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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어린이집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유아들. (이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기사에 언급된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어린이집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유아들. (이 사진은 자료사진으로, 기사에 언급된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 연합뉴스
 
서울특별시장 후보님들, 안녕하세요. 보궐선거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네요. 후보님들 모두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책 차별화에 여념이 없으시겠습니다. 합계출산율 0.84명을 기록한 초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부동산 정책만큼이나 사활을 거는 분야로 판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보육정책에 대해서는, 조직화돼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보육기관 운영자들의 목소리를 공식·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접하셨을 겁니다. 반면 평범한 양육자의 목소리는 쉬이 듣지 못하셨을 겁니다.

2020년 서울시 저출생 대책 예산은 6900억 원이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서울이 아이 낳기가 무서운 도시가 된 것은 먼저 정치의 실패 때문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예산낭비 없이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보육정책이 실현되기 위해, 이젠 기관운영자·전문가·학계보다 생활·양육전선에 놓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기도 어렵고 키우기도 힘든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았고 키우며 현재 둘째가 어린이집 재원 중인 양육자로서 보육정책에 대해 감히 몇 글자 올리겠습니다.

좁은 교실에 가득가득한 아이들

지난해 한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아이는 놀다가 친구와 부딪힌 뒤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찧었습니다. 아이를 허망하게 잃은 슬픔도 잠시, 아이의 부모는 사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한 교사가 돌봐야 하는 아동의 수를 낮춰줄 것'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이 국민청원엔 20만 명 이상이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보조교사 충원'이었습니다. 보조교사가 아니라 '보육교사'를 늘려야 하는데 말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잘못 말한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습니다.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고민이 없어 보이는 복지부의 답변에 양육자들은 또한 번 좌절해야만 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근본 대책 수립이 아닌, 일부 어린이집에 파트타임으로 보조교사를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얼마나 안일합니까. 복지부는 청원에 대해 '보조교사 1000명 충원하겠다'고 답했으나 보조교사를 충원하려면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 수만큼은 돼야 합니다. 전국에는 3만7000여 개의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후보님들. 언젠가 보건복지부장관을 만나게 된다면,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아동 대 교사 비율은 변하지 않아 좁은 교실에 아이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들어 있는 현 상황을 바꿀 의지가 있긴 한 건지 꼭 물어봐 주십시오.
 
 돌봄은 분절적으로 수행되기 어려운 노동이다.
돌봄은 분절적으로 수행되기 어려운 노동이다. ⓒ pexels
 
돌봄은 분절적으로 수행되기 어려운 일입니다. 돌보는 이가 온전할 때서야 가능한 일입니다. 영유아들을 씻기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재우고 놀이 하기까지 건강과 발달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게 보육입니다. 그야말로 '전인적' 인간으로 길러내는 필수노동으로서 돌봄노동의 강도와 가치가 정책에 반영돼야 합니다.

연일 터져 나오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또 어떻습니까. 매일같이 자녀가 무사히 생존한 것만으로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전쟁 같은 일상입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아동학대 희생자가 됩니다. 급기야 부산의 한 어린이집은 학대 피해 상황이 담긴 CCTV 영상(32일치) 원본 모자이크 비용으로 피해 부모에게 1억 원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현장에서는 한 교사가 많은 수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보육환경이 아동학대를 방임·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근본 해결책으로 아동 대 교사 비율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습니다.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와 아이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 보육의 질을 결정합니다. 보육노동은 재화 생산이나 서비스가 아닌, 그야말로 사람이 사람을 보살피는 일입니다.

어린이집 아동 대 교사 비율, 낮춰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해 '어린이집 아동 대 교사 비율 하향 조정'을 제안 드립니다. 이는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기도 합니다. 또한 서울시가 올해 국·공립 어린이집 110개 소를 대상으로 아동수를 10명으로(3세반 기준) 줄이는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만큼, 정책적 필요성은 이미 입증됐습니다. 밀고 나가셔도 좋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아동 대 교사 비율 축소시 유념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반드시 영유아 1인당 면적 확대가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교사를 추가 투입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선 안 됩니다. 비좁은 공간에 성인 1명이 더 들어오는 건 보육의 질 개선에 역효과를 낳습니다. 보육의 물리적 공간을 넓히는 것은 불가능하니 한 교실 당 아이의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입니다. 어린이집의 수입은 보육료(양육자가 '아이행복카드'로 결제), 기관보육료(정부 지원), 누리과정운영지원금, 부모부담금(특별활동비와 필요경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보육료는 '아동 한 명에 얼마' 식으로 지원됩니다.

재원 아동 수가 곧 어린이집 수입으로 직결되다 보니 어린이집 원장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전체 정원을 채우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원 아동 수가 줄어들어 보육료 지원이 들어드는 것보다 교사를 추가 투입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사 인건비에 대한 부담은 보육료 인상 요구로 이어질 것입니다.

당연히 표준보육비용 산정에 준해 보육료를 현실화하는 것은 실질적인 보육서비스 질 향상에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표준보육료에 준한 보육료가 현실화하더라도 원장이 자신의 급여를 마음대로 가져가는 현 민간·가정 어린이집 재정구조가 바뀌지 않은 한, 교사들의 처우개선에 따른 보육의 질은 담보할 수 없습니다.
 
ⓒ pixabay
 
현재 민간·가정 어린이집 교사들의 급여체계와 지급 기준은 따로 없고 경력에 관계없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면서 높은 보육의 질을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원장 급여의 경우는 어떤지 아십니까.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급여는 호봉제를 적용해 30호봉에 준하는 420만 원입니다. 반면 민간·가정 어린이집 원장은 정해진 기준없이 과다한 금액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20인의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의 경우조차 원장이 360만~4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고 합니다. 정부지원금이 보육의 질 개선과 보육노동자의 처우 개선보다 운영자 개인 호주머니로 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경력도 인정받으면서 사회적 지위도 인정받는 형태가 될 수 있도록 민간·가정 어린이집 교사들의 급여체계를 호봉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원장들의 급여 역시 적정기준을 정해 호봉제나 정액제로 일률적인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어린이집의 아동 대 교사 비율, 이대로는 안 됩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급여 호봉제 적용과 원장의 급여적정 기준 정립, 이를 바탕으로 아동을 주체로 한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를 제안합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보육정책에 대한 평범한 양육자의 목소리를 귀담아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미정씨는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입니다.


#정치하는엄마들#아동대교사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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