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2일 책박물관에서도 도서의 대출과 열람을 가능하게 하는 법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배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른바 융복합박물관이라는 게 있다. 그 대표 격이 송파 책 박물관이다"라며 "이 융복합 박물관의 소장 전시 기능을 지키면서 일부 공간에 도서 대여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마련했다"라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박물관․미술관법 4조에 "박물관은 제1항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박물관 자료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대출·열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3항이 신설된다. 지금까지는 박물관 사업 규정에 박물관 자료의 대출이나 열람서비스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책박물관 고유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배 의원의발의 의도는 책 박물관에 있는 고서나 유물이 아닌 일반 도서를 대출하게 해서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함이었을 터. 하지만 법안은 박물관 전체에 적용되는 법안이라 "유물도 대여해도 괜찮다는 거냐"라는 일반 시민들과 학예사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법안 내용이 올라와 있는 국회 입법예고시스템 의견란에는 현재(18일 오후 5시) 800개가 넘는 의견이 게시되어 있다. 주로 법안 내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수다.
박대헌 완주책박물관 관장 "박물관은 도서관과 다르다"
고서점 '호산방' 대표를 지냈고, 영월에 이어 완주에서도 책박물관을 운영하는 박대헌 완주책박물관 관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배 의원의 법안에 대해 "논의할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박 관장은 "책박물관에서 대출해줄 수 있는 도서가 있다면, 아마 다른 도서관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책일 것"이라며 "왜 굳이 법까지 만들어서 박물관의 도서를 대출해줘야 하는지 와 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도서에는 '유물급'도 포함되어있다"라며 "1960~1970년대까지는 담당자 묵인 하에 대출해 준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대출이 되지 않는다. 하물며 박물관에서 유물이나 귀중본을 대출해줄 순 없는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도서에 대한 대출 가능 여부를 누가 규정하냐"면서 "(법이 통과된다면) 분류 업무를 따로 해야 하는 상황인데, 송파구에 공공도서관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라고 밝혔다.
박 관장은 "도서관은 말 그대로 책을 비치해놓고 빌려주는 기능을 하는 곳이고, 책박물관은 옛날 유물들을 수집해서 보관하고 연구하고 전시하는 기능이 기본이다"라며 기능에 맞게 시설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 박물관은 시설물 관리 규정도 엄격하고 항온 항습이 잘 되는 수장고도 갖추고 있다"라며 "도서관과 달리 박물관은 잘 보관하고 전시하는데 집중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