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4월 7일은 선거일이자 2019년 10월에 경동건설 문현동 경동리인아파트 현장에서 추락사한 故 정순규씨, 제 아버지의 재판일이기도 합니다.
유가족인 저는 진전없는 현실 속에서 1년 5개월 넘도록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인데도 많은 부산 시민들이 사건을 모르십니다. 부산 시민들, 나아가 경남도민들이 많이 아셔야 하는 이유는 경동건설이 부산 굴지의 향토 건설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0년 10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경동건설 故 정순규 산재 사망'에 관해 언급해주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경동건설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016년부터 39건으로, 아버지를 포함해 사망자가 2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중 41%가 추락에 의한 재해이고, 2020년 4월에도 또 추락 재해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강은미 의원은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인 경동건설이 매년 2억 4천만 원에서 4억 5천만 원 산재보험료 감면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아버지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부산 시장 후보들에게 지난 3월 25일 유가족 대표로서 질의를 드렸습니다. 아래는 공통된 질문입니다.
1. 故 정순규 노동자 죽음의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처벌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후보님이 부산 시장이 되신다면 故 정순규 아버지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진상규명되고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시장으로서 활동을 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2. 위 질문에 동의하신다면, 어떤 활동을 하시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부산시 내 일자리 노동국 신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서 가장 먼저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정석채님께서 보내주신 아버님 관련 사건의 전말과 보도자료 등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고 정순규님의 명복을 빌며 불철주야 책임자 처벌과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시는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질의 해주신바와 같이 제가 당선이 되면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통해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노동자분들이 원청, 하청 기업의 관리 부실과 부주의로 사망하거나 다치는 경우가 없도록 부산시내 일자리 노동국을 신설하여 철저히 관리 감독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학교의 노동교육을 강화하고 노동특별보좌관을 신설하여, 노동 관련 전반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겠습니다.
고 정순규님 사건의 경우 현재 사법부에서 판단 중에 있습니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최종 판결이 나오면 그에 맞춰 고 정순규님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유가족 분들과 대화 루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강력한 감시와 처벌이 가능해진 바 부산시도 노동자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향후에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락주시면 대응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고 정순규님의 명복을 빕니다."
[미래당] 기자회견 참석해 사건 언급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 소속이기도 한 미래당 손상우 후보는 사건에 함께 연대해주시고 계십니다. 지난 5일 부산 시의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경동건설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故 정순규 사건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석채님을 돕고 싶어 하고 걱정도 많이 하고 계십니다. 故 정순규 유가족분들이 겪고 계신 억울한 일을 세상에 알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알리겠습니다.
정석채님이 더 절실히 느끼고 계시겠지만 객관성을 상실한 부산지역 언론의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저도 고향에서 내쫓기게 생긴 가덕도 주민분들 인터뷰를 제가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평범한 사람들의 힘들고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전할 방법이 절실합니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고 정순규님 유족의 호소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현실적인 개정과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을 강력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고 정순규님과 유족 분들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진보당] "책임자 처벌 이뤄질 때까지 함께 할 것"
"故 정순규님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며, 진보당 부산시당과 노정현 후보는 이 사건의 조속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드리며 아래와 같이 답변을 드립니다.
부산에서 매주 1명 이상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故 정순규님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더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조속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2020년 5월 제정된 '부산광역시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에서 담고 있는 주요 사업의 조속한 실행과 세부사업들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산업안전 전담부서를 설치해 산재예방 전담조직을 강화하고 중대재해 등 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상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원하청 공동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고 △유해위험작업의 외주화를 금지하겠습니다. 또한 △필수노동의 민간위탁을 금지하겠습니다."
[국민의힘] 답변없음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정책팀은 질의서를 받아 후보에게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6일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유가족이 직접 '필적감정' 맡겨 진실 규명
7일 경동건설과 현장소장 등이 피고로 서는 형사재판(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관련)은 오후 5시 30분 부산동부지청 304호에서 열립니다.
많은 언론에서 이미 다루었지만 경동건설이 저희 아버지가 직접 작성했다면서 재판부에 제출한 '관리감독자지정서'는 필적감정 결과 명백한 위조로 드러났습니다. 경동건설은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필적을 대신 썼다고 인정하면서도 고인이 시켜서 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유족이 관리감독자지정서의 필적감정 받기 전까지, 가해자들은 아무 말 없이 위조한 서류를 제출하여 그 사실을 숨겼습니다. 필적을 넘어 아버지 서명까지 위조했다는 건 명백한 범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