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 1년을 앞두고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외친 여성단체들의 요구에 여야 부산시장 후보들은 "반드시 실현하겠다"라고 답했다.
전국의 200여 개 여성단체로 꾸려진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부산시청 광장에 모여 "가해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의 이날 행동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인 4월 7일을 2주 남겨둔 시점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문제부터 짚은 공대위는 "언론은 가십성 기사를 양산하고, 허위사실에 근거한 비방이나 수많은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을 상대로는 "반성과 성찰보다 각 정당은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정쟁화시키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경찰과 검찰이 조사라는 명목으로 기소를 지연했고, 법원은 구속수사를 두 번이나 기각해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했다"면서 "그러나 시청 항의방문, 2차 가해 형사고소, 규탄 기자회견, 검찰청 앞 릴레이 1인시위, 전국적 탄원서 조직 등 기소를 위해 싸워온 결과 8개월 만에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고 그동안의 활동을 전했다.
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진 오거돈 전 시장 재판에 대해서는 그 배경을 따져 물었다. 공대위는 "어렵게 잡힌 첫 공판도 보선 뒤로 재판을 연기하며 사건을 또다시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시청 집무실 등에서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공판 일정은 변호인 측의 요청에 따라 23일이 아닌 4·7 보궐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재판부(6형사부)가 공고한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13일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앞서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에서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지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공대위는 피해자의 의견을 담아 "9명에 달하는 변호인을 선임한 오 전 시장이 처벌을 피하려 할 게 아니라 죄를 그대로 인정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함께 요구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엄벌' 외침은 보궐선거 후보들에 대한 약속 이행 요구로 이어졌다. 현장에는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참석해 서약서에 서명했다. 이 서약서에는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성평등 정책을 실현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과 성폭력 없는 안전한 부산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두 후보는 "피해자 중심에서 생각하고 피해자, 공대위 등 현장 단체와 함께 직접 소통해 (서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별도의 발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대위의 서지율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마치 모든 노력을 다했거나 사건의 마무리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 발언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두 후보는 언론 인터뷰 없이 바로 선거 현장으로 이동했다. 다시 시민을 만나러 가는 이들을 향해 공대위는 감시의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누가 당선되든 오늘 약속한 모든 것이 실제 시정을 통해 실현되는지 감시하고 변화를 이어가겠다.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