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고 박원순 시장 성폭력 의혹 피해자에게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 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며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의 요구사항에는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17일 오후 8시 45분 페이스북에 피해자에게 보내는 글을 올렸다. 이날 오전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에게 '2차 가해한 의원들을 따끔하게 혼내달라'고 요청한 지 약 11시간 만에 나온 답변이었다. 피해자는 또 자신의 '피해호소인' 호칭 논란과 고소 사실 유출 의혹의 당사자이면서도 박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남인순 의원을 민주당이 징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사과만 했다. 그는 피해자의 요구사항에 상세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고 했다.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주십시오"라고만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도 오랫동안 침묵하다 이날 오후 7시 42분 당 홈페이지에 신영대 대변인 이름으로 공식 논평을 올렸다. 신 대변인은 "피해자께서 공개석상에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피해자 분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무겁고 숙연해진다. 그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말조차 조심스럽고, 다시 한 번 사죄 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더 이상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과 함께 성 비위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자가 요구한 '2차 가해자들을 당 차원에서 징계해달라'는 데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음은 박영선 후보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오늘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습니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회견에 제 이름이 언급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후보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 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습니다.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주십시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주십시오. 부족함이 많지만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