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탁오는 의식이 대단히 앞선 선각자였다. 한갓 반체제 이단의 아웃사이더로 규정하기에는 그의 의식과 철학이 너무 진보적이고 예지적인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인간평등과 여성해방 사상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전통적인 유교윤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인간평등과 여성해방을 주장했으며,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했다. 부부관계를 사회의 인간관계나 친구관계보다 우위에 놓았다. 인간의 지고지선의 가치를 부부관계에 둔 것이다.
인간의 기원에 대해 "부부는 인간의 시작이며…. 천지는 곧 한 부부"라 전제하고 "처음에는 사람이 날 때 오직 음양의 이기(二氣)와 남녀의 이명(二命)만 있었으며 부부관계의 태화 천지에 합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같은 주장에 맞춰 직접 사대부의 딸과 부녀자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남녀를 동석시켜 강의를 하였다. 유학자가 사찰에 드는 것만으로도 날벼락이 떨어질 때에 절간에 학당을 열고 남녀 제자를 불러 가르친 것이다.
여성의 자유를 존중하여 저서 『초담집』에서는 오륜관계 중 '부부편'을 가장 먼저 취급하고 총론을 통해 대담하게 부부관계를 모든 것의 시초라고 적었다. 그는 「여자가 도를 배우는데 그의 견식이 남자보다 부족하다는 데 대한 답서」에서 "부인의 견식이 부족해서 도를 배울 수 없다"는 견해를 맹렬히 비판, "여자가 남성보다 열등한 것은 그들이 집안에서 여자를 교육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글에서 "이 세상에 남녀가 있다고 하면 옳지만 견식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어찌 옳겠는가? 또 견식에 있어서 풍부하고 부족한 사람이 있다면 옳지만, 남자의 견식은 모두 풍부하나 여자의 견식은 모두 부족하다고 하면 이 어찌 옳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역사상 유명한 여자들의 예를 들었다.
이탁오의 대표적인 학설은 '동심설(童心說)'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이야말로 인간의 참된 마음이며, 이 마음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성인도 진실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는 사람의 처음이요, 동심은 마음의 처음이다. 마음의 처음을 어찌 잃을 수 있으리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잃게 될까? 처음에는 듣고 보는 것이 귀와 눈을 통해 들어오고, 그것이 마음의 주인이 됨으로써 동심을 잃게 된다. 자라면서 도리라는 것이 듣고 보는 것을 통해 들어오고, 그것이 마음의 주인이 됨으로써 동심을 잃게된다."
너무도 낡은 시대에 너무 빨리 세상에 태어난 이탁오는 76세 되던 해 또다시 탄핵을 받는다. 예과급사중 장문달(張問達)의 탄핵 상소문이 그것이다.
이탁오는 장년까지 관직에 있었는데, 만년에 삭발을 했습니다. 게다가 근년에 『장서』 『분서』 『탁오대덕』 등의 책을 간행하여, 해내(海內)에 널리 유포시켜, 인심을 미혹에 빠뜨리며 어지럽힙니다.…최근 또 다시 통주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통주는 도성으로부터 겨우 40리 떨어져 있어서 만약 일단 도성으로 들어와 무리를 모아서 현혹시킨다면, 도성 또한 마성과 더불어 이단이 난무하는 격이 될 것입니다. 원컨데 칙령을 내려 이탁오를 원적지로 압송하는 처벌을 내리고 그가 간행한 모든 서적 및 아직 간행하지 않은 원고를 수색하여 모두 불태우는 처분을 내리라는 통첩을 내려 후세에 화란이 미치지 않게 하소서.
이와 같은 탄핵 상소가 받아들여져 칙지(勅旨)가 내렸다.
이탁오는 감히 도의 혼란을 주창하여 세상을 현혹시키고 백성을 속이고 있다. 즉시 창위오성에 명령을 내려 엄중하게 체포 처벌하게 하라. 이미 간행한 것이나 아직 간행하지 않은 것을 불문하고 각지 해당관청에서 그의 책을 모두 수색하여 불태울 것이며, 하나도 남겨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도당이 법을 어기고 이를 비호하여 몰래 숨겨두는 경우가 있으면, 조사하여 보고하고 함께 처벌하라.
이렇게 하여 당대의 자유인 이탁오는 투옥되고 3월 15일 옥리에게 머리를 깎고 싶으니 가위를 달라고 하여 자기 손으로 숨을 끊었다. 그러나 그가 뿌린 자유사상과 일련의 저서들은 불태워지고 땅에 파묻혀졌지만 다시 햇볕을 보게 되고 조선에서는 허균에 의해 그 정신이 발현되었다. (주석 6)
주석
6> 이 부문, 김삼웅, 『넓은 하늘 아래 나는 걸었네』, 인용ㆍ참고했음을 밝힌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