 반면, 금 전 의원 측은 자유로운 토론을 요구했다는 것. 김종인 위원장의 비판은 사실상 안 대표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었다.

"안철수, 통 큰 국가적 지도자로서 토론회 주도하라"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중에도 관련 발언이 나왔다. 성일종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안철수 후보와 금태섭 후보는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어떠한 조건도 없이 국민만 바라보며 역사를 만들어가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란다"라고 호소했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의제설정 없이 국민에게 다가서 주시길 부탁한다"라며 "정권을 심판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 두 후보 간에 치열한 논쟁과 대안을 통해 뜨겁게 달아오르는 토론회가 되길 희망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특히 안철수 후보는 대권의 반열에 올라있는 국가적 지도자"라며 "그 누구보다도 국민적 요구사항을 잘 알고 계시고,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범야권의 유력 주자"라고 강조했다. "통 큰 국가적 지도자로서 큰 명분하에 이번 토론회를 주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는 것. 이 역시, 금태섭 전 의원 측에 손을 들어주는 듯한 뉘앙스이다.

김병민 청년비상대책위원은 TV토론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떤 후보가 경쟁력 있고 가슴뛰는 서울을 만들지, 지난 박원순 시정에서 거꾸로 간 것을 가장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는 국민의힘 밖 트랙에서 뛰고 있는 안철수-금태섭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라며 "당초 예정된 바에 의하면 오늘 토론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취소됐다"라고 우려했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금태섭 전 의원의 인터뷰를 보면 토론이 하루 남았는데 다시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해서 그렇다고 다소 충격적인 토론 무산 이유를 든다"라며 "안철수 대표는 다른 이유를 들지만 여전히 급작스러운 무산에 여러 궁금증이 나온다"라고 이야기했다. "있는 그대로 후보의 자질을 가늠하는 토론을 서울시민에게 약속하고도 하루 전에 무산된다면 대체 어떤 방식으로 서울시민 앞에서 평가를 받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의 매우 중요한 기제 중 하나로 이 토론을 빼놓을 수 없다"라며 "1년 뒤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번 선거가, 보다 많은 국민의 참여 속에서 현명한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이루기 위해 가능한 많은 토론 기회가 후보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각본 없는 토론은 경선, 단일화, 본 선거에서도 어떠한 포장 없이 국민에게 전해져야 하며 국민들도 토론을 통해 여과 없이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판단하며 선거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이 역시 금태섭 전 의원 측의 입장에 가까운 발언이다.

"결국 최종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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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에서 이번 토론회 무산을 두고 안철수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그 외에도 있었다. 국민의힘 서울동작갑 당협위원장인 장진영 변호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후보경선에 들어갈 즈음 안철수로서는 더 이상 관심을 끌 재료가 마땅치 않은 것이 고민이었을 것"이라며 "자신보다 체급이 훨씬 딸린다고 보았을 금태섭과의 경선이 영 마뜩치는 않았겠으나, 다른 특별난 재료가 없는 이상 금태섭을 관심을 끌 재료로 쓰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그는 "딱 관심을 끌 재료로만 쓰고 버린다는 전략"이라며 "공개토론 4차례를 제안한 금태섭에 대해 안철수는 딱 한번만 하자고 버텼다. 안철수는 선관위 핑계를 대고 있지만 선관위가 TV토론을 제한하면 유튜브 등 온라인 토론을 하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안철수는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핑계 뒤에 숨어 버티기로 시간을 흘려보냈고, 금태섭만 속을 태우다가 결국 한차례 TV토론도 못할 지경에 처했다"라는 지적이었다.

장진영 위원장은 "후보를 직접 볼 기회가 극도로 제한된 코로나시대에 유권자들에게 TV로나마 판단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건 후보의 기본적 책무"라며 "TV토론을 무서워하며 피하면서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건 유권자의 정보부족을 이용한 사기를 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안철수는 2차 경선에서 국민의힘 후보하고도 똑같은 전법을 쓸 것"이라며 "그러나 그러한 안철수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달라지고 발전된 모습을 기대한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안 대표 측 입장도 나름 타당한 면이 있다. 이번 TV토론 무산은 어느 한쪽만의 잘못으로 몰아가기 어렵다"라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안철수 쪽을 비판하는 건 '견제를 위한 공격'이다"라고 해석했다. 장성철 소장은 "결국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는 앞으로도 안철수의 힘을 빼기 위한 일환으로 지속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