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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먼저 도착했다. '기호 2번'이 적힌 흰색 선거점퍼를 입은 그는 유세차에 바로 오르지 않고 주변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부터 했다. 그의 이름을 지지자들이 연호하는 가운데, 오 후보는 유세차 위 사회자에게 다가가 뭔가를 알렸다. 사회자는 곧장, 그와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단일화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도착 소식을 알렸다.

오 후보는 '노타이' 차림의 정장을 입은 안철수 대표를 먼저 앞세우며 유세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손을 맞잡고 높이 들어올렸다. 지지자들은 박수와 연호로 그들을 환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대표의 첫 합동유세는 이렇게 시작됐다.

안철수 "정권심판 위해 오세훈 외칠 것"... 오세훈 "이것이 바로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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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제가) 좀 험한 말을 할까봐 미리 적어왔다"면서 준비된 글을 읽었다. 그는 "서울시민 여러분께 단일화를 꼭 이뤄내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선거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먼저 (상대를) 심판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첫 심판대상은 박원순 전 시장의 성비위 사건이었다. 안 대표는 "이번 선거는 전임시장의 성범죄로 수백억 원 혈세를 낭비하며 치르는 선거"라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지은 죄를 국민께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며 셀프 면죄부를 주고받았다. 이번엔 이런 몰염치한 민주당,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은 "X박살내자"고 호응했다.

두 번째 심판대상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건'이었다. 그는 "신도시 투기 사건의 진실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거둔 것"이라며 "LH 직원들만 (땅 투기) 했겠나. 고위공무원과 이 정권의 권력자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그러니 심판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믿는 구석이 두 가지가 있다"면서 '정부·여당의 조직선거와 돈선거를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와 관련, 그는 "서울 국회의원 49명 중 41명, 서울 구청장 25명 중 24명, 서울시의원 109명 중 101명, 이게 다 민주당 조직이다. 민주당은 당대표가 나서서 이미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어디 이것뿐이겠나. 드루킹 같은 여론조작을 하고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뿌려서 표를 얻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의 돈과 조직을 이길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정의와 미래를 위한 시민 여러분의 참여와 심판"이라며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수만 있다면, 저 안철수 목이 터지더라도 야권 단일후보 오세훈 후보를 백번 천번 외치겠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오세훈 후보는 "저와 안철수 대표가 손 맞잡고, 지금부터 서울시 탈환을 위해 함께 뛰는 것이 새 정치 아니냐"면서 그를 추켜세웠다. 또 "(안 대표가) 이 자리를 어렵게 찾아오셨다. 정말 넓은 마음으로 이렇게 와서 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가셨다"며 "이게 여러분께 보여주고 싶었던 새 정치 아니겠나. 이렇게 새롭게 시작된 정치의 역사, 반드시 성공으로 써내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당선되면 '박원순 시즌2'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여당에 공세도 폈다.

특히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지금 소리없이 숨죽이고 누가 다음 시정을 맡을 것인지 조용히 지켜보는 피해자 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그 분이 다시 기를 펴고 본업에 충실히 임할 수 있도록, 제가 반드시 다음 시장에 당선돼야 한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안철수 대표와 제가 손을 잡고 시장직을 탈환하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원순·부동산 집중공략... 주호영 "재산세·종부세 얼마나 올랐는지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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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후보보다 먼저 유세차에 올랐던 국민의힘 인사들도 모두 박원순 전 시장과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랑스러웠나. 문재인 대통령이 자랑스러웠나"라고 먼저 물었다. "아니요", "죽이고 싶었다"는 등 험한 말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는 "이번 선거는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제1, 제2도시 시장들이 성추행으로 죽고, 재판받아서 하는 것"이라며 "두 사람 때문에 800여억 원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이번 선거를 하는지 낱낱이 주변에 알려줘라"며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고 고쳐야 하는데 민주당 사람들, '박원순이 뭘 잘못했냐'고 어제까지도 난리치고 있다"고 말했다.

LH 사건과 관련해선, "특검해서 (투기꾼으로) 밝혀지는 게 주로 민주당 소속 아니겠나. 수도권의 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대부분 민주당인데 개발정보가 어디로 가겠나"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민주당이 특검을 받은 게 큰 실수라고 난리인데, 4.7 보궐선거 이후 특검 안 한다고 흐지부지할 수 있으니 반드시 특검해서 공직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사람들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방침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이번 선거전에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정부가) 공시지가를 19.9%나 올려서, 집 하나 갖고 있는 사람들 멀쩡한 사람들도 재산세를 못 내서 집을 팔아야 할 지경을 만들었다"며 "얼마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올랐는지 아파트별로 우리 당이 선거 전에 다 알려드리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번에 얼마나 세금 냈는지 물어보시고 이 정권이 더 이상 서울시정과 국정을 맡아선 안 된다는 걸 계속 얘기해주시라"고 독려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소위 세금의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리 말한다. 우리가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키고 이걸 기반으로 내년 정권교체를 이루면, 이 잘못된 조세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한다고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공공 주도로 5년 내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박영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문제 삼았다. 그는 "(박 후보의 공약은) 민간이 짓는 게 아니라 또 공공개발이다. 공공개발이 뭔가. 대한민국에선 LH고 서울에선 SH(서울주택도시공사)다"면서 "'LH사건2'가 발생할 거라고 의심스럽지 않나. 그래서 민주당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