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31개 도시 하나 하나를 새롭게 조명하고 여행의 매력을 새롭게 알아가보자 합니다. 김포를 시작으로 파주, 연천, 고양, 강화도, 시흥, 안산, 부천, 의정부, 양주 지역을 현재 취재 중입니다.[편집자말] |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지자체이자 현재도 끊임없이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경기도다. 도회지의 변화가 빠르다 보니 몇 년 단위로 새로운 신도시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지만 원도심과 이질적이고, 획일적인 설계로 이렇다 할 문화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 많다.
대부분 경기도의 도시들이 아무래도 서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다른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도심에 역사적 향기가 진하게 남아있는 경기도 도시를 뽑자면 떠오르는 곳이 하나 있다.
조선 시대 정조가 꿈을 안고 신도시를 조성한 이후 경기도 상업의 중심지로 우뚝 선 곳, 수원이다. 특히 정조가 건설한 수원 화성은 이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만들었다. 경기도청이 있으며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자랑하고,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으로 향하는 여행을 여러분과 떠나보고자 한다.
수원 화성말고도 볼거리가 이렇게 많습니다
서울에서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으며 수원 화성이라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는 수원이지만 수원 화성을 제외하고는 다른 관광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원역에서 출발한 도보여행자들은 대게 화성행궁에서 시작해 화성을 대충 돌아본 뒤 통닭거리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는 식의 반나절 여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반나절 안으로 수원의 모든 것을 둘러보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만한 편견이라 본다. 물론 화성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행궁과 팔달문, 장안문, 방화수류정 등 전국에 이름난 명소도 많지만, 이외에도 골목골목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거리가 많다.
우선 젊은이들이 만들어가는 행리단길이 있으며 행궁동에는 벽화마을뿐만 아니라 오래된 공방 가게 수원의 예전 모습을 짐작하게 하는 건물들이 있다. 팔달문 주위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수많은 전통시장들이 대거 모여있어 구경만 해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화성 주위를 벗어나면 광교신도시의 이름난 호수공원이 우리를 맞아준다. 예전엔 원천유원지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광교신도시의 마천루를 보며 21세기의 도시 생활이 이런 것인가 느껴볼 수 있다.
이번엔 수원시청이 있는 매탄동으로 내려가 보자. 수원이 낳은 여성화가인 나혜석을 기리는 거리를 따라 효원공원으로 들어가 보면 한쪽에 아름다운 중국정원인 월화원이 있다. 대충 구색만 맞춘 정원이 아니다.
월화원의 문을 열고 한걸음 들어가는 순간 이곳이 중국인지 한국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정교함이 돋보이는 중국 정원이다. 봄에 꽃이 필 때 방문하면 더욱 아름답고, 요즘같이 해외 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토록 볼 게 많은 수원이지만 막상 그 여정을 처음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수원시 지도를 여러 번 살펴본 끝에 광교신도시에 수원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2개(수원박물관, 수원 광교박물관)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동수원 ic로 들어가자마자 광교를 지나치므로 과감하게 수원의 미래라 할 수 있는 광교신도시 지역부터 찾아가 보기로 결정했다. 길고 긴 수원 여정의 첫 출발지는 광교신도시를 마주 보고 있고, 경기대와 담장을 끼고 있는 수원박물관으로 결정했다.
수원의 역사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
어느 나라와 도시를 가든 그 고장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좋은 장소가 박물관이라 생각한다. 예전엔 선진국들의 박물관을 부러워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점점 문화 수준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웬만한 지방자치단체마다 그 고장을 대표하는 박물관 하나씩은 있다.
그뿐만 아니다.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전시하는 기법과 구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게다가 이런 공립 박물관들의 입장료가 대부분 무료라는 사실이 놀랍다(이로 인해 사설 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 점은 아쉽긴 하다).
이제 수원박물관으로 들어가 내가 앞으로 방문하게 될 수원이 어떤 곳인지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다. 수원박물관은 2층의 절반을 나누어 크게 역사관과 서예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역사관에서는 수원에서 발굴된 고대 유물부터 시작하여 조선시대까지의 변화상,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시련을 극복하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장해 온 수원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통도 중요하고, 위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물이 풍부해야 한다. 수원이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광교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광교천, 수원천, 원천천으로 이어져 수원시내로 흘러간다.
그리고 축만제, 만석거, 신대호수, 원천호수 등 수많은 저수지들을 만들어내며 수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수원은 정조가 꿈꾸던 신도시로 선정되면서 경기도의 중심지로 우뚝 서게 되었다.
수원박물관의 유물들을 차근차근 관람하고 이동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며 1960년대의 팔달문 앞 골목으로 우리들을 이끌었다. 예전 수원 남문 골목에 존재했던 가게들을 고스란히 욺겨놓은 듯한 장면이다. 마네킹도 배치해 놓아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특히 수원 양념갈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화춘옥 가게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화춘옥 내부에선 사람들이 양념갈비 한 접시를 놔두고 냉면과 설렁탕을 한 그릇씩 먹고 있었다. 어른들에게는 그때의 향수를, 어린이들에게는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피부로 와닿게 만드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이제 수원은 토박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주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가 되었다. 찬란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수원이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지 생각해보며 광교신도시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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