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당대표 사임 후, 정의당은 당대표 및 부대표 보궐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청년정의당 1기 대표 선출 선거도 진행 중이다. 청년정의당 대표선거에 단독 출마한 강민진 후보(현 창당준비위원장)를 지난 14일 만나 향후 청년정의당이 주목할 중점 과제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청년정의당이 무엇인지 생소한 분들도 있을 듯하다. 설명 부탁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의당 안의 또 하나의 당이다. 청년당원들의 자치기구로서, 자체적인 결정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내고 활동할 것이다. 청년의 관점을 대변하는 차원에서 본 정당(정의당)과 다른 목소리도 얼마든 낼 수 있다. 청년정의당은 정의당 안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낼 것이다.
청년정의당은 독자적인 인사권, 예산편성권한도 가진다. 정의당의 경상보조금 중 5%와 청년당원이 납부하는 당비 중 50%가 청년정의당 자체 재정이 된다. 다만 당 재정상황을 감안해 올해는 경상보조금 중 3%, 청년당원 당비 중 30%가 편성될 예정이다."
"코로나로 취약해진 청년 노동, 기초자산제 도입 논의돼야"
- 선거운동하느라 바쁠 것 같다. 당내 분위기가 어떤가?
"이번 선거는 청년정의당 창당 선거다. 예상치 않게 단독후보가 됐다. 단독후보인 만큼 후보 개인을 알리기보다는 창당 선거 취지에 맞게 청년정의당을 알리고, 함께 청년정의당을 만들어나갈 청년당원들 마음을 모으는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
오는 2022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을 비롯해 청년당원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당이 침체된 상황이라 당원들이 위축되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좋지 않은 일로 치르게 된 대표 보궐선거이지만, 청년정의당 첫 시작을 여는 선거이기도 하기에 기대감을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시련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라 더 힘있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 코로나로 청년들의 현실이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다. 청년정의당 1기 대표가 되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둘 계획인가.
"코로나 이후 청년 실업과 소득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채무 증가와 주거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 시대 노동의 양태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 노동이 훨씬 더 취약해졌다는 것을 코로나가 드러냈다고 본다.
현 청년세대는 실업과 취업을 짧은 주기로 반복하고, 일일 또는 건수별로 노동을 하게 되는 불안정·비정형노동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는 '노동법 밖 노동'을 하게 됐다. 코로나가 닥치자 아무런 보호장치도 절차도 없이 일자리와 소득을 잃게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드러내준 건, 보편화된 불안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완전히 부재한 상황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청년들이 더는 자력으로 독립을 하기 어려워졌고, 세습되는 불평등이 노력으로 극복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기도 했다. 정유라씨와 조국 전 장관 문제를 비롯해 기득권층 자녀 특혜 의혹이 나올 때마다 청년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오늘날 청년들이 처한 '노력해도 자립할 수 없고, 안간힘을 써도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이 이대로 지속될 수는 없다는 비토다.
스무살이면 독립하는 것이 권리다. 청년 자립을 지원할 의무는 부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게 있다. 청년 자립을 개인의 일로, 개별 가정이 감당할 몫으로 떠넘기는 게 불가능해졌다. 비혼과 비출산의 대폭적 증가를 보라. 이제 스무살이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 주거, 자산 등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출발선 차이를 줄이기 위해, 세습불평등을 직접 시정하는 청년기초자산제 도입이 정치의제로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지금 청년들이 표출하는 시대정신은 '나답게 살 자유'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의 고 변희수 하사님이 돌아가셨는데, 자신답게 살 자유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먹고 살 수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존중받으며 살 수 있어야 한다. 몇 살 때는 뭘 해야 하고, 언제쯤엔 뭘 해야 하는 식의 정형화된 삶에 자신을 맞추려 하는 청년은 이제 별로 없다. 내가 선택하는 삶의 모습대로 살 수 있는 자유,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중요하다."
청년 불안정 노동, 국가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 불안정 노동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지금 취업이 안 되는 청년들에게는 노동권 이전에 '일을 할 권리' '노동자가 될 권리'가 시급하다. 일자리가 100만 개 가까이 줄고, 청년 네 명 중 한 명이 일자리가 없는 지금 현실이 청년들 잘못인가. 코로나 임시방편으로 6개월짜리 청년일자리 몇 개 만들어주는 걸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이제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를 몇 개 창출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부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생활임금 수준의 일자리를 정부가 제공하는 '전국민 일자리보장제' 도입을 제안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활발하게 논의되거나 도입되고 있다. 일자리를 '시민의 권리'로 생각하지 않으면 닥친 현실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에 달린 일로 전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규모 국민들을 실업자 상태로 방치하는 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를 얻고 돈을 벌어야 소비를 할 수 있다. 일자리보장제는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일자리보장제와 함께 추진돼야 할 사회적 안전망은 '전국민 고용‧소득보험제'이다. 민주당의 전국민고용보험제는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배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민주당처럼 현행 고용보험 체계를 조금씩 확대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회보험은 모든 시민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차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은 '고용'을 중심으로 한 4대 보험이었다. 4대 보험에 가입되었는지가 곧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졌는지, 사회구성원이 되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결정지었다. 하지만 이제 4대 보험은 보편적 권리라기보다는, 누구나 누릴 수는 없는 특권에 가까워졌다고 본다. 비정형 노동형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고 노동자로 인정되지도 않았던 노동자들이, 코로나로 가장 크게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4대 보험 역시 '고용' 기준이 아닌, '사람' 기준으로 재편돼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든 자영업자이든,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일자리나 소득을 잃었을 때 국가가 보호해주는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정의당이 주장해왔던 전 국민 고용·소득 보험제도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특히 불안정 노동시대를 첨단에서 겪고 있는 청년들에겐 더없이 시급한 문제다."
- 스무살의 독립할 권리, 한국사회에서 가능하려면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청년이 자력으로 독립하기는 불가능하다. 부모한테서 돈 받아서 독립하라고 할 게 아니라, 국가가 청년에게 기초자산을 보장해줘야 한다. 정의당이 주장했던 20세 청년 3000만 원 기초자산제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청년이 자립불가능해진 시대에 제기될 수밖에 없는 해법이다(관련 기사:
'부모 찬스 말고 사회 찬스' 심상정 "20세 모두에게 3000만원을").
이번 대선에선 청년기초자산제가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물려받을 재산이 없는 청년들 박탈감을 해소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국가가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을 독립된 존재로 간주하는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고 했지만, 거기서 '30세 미만 청년'은 배제됐다. 최근 주거급여를 청년에게도 준다고 대대적 선전을 했는데, 30세 미만 청년은 부모에 종속된 존재로 간주하기 때문에 본인 경제사정과 관계없이 부모가 수급권자인 경우에만 주거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 20대 청년을 지원할 의무가 국가가 아닌 개별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제도의 바탕이 된 것이다.
20대 청년들을 독립적 삶을 꾸릴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주거급여와 같은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의 경우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다."
"생활동반자법 제정, 모병제 논의 필요"
- 고 변희수 하사님이 돌아가신 이후 사회적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나답게 살 자유'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어떻게 가능한가?
"고 변희수 하사님의 명복을 빈다. (그분이 말한) 자신답게 살 권리는 목숨과도 같은 문제다. 자신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달라져야 할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가 가족제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선 이성 간 혼인과 혈연을 중심으로 가족을 사고하고, 이것이 모든 복지정책의 전제가 된다. 청년들이 공공주택에서 살기 위해 '결혼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안전망을 보강하고 비혼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존중해야지, 이른바 '정상가족'만 권리를 인정해 주는 방식은 맞지 않다.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 가족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 본다."
- 이외에 청년정의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징병제 대안을 내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 같은 징병제를 유지하는 것은 인구감소 시대에 국방력 유지의 측면에서나, 시민 자유 측면에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모병제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모병제를 통한 청년실업 감소, 군의 전문화 등 논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
- 마지막으로 청년정치인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경험, 전문성 혹은 성숙함 같은,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시민의 참정권이 확대돼 왔던 역사를 돌아보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이 정치로 진입하는 민주주의 확대의 역사였다.
청년정치인들은 종종 의심을 받는다. 자격이나 전문성이 있는지, 서투르지 않은지 의심 받고, 그건 진보정당인 정의당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치는 '잘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 동료들에게, 우리 스스로 더 당당해지자는 말씀을 드린다.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려 노력하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종태씨는 정의당 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