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500~600명대로 증가하면서 지역사회 숨은 감염원들을 미리 찾아낼 수 있도록 '자가진단키트'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치권의 자가진단키트 도입 주장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방역당국이 지난 2일 '치료제백신실무위원회 산하 방역물품·의료기기 전문위원회'에서 자가진단키트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달라진 기류를 보여 주목된다.
자가진단키트는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PCR(유전자증폭검사)과 달리 신속 항원검사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는 검체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성 성분(단백질 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며, 유전자 검출검사에 비해 민감도가 낮다. 심지어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검체를 직접 채취하는만큼 정확도가 더 떨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유병률이 높고 검사의 확대가 필요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사용 중에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5일 방대본 브리핑에서 "지역감염률이 높아지면서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필요성이나 수요가 제기돼 좀 더 정확한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관계 부처와 업계에서 계속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정확성에 대한 부분들이 확인이 되어야 하고, 승인을 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지원할지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청장은 "PCR 검사보다는 민감도·특이도가 낮을 수 있지만, 그 한계를 알고서 적절하게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에 대한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은 자가진단키트를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미국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하는 등 사용에 제약을 두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본부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미국에서도 앞으로 4주간 가정에서 스스로 검체를 채취해서 검사하는 것을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중심으로 시범 사업이 시작된다. 민감도가 85% 정도로 추정되는 제품의 (검사) 빈도수를 올림으로써 의미있는 결과가 나타나는지 지켜본다고 한다"라며 "그러한 것(시험 결과)을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우리 방역당국이 입장을 바꿔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할지, 만약 도입한다면 영국처럼 문턱을 확 낮출지 미국처럼 어느정도 문턱을 둘지 등은 아직 미지수다. 또한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숨은감염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서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요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돌파구" vs. "혼란 가중"...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찬성하는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FDA가 승인을 했고, 증상이 있는 사람은 80% 이상(양성)이 나온다"라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검체 채취를) 잘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번 정도 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천 교수는 이어 "무증상 감염을 비롯해 확진자를 조기에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는데다가, 부작용도 없다"면서 "현재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자가진단키트를 직장에 두고 수시로 검사를 해서 코로나19 위기를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역시 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육시설·산업단지·학생 기숙사는 주기적 검사가 필요한데 (요양시설과 달리) 의료진이 내부에 없으니까 검사를 열심히 안 하게 되고, 유행이 크게 나온다"라며 자가진단키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 교수는 "신속항원검사(자가진단키트의 검사 방식)가 민감도가 떨어지지만 반복을 하게 되면 민감도를 올릴 수 있다"라며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써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자가진단키트의 사용이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한국역학회 회장)는 "자가진단키트는 일단 검사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유병 수준이 굉장히 낮은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전문가 그룹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또한 "일반적으로는 항체 기반 검사는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라며 "그러므로 방역당국이 실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할만큼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사용의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