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러 하루가 추운 요즘이지만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제가 사는 남쪽 지방에는 고찰의 홍매화가 짙은 분홍의 꽃잎을 피워올렸고 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분주히 일하고 저녁에는 가사와 육아를 하면서 매일 새벽 소소한 일상과 꿈을 쓰고 있습니다.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 대단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 사는 걸까? 늘 궁금하던 나의 존재가 영글어지며 작은 꿈을 향해 폴짝 날아오르고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 성장과 희망이 무색하게도 거친 삶의 시련들이 언제든 닥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한 존재의 가능성을 한정짓는 잔인한 말들, 가벼이 여기는 시선과 행동들이 수시로 찾아오면 어둠 속에 한없이 작게 웅크리고 맙니다.
장현정 작가의 <그래봤자 개구리>는 개구리의 생태에 빗댄 자아의 성장과 인식, 수용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다시마 세이조의 <뛰어라 메뚜기>와 닮은꼴이면서도 또다른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건넵니다.
동글동글 구슬같은 알은 여기가 어딘지 자신은 어디로 가게 될지 궁금합니다. 결국 자신이 개구리로 성장했음을 알게 되고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기쁨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뿐 수많은 천적의 공격에 개구리는 그저 숨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거대한 수풀 속 웅크린 개구리는 작고 연약합니다.
"나는 개구리."
수풀 속에서 길을 잃고 움츠리고서는 두려움에 떨고 의심하다가도 다시 기억합니다. 알 그리고 올챙이 시절의 질문들을. 스스로 묻고 읖조렸던 대답들을. 비록 날아오르다 다시 떨어지더라도 위협에 떨더라도 나를 외치며 수풀 밖으로 나설 것을 다짐합니다.
"그래 나 개구리다!"
<뛰어라 메뚜기>의 '메뚜기'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세상으로 멀리 멀리 날아가는 반면, <그래 봤자 개구리>의 개구리는 지금 바로 여기의 자신을 받아들입니다. 비록 거대한 존재들의 위협에 두려움에 떠는 미약한 존재라 하더라도 나를 외치며 목청껏 소리내어 웁니다.
"개굴개굴개굴."
이제 곧 봄이 찾아오겠네요.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계절의 시작, 작고 연약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 오늘도 수풀 밖을 나서려는 세상의 모든 개구리를 응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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