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시장 박상돈)가 소속 공무원에게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충남도 인사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한 것을 두고 논란이다.
천안시는 맑은물사업소 급수과 8급 공무원(지방행정 서기)인 A(40)씨에게 지난해 9월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직속 책임자에게 보고 없이 지역 대학들의 수도요금을 임의로 부당하게 감액했다는 이유다. 더 나아가 지난 8일에는 출장비 부당 수령과 불복종을 문제 삼아 충남도인사위원회에 중징계(정직, 해임, 파면)를 의뢰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천안시 조례와 중앙정부의 표준권고안을 참고해 그동안 과다하게 책정된 수도요금을 바로잡았다는 것. 중징계를 두고도 그는 괘씸죄를 적용한 부당징계라고 주장했다. 반면 천안시는 A씨의 과실이 분명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쟁점① 업종변경-세대분할]
천안시 "대학기숙사 업종 변경으로 수천만 원 부당감액"
A 공무원 "천안시 관련 조례 따라 '겸업 1종'으로 변경"
논란이 된 핵심 쟁점은 징계 사유다. 천안시는 4개 대학(남서울대, 나사렛대, 상명대, 단국대)이 수도요금 부과와 관련해 신청한 업종 변경 및 가구 분할 건과 관련해 A씨가 업무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봤다.
'천안시 상수도 급수조례'가 아닌 구속력이 없는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의 표준권고안(표준급수조례)에 따라 수도요금 부과기준을 적용했고, 이로 인해 대학 기숙사의 수도요금이 이전보다 적게 부과돼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요지다.
천안시는 해당 대학들의 기숙사 수도요금을 이전까지는 '일반용'을 기준으로 했다. 그런데 대학들이 수도업종 기준을 '가정용'으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담당직원이었던 A씨는 '겸업1종'(가정용+일반용)으로 변경했다. 또 기존 기숙사 건물 당 1세대 기준에서 기숙사 방 수로 가구를 분할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해당 대학들의 누진요금이 줄어들었고, 이전보다 수도요금이 대폭 감소했다. 남서울대의 경우,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7개월간 줄어든 수도요금은 3억 3000여만 원에 이른다. 4개 대학을 합할 경우, 변경된 기준 적용으로 줄어든 수도요금은 최소 18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천안시는 4개 대학에 '업종변경에 따른 수도요금은 잘못 부과한 것'이라며 줄어든 금액만큼 추가 부과한 상태다. 이중 일부 대학은 '부당하다'며 충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 달 기각됐다.
[쟁점② 보고여부]
천안시 "직속 책임자 보고 없이 임의변경"
A 공무원 "직속 책임자에게 구두보고, 동의 얻었다"
이에 A씨는 충남도소청심사위에 제출한 재심신청서를 통해 "환경부 표준조례만을 근거로 처분하지 않았다"며 "천안시 조례를 기본으로 하고 환경부 표준조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천안 행복기숙사(천안시 동남구)의 경우에도 '겸업1종'으로 분류돼 있다"며 "4개 대학 기숙사에 대한 수도요금 부과기준 변경은 적법한 행정처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천안시 급수 조례(30조)를 보면, '1개의 수도계량기로 가정용(기숙사 - 기자 주)과 다른 업종(학교, 일반용 - 기자 주)이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언급돼 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천안시 소재 상가주택 등에 적용되고 있는 '겸업1종'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천안시 조례를 적용하더라도 '기숙사 방 수로 가구를 분할'하는 것 역시 맞다고도 주장했다. 환경부와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표준조례안도 '세대 구성이 되지 않은 기숙사 등의 사용량은 거주하는 방 수로 나눈 평균량에 의해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충남도 내 시군 중 대학교 기숙사가 있는 서산시, 당진시, 논산시, 공주시는 환경부와 행정안전부의 권고안으로 조례를 개정해 기숙사 수도요금을 '방 수로 나눠' 부과하고 있었다.
A씨는 징계 사유 중 하나인 '직속 책임자에게 보고를 누락했다'라는 내용에 대해 "직속 책임자에게 구두보고해 동의를 얻었고, 문서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전임자들의 선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결과적으로 문서 보고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지만,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조례를 올바르게 해석해 천안시와 대학 간 상생 발전에 기여했다"라며 징계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A씨의 징계 관련 충남도소청심사위 결과는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이에 대해 천안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천안시가 해당대학에 추가요금을 부과한 데 대해 모 대학 측에서 충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며 "A씨가 근거 없이 부당감면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남서울대 관계자는 "행정심판이 기각됐지만 기각 사유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건축법상으로도 기숙사는 공동주택으로 분류돼 수도요금도 '가정용'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쟁점③ 복종의무 위반 여부]
천안시, 지난 8일 A 공무원 '복종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 의결
A 공무원 "감사관실-관리과 조사과정 부당행태 알리자 보복 징계" 주장
그런데 천안시가 이번에는 지난 8일 A씨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징계 사유는 지난해 10월(2건)과 11월(3건), 다섯 차례에 걸쳐 관내 출장을 신청하고도 출장을 가지 않고 시청 사무실에서 근무해, 허위출장(성실의무 위반)으로 여비 5만 원을 부당수령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에 따른 문답서 날인을 거부했고, 문답서의 내용 확인과 수정을 위한 감사관의 출석 요구에 특별한 사유 없이 불응(복종 의무 위반)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A씨는 "조사과정에서 허위출장 건에 대해 전혀 기억이 안 나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했고, 조사과정에서 뉘앙스가 다른 단어와 표현이 끼워져 있는 등 감사팀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어 출석을 거부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갑자기 기억에도 없는 허위출장 건을 문제 삼는 건 수도요금과 관련한 조사과정에서 겪은 감사관실과 관리과의 부당한 행태를 충남도소청심사위에 알리자 이에 따른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천안시감사관실 관계자는 "A씨에 대한 허위출장 건은 내부 제보에 의해 진행된 감사로 조사를 통해 출장을 가지 않은 게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며 "드러난 사실에 대한 처분요구로 괘씸죄나 보복감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