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 "단일화는 서로의 의견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안철수 : "누가 몇 번으로, 어떤 당이 후보를 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단일화를 앞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금태섭 무소속 후보와의 '제3지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안 후보는 오는 4일 선출될 국민의힘 후보와의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한 반면, 김 위원장은 "지금 (단일화 방식이)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102주년 3.1절 기념식 후 안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 등을 묻는 질문을 받고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주장한다고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단일화는 서로의 의견이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방식 등에 대한 질문에도 "우리 후보가 결정된 다음에 얘기할 것이다. 지금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즉, 안 후보가 이날 제3지대 야권후보로 결정됐다고 해서 단일화 관련 논의를 시급히 시작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논리다. 특히 상황에 따라선 야권 단일화를 굳이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속내도 넌지시 내비친 셈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담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지 않는 것은 상상해본 적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경쟁력 묻자는 안철수, 적합도 묻자는 김종인
그러나 안 후보는 같은 날(1일) 서울 중구 손기정 기념관 방문 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 선거는 야권 전체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여당을 이기기 힘든 선거"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을 향한 압박이다.
그는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지 않는 것을 상상해본 적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1야당 책임을 맡으신 분이 제1야당을 중심에 두고 말씀하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안 후보는 이날 '원만한 단일화'를 강조했다. 단일화 방식과 일정 등에 대한 사전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참고로, 안 후보 측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한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 단일후보 '적합도'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입당·통합 이슈도 살아있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국민의당을 뜻하는 '기호 4번'을 달고 본선에 나설 예정이다. 즉, 국민의힘과의 통합이나 입당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선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된다면 양당 통합을 약속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기호 2번'을 달고 선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안 후보는 "힘을 합치기 위해 원만하고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김 위원장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야권 단일화를 하는 이유는 여당 후보와 싸워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몇 번으로, 어떤 당이 후보를 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단일화 과정을 원만하게, 잡음 없이 빠른 시간에 진행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