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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양산 사저 매입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일대.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이 마을 한 주택(붉은 선)을 사저로 사용한다.
문재인 대통령 양산 사저 매입지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일대.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이 마을 한 주택(붉은 선)을 사저로 사용한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SNS에 경남 양산 사저 관련해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현하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SNS에 경남 양산 사저 관련해 이례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현하는 글을 올렸다. ⓒ 트위터 갈무리

야권에서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농지에도 편법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라고 강한 유감의 글을 남겼습니다. 글을 보는 순간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분노했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통령이 맞서고 있는 상대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가 변하지 않았는데, 대통령의 대응 또한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대통령의 결단을 부탁드리려 글을 씁니다.

4년째 농지법 위반 사항 버젓이 올려놓은 청와대 예시문  

우선 대통령 주변의 늘공(직업 공무원)들, 그중에서도 농업 부문 늘공들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가 4년 넘게 수정되지 않은 채 실려있습니다.
 
 청와대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 17쪽
청와대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 17쪽 ⓒ 청와대

질문서 17쪽의 재산관계 분야에는 농지・임야 등 토지 취득과 관련한 소명 항목이 있습니다. 제가 문제 삼는 것은 예시문의 "경기 양평 OO면 OO리 33-21, 田 2,000㎡, 주말농장용"이란 표현입니다.

田  2,000㎡를 주말농장용으로 매입하면 농지법 위반인 줄 모르는 공무원이 쓴 이 표현이 4년째 수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농지법 위반인지 설명드리겠습니다. 
 
농지법 제6조(농지 소유 제한)①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3. 주말·체험영농(농업인이 아닌 개인이 주말 등을 이용하여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으로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하려고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

농지법 제7조(농지 소유 상한) ③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총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이 경우 면적 계산은 그 세대원 전부가 소유하는 총 면적으로 한다.

농지법에 따르면 주말농장용이라 하더라도 1000㎡미만까지만 소유할 수 있습니다. 세대원 전부가 소유한 총 면적이 그러해야 합니다. 따라서 예시에 '田 2,000㎡, 주말농장용'이라고 명시한 것은 명백한 농지법 위반입니다. 

논란이 된 농지,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했다면

그럼 이번에는 논란이 된 경남 양산 땅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문 대통령 부부가 2020년 4월 29일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63-4번지 면적은 1844.9㎡(약 559평)이며 '전'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논란이 된 경남 양산의 농지 역시 999㎡를 초과하는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했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입니다. 자기가 농업경영을 하지 않을 경우 농지법으로 1000㎡미만까지만 소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위탁은 농지법 아래 조항에 따른 것입니다.
 
농지법 제23조(농지의 임대차 또는 사용대차)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농지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게 할 수 없다.
6. 제6조 제1항에 따라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게 위탁하여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게 하는 경우
 
위 두 개의 사례를 통해 대통령 주변에는 농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늘공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군청소재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조차 없는 산골에 귀농해 2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사꾼입니다. 2006년엔 농림부 장관으로부터 신지식농업인장을 받았고, 농업인 정보화능력 경진대회에 참가해 농촌진흥청장으로부터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나름 성공한 농사꾼이기도 합니다.

많게는 1만 5000평(약 4만 9500㎡) 을 경작하기도 했으나, 두 차례의 암 수술과 두 차례의 시술로 건강이 안 좋아진 후로는 8000평(2만 6400㎡)의 밭을 임차해 농사짓는 순수임차농(純粹賃借農)입니다. 지난해(2020년)까지는 경작사실확인서만으로 직불금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농업경영체등록 시 농지임대차계약서를 필수 제출서류로 하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침에 의해 한 푼의 직불금도 받지 못하게 된 마을 이장(里長)이기도 합니다.

22년의 농사일을 통해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농업·농촌 현장과 빈농(貧農)의 삶을 모르는 농업 부문 공무원들보다는 나은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LH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태의 해결 방법을 제안해 봅니다.

대통령에게 드리는 두 가지 제안 
 
첫째, 기왕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당한 김에 대통령께서 직접 999㎡를 초과하는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고, 농업경영체 등록부 전수조사를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감사원의 독립성,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지 않고,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은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을 처벌할 대책입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2004년 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 농촌 종합대책에서 농가소득 안정화 방안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2007년 6월 "직불금이 농민들에게 가지 못하고 부재지주에게 가는 것을 빨리 시정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보완된 후, 2007년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 6월부터 본격 시행된 제도입니다. 2009년 4월 1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완성되었습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한마디로 농업과 관련된 자금의 융자나 보조금을 지원 받기 위해 300평(약 990㎡)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이 스스로의 농업경영정보를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매년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농업용 면세유를 쓰거나, 직불금을 받거나, 퇴비 1포당 2700원의 보조금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사건의 본질은 가짜 농사꾼의 농지 투기 사건입니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토지 중 100평(약 330㎡)의 대지만 빼고 나머지 전부가 전(田)이나 답(畓)인 농지이기 때문입니다.

2019년 농산물품질관리원에 등록한 농업경영체등록자 수는 168만 6068명입니다. 2019년 통계청이 조사한 전체 농가 수는 100만 7158가구입니다. 진짜 농가 수보다 보조나 지원을 받기 위한 농업경영체 수가 67만 8910개가 많습니다. 농가 수보다 많은 농업경영체는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의 숫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짜 농사꾼이 무려 약 68만 명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들은 LH 직원들처럼 향후 개발을 기대하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2009년부터 완벽하게 전산화된 농업경영체 등록부 전수조사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투기 사범을 적발할 수 있으며, 미래의 투기 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 부동산 투기 공무원 일망타진하는 확실한 방법  http://omn.kr/1scj4) 

농업경영체 전수조사하면 네 가지가 가능하다 

또한 농업경영체 전수조사를 통하면 아래 네 가지가 가능합니다. 

①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들이 가로챘던 직불금과 농업 관련 보조·지원사업을 진짜 농사꾼에게 돌려줄 수 있습니다. (농업용 면세유, 퇴비 1포당 2700원의 지원금, 농업용 전기 사용 등의 혜택 포함) 

②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들이 차지하고 있던 농지에 대해 농지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농지처분명령을 내린다면 국가는 농어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위탁받거나 매입해 경자유전의 헌법 가치를 실현할 물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임차농지 비율
임차농지 비율 ⓒ 통계청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체 농지 160만ha 중 임차농지의 비율은 47.2%인 75만5000ha에 달합니다. 평수로는 22억6500만 평입니다. 산술적으로 75만 5000 명에게 3000평(약 9900㎡)의 농지를 경작할 수 있는 권리를 줄 수 있는 면적입니다.
  
③ 농업경영체등록을 한 공무원들을 공무원법상의 영리업무금지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습니다.

2009년부터 완벽하게 전산화된 농업경영체등록부에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명단을 대조하는 간단한 작업만으로 공무원법을 어겨가며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가로챈 공무원들을 징계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들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쌀직불금 부정수급 사건이 터졌던 과거 2008년에는 3만9000명에 달했던 직불금 부정수령 공무원은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지만,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는 농업경영체등록을 한 공무원들을 공무원법상의 영리업무금지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④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들을 농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징계와 농지처분명령은 행정부에서 진행하고, 표창장과 인턴확인서에 정통한 검사와 판사들에게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들을 고발하고 심판할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들이 농지를 취득하면서 제출했던 영농계획서와 농업경영체 등록신청서를 검증하게 한다면 농지법 위반뿐만 아니라 허위공문서 작성에 관련된 사실도 확인해 처벌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7년에 좌절된 개혁을 되살리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해 놓은 농업경영체 등록제를 활용해 부재지주와 가짜농사꾼들을 처벌하는 것은 농업 개혁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경자유전의 헌법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고, 땅보다 땀이 제대로 보상받는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가가 관리하는 농지를 통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어촌공사에 위탁한 농지를 통해 전국 각지의 농촌에 75만 5천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땀 흘려 일하는 젊은이들을 농촌에서 만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들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농촌에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농업경영체 전수조사는 근본적인 농업 대책이자 기후위기 대책이고, 일자리 대책이고, 지역균형발전 대책이고, 인구 대책이고, 부동산 대책입니다.  

두 번째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하게 보상할 것을 지시해 주기 바랍니다.
 
2000년 2월 10일 김대중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의 가치를 계량화 해 국제무역협상에서 농업을 보호하고,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의지를 보이기 위해 농촌진흥청 산하의 농업과학기술원에 농업다원기능평가팀을 설치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 내내 연구를 진행했던 그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5월 28일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 – 연구성과 및 적용"이란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 연구성과 및 적용 138쪽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 연구성과 및 적용 138쪽 ⓒ 농업과학기술원
 
210쪽에 달하는 보고서의 결론은 138쪽에 실린 위의 표라 할 수 있습니다. 농림부의 2007년 9월 5일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6년도 농림업 생산액은 36조 3893억원, 그중 축산과 임업을 제외하면 23조 5561억원으로 추계되었습니다.

2006년의 경우 논과 밭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의 판매액의 3배 가까운 67조 6632억원의 공익적 가치가 논밭에서의 노동을 통해 생산된 셈입니다. 아니 대기 정화 기능 평가 항목에 탄소배출권의 시장 거래액이 제외되었으므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지 13년이 지났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13년간의 무역협상에서 수치화된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언급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리어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이나 부재지주들로부터 농약이나 비료에 의한 토양오염이 더 심각하다는 비난을 받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2020가단1880 "농업의 공익적 가치 청구의 소" 판결문 2쪽
2020가단1880 "농업의 공익적 가치 청구의 소" 판결문 2쪽 ⓒ 정화려
   
2020년 저는 정부를 상대로 농업의 공익적가치를 인정받고, 경제적 보장을 받기 위해 소송을 벌였습니다. 비록 소송은 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다툼의 여지가 없는 기초사실로 판결문에 남기는 것은 성공했습니다.

학자들과 공무원들이 2008년의 성과는 무시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얼마인지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밭농사를 1ha(3000평) 지으면 경관 보존, 생물종다양성 유지, 전통 계승 등 계량화하기 힘든 가치를 제외하고도 연간 1573만원의 공익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것을 농사꾼이 직접 확정지은 셈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민의식조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민의식조사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위 그림은 농촌경제연구원이 2020년 12월 29일 발간한 농정포커스 195호에 실린 표입니다. 도시민들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유지를 위한 추가 세금 부담에 대해서도 2007년, 2008년, 2012년을 제외하고는 늘 찬성하는 비율이 50%를 넘었음을 보여줍니다.

정부기관의 조사·발표, 법원의 확인, 국민들의 의식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경제적 보상의 근거는 모두 갖춰졌습니다. 남은 것은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을 가려내고 진짜 농사꾼에게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시행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와 지시뿐입니다.
 
"땅보다 땀이 보상받는 사회", "땅 아닌 땀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수백, 수천의 생명을 먹여 살리며, 기후 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진짜 농사꾼의 호소에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충북 제천시 농업인단체연합회 행사 방명록
충북 제천시 농업인단체연합회 행사 방명록 ⓒ 황해문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

#부동산 투기#LH직원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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