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미국 애리조나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기자말] |
미국에서 우리 가족이 가장 즐겨 쓰던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다. 바로 아마존(Amazon)이다. 첫째 아이는 '아마존 뮤직(Amazon Music)'에서 음악을 듣는다. 둘째는 매일 '아마존 스토어(Amazon Store)'에서 장난감을 구경한다.
아내는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에서 식료품을 배달시킨다. 나는 우리 가족 여행 사진과 동영상을 '아마존 클라우드(Amazon Cloud)'에 저장해놓는다. 주말엔 우리 가족 거실 소파에 앉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로 영화 한 편 감상한다.
아마존은 환불마저 완벽했다. 한 번은 상품을 구입하고 사용해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을 요청했다. 계좌로 바로 환불됐다. 제품은 반품할 필요 없다고 했다. 결코, 저렴한 상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아마존 생태계에 푹 빠졌다.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미국에서 생활했던 2년 동안 우리는 아마존과 늘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맹공격의 키워드는 '독점'
우리 마을 집집마다 문 앞에 아마존 포장 상자가 쌓여 있었다. 거리엔 아마존 배송트럭이 쉬이 눈에 띄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탁월한 고객서비스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마존 최고!'를 외치고 있다.
반면, 미국 의회와 규제 당국은 아마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렸다. 미국 민주당도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들을 향해 반독점 칼날을 갈고 있었다.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유명인들이 아마존을 공격하는 뉴스를 수시로 접했다.
한 번은 뉴욕대 교수가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위대합니다. 특정한 하나의 플레이어(Player)에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다릅니다. 독점입니다. 해체돼야 합니다."
그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연일 아마존을 독점이라며 비판했다. 아마존의 저가 공세로 '선량한'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아마존은 소상공인을 잡아먹는 초대형 '블랙홀'인 셈이다.
2018년 3월 세계 최대 장난감 기업 토이저러스가 문을 닫았다. 미국의 735개 토이저러스 매장은 폐쇄됐고, 3만 3천여 명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시장조사기관은 "아마존 때문에 파산한 27번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반독점 역사
미국은 반독점법(Antitrust Law)을 제정한 나라다. 주도산업에서 독점기업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면 연방정부는 반독점 칼날을 빼 들었다. 자유시장경제의 대표국가인 미국은 오래전부터 독점을 하나의 '악(惡)'으로 봤다. 그 역사는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소수의 대자본가가 결합해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결합(Trust)'을 조직했다. 이들은 미국 철도, 석유, 철강, 심지어 설탕까지 주요 산업을 장악해 갔다. 해당 산업에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형성했다.
가장 유명한 회사는 석유왕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이다. 존 록펠러는 1882년 석유 업계 기업들을 수직·수평으로 결합했다. 기록에 따르면, 록펠러는 트러스트 조직을 통해 1904년 미국 산유량의 91%, 석유제품의 85%까지 독차지했다.
록펠러는 정유업을 장악한 이후, 품질 좋은 석유를 매우 낮은 가격에 팔았다. 자연스레 경쟁사들은 망했다. 그 후 록펠러는 가격을 크게 높여 폭리를 취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독점기업은 부유해졌고,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정부가 나설 차례였다. 1906년 셔먼법(Sherman Act)에 따라 스탠더드 오일을 상대로 독점금지 소송이 제기됐다. 셔먼법은 1890년에 제정된 미국의 최초 독점 금지법이다. 기업합동(Trust)을 금지한다.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반독점(Anti-trust)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유래됐다. 1911년 미국 대법원의 강제 분할 판결에 따라 스탠더드 오일은 34개로 쪼개졌다.
셔먼법은 모호한 규정이 많아, 대기업들이 그 빈틈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14년 클레이턴 반독점법(Clayton Antitrust Act)과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이 제정됐다.
클레이턴 반독점법은 독점을 형성하는 관행 등을 구체적으로 정의했다. 연방거래위원회법을 통해 반독점 행위를 전담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가 설립되었다. 현재 미국의 반독점법은 이 세 법령과 판례들로 구성된 것이다.
반독점 역사에서 미국 대형통신회사 AT&T를 빼놓을 수 없다. AT&T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전화 특허권으로 탄생한 회사다. 미국의 자부심이다. 1970년 AT&T는 미국 전화시장의 80%를 독점했다. 미국 정부와 AT&T는 여러 차례 반독점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1984년 AT&T는 반독점 소송에서 항복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기존의 AT&T를 엄마 벨(Ma Bell)이라 불렀다. 분할되어 탄생한 7개 지역 전화 사업자를 아기벨(Baby Bell)이라고 칭했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정보기술(IT)이 주도산업으로 급부상했다.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운영체제 '윈도'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웹브라우저 시장까지 독점하려 했다. 연방정부는 MS를 고발했다. '소프트웨어 끼워팔기'는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1심(2000년 4월)은 독점 혐의를 인정했다. 2심(2001년 6월)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친기업 성향의 부시 행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게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강제 분할 직전까지 갔지만 살아남았다.
뜨거운 공방
아마존의 독점 여부에 대해 사람들은 지금도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아마존 플랫폼을 옹호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아마존은 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있다. 일명 '아마존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평면 위에서 공급자들이 경쟁하면서 제품의 가격 상승이 억제된다.
과거 반독점법 판례를 보면, 미국 법원은 독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 독점으로 소비자가 불필요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이것이 증명되지 않으면 법원은 사건을 기각했다.
아마존은 낮은 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과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는 독점기업이 소비자의 편익을 감소시킨다고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정반대다.
둘째, 시장점유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2019년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분야 시장점유율은 38.7%다. 하지만 기준을 달리하면 점유율은 낮아진다.
지난해 7월 제프 베이조스는 미 의회 반독점 청문회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미국 내 소매시장 기준으로 보면 4%이며, 전 세계에서 1%에 불과하다"며 독과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경쟁자와 경쟁하기 위해서 강력한 아마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마존을 반독점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아마존은 규모의 경제(Economic of scale) 특성을 가진 자연독점 기업이다. 생산량을 증가할수록 생산비용이 낮아지는 구조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면, 선발주자의 독점은 더욱 공고해진다. 독점기업은 경쟁자가 사라지는 순간 그 본성을 드러낸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제 마음대로 통제할 것이다.
독점기업이 폭리를 취하면 소비자들의 편익은 감소한다. 120년 전 스탠다드 오일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 독점기업은 부유해지고, 소비자들은 분노할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우리는 아마존의 열성적인 팬이었다. 주변 사람 모두 아마존에 열광했다. 아마존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아마존 주주가 되고 싶었다. 학생 신분이라 돈이 부족한 탓에 아마존 주식 한 주만 샀다. 2018년 11월 한 주 가격은 1500달러(약170만 원)였다.
2년이 지나, 우리는 귀국 경비가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던 아마존 주식을 팔았다. 2020년 7월 한 주 가격이 3100달러(약 350만 원)였다. 2배 오른 주식가격이 말해주듯, 아마존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했다. 앞으로 아마존이 '꽃길'을 걸을지, 독점 시비로 '가시밭길'을 갈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